책상 위 어지러움 속에서 마주한 우리 모녀의 마음
요즘 우리 모녀의 책상은 늘 어지럽다.
언젠가 누군가 말했었다. 책상은 마음의 풍경이라고.
하루가 끝날 무렵이면 꼭 정리해 두던 그 자리에, 요즘은 자잘한 물건들이 제멋대로 얹혀 있다.
연필, 메모지, 그리고 펼쳐진 책들.
눈에 거슬리는 건 어지러움이 아니라,
그 안에 고요히 스며 있는 우리 둘의 마음이었다.
어젯밤, 아이도 나도 책상을 치우지 않고 잠들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운동을 나서기 전, 문득 마주한 아이의 책상과 내 책상이 놀랍도록 닮아 보였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었다.
아무 말없이 그 장면을 오래 들여다봤다.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구나.
너는 너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고,
나는 나의 자리에서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시간은 결국, 함께였던 거였다.
나는 종종 네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바로 이 벽 너머에서, 너는 어떤 표정으로 앉아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고 있을까.
말을 걸고 싶다가도,
사춘기 특유의 그 귀찮고 서운한 눈빛이 돌아올까 봐,
나는 다시 말 대신 침묵을 고른다.
그 대신, 기다림으로 너를 사랑하기로 했다.
엄마도 한때는 너처럼 마음이 어지러웠단다.
방이 아무리 말끔해도, 속은 늘 복잡하고 복잡했다.
뒤늦은 사춘기로, 엄마도 꽤 방황했었지.
그래서 더 잘 보인다.
너는 네 시간 안에서 조용히 단단해지고 있구나.
누구보다 열심히 애쓰는 네가 대견하고, 그 애씀이 애틋하다.
말없이 다가오는 네 모습이 고맙고,
그 자리를 지켜주는 너라는 존재가 참 소중하다.
언젠가 네 사춘기가 조용히 끝나는 날이 오면,
그날엔 말없이 엄마의 등 뒤로 다가와
그냥 가만히 한 번만 안아줘.
말없이, 조용히,
그저 그렇게.
그럼 엄마는 너의 그 품 안에서,
"이제 너의 사춘기가 끝났구나.."
하고, 알아볼게.
오늘도 나는 내 자리에서 너를 키운다.
말 대신 시선을 보내고,
감정 대신 온기를 건네며,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킨다.
이 시간을 함께 지나가 준 너에게,
고맙다, 내 딸.
고맙다, 내 마음.
그래, 오늘도 너와 나,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함께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