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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희 Oct 07. 2020

임산부의 날, 아기 옷 말고 '그림책' 선물 어떨까요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17]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임산부의 날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 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2005년 제정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을 미루고 임신을 망설이는 요즘, 언론에 따르면 출생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며, 임산부 카드 발급은 1만 건 가까이 감소했다고 한다. 생명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가 어느 때보다 소중한 이때.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이하여 새 생명을 품은 엄마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그림책 세 권을 소개한다.



◇ 처음 아기 심장 소리 들은 엄마를 위한 책


「네 심장이 콩콩콩」 표지. ⓒ한솔수북


임신 사실을 알고 초음파로 아기를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난다. 올챙이처럼 꼬물대던, 자그마한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었던 날.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스쳐 간 봄날이었다.


아기의 심장 소리가 듣고 싶어 심음 측정기까지 사서 매일 밤 심장 소리를 확인하고 잠이 들곤 했던 시간. 어느덧 흘러간 추억이 되었지만, 첫 만남의 심장 소리가 그리운 날에는 잠든 아기의 심장에 조심스레 귀를 기울이곤 한다.


임신을 확인한 많은 임산부가 하는 태교는 바로 그림책 태교와 십자수 태교가 아닐까? 나 또한 그림책을 읽고 턱받이와 신발을 십자수로 만들며 아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림책과 자수가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네 심장이 콩콩콩」(김근희 글과 그림, 한솔수북, 2017년) 은 엄마와 아기가 함께하는 열 달의 여정을 사랑스러운 자수로 수 놓은 그림책이다.


어느 날, 아주 작은 아기가 엄마에게 왔어요.

깊고 푸른 바닷속을 열심히 헤엄쳐 왔어요.

바닷속 수많은 아기 중에서 엄마에게 가장 먼저 온 아기였어요. - 「네 심장이 콩콩콩」 중에서



탯줄처럼 기다란 끈으로 엄마와 아기의 이야기를 엮은 이 책은, 작가가 모든 페이지에 직접 수를 놓아 작업해 그 어느 책보다 정감과 온기가 넘친다. 특히 계절의 흐름에 따라 가지각색의 색실이 어우러져 선물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가 좋아할 그림책이다.



◇ 아기를 기다리는 진심과 설렘… 출산 앞둔 엄마를 위한 책


「엄마와 복숭아」 표지. ⓒ후즈갓마이테일


엄마가 되고 나니 심리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철없던 시절엔 ‘노키즈존’을 내심 바랐으나, 지금은 ‘예스키즈존’을 바란다. 특히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는 임산부를 만나면 예전의 내가 생각나 먼저 자리를 양보하고, 그녀들의 건강한 출산을 응원하곤 한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몰랐던 사랑이란 감정. ‘지금까지 알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몰라’라고 할 정도로 ‘사랑’이란 감정은 한층 더 커지고 진해졌다. 아마도 이 감정을 ‘모성애’라 부르는 것 아닐까?


엄마의 사랑을 한껏 품은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다면, 「엄마와 복숭아」(유혜율 글, 이고은 그림, 후즈갓마이테일, 2020년)를 추천한다. 사실 이 책은 나와 인연이 깊은 그림책이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 단계 격상 이후 책방도 전시회를 취소했는데, 그때 취소한 전시회의 주인공이 바로 이 그림책이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취소한 행사라 아쉬운 마음이 더 가득 남은 그림책이다.


「엄마와 복숭아」에 나오는 주인공은 바로 사람, 사자, 곰, 그리고 거미다. 신화적 상상력으로 작업한 이 그림책에는 ‘복숭아’라는 아주 맛나고 탐스러운 과일이 네 주인공의 만남에 좋은 선물이 되어 준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이고은 작가는 실제로 둘째 아이를 품은 채 작업했다. 이 작가는 모든 어려운 과정을 그림을 그리면서 이해받고 격려받았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걸어갔어.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두려웠지만 우린 계속 걸어갔어.

“오래된 숲이야!”

다 같이 소리쳤어.

사자는 의젓하고, 곰은 미소 짓고, 거미는 말이 없고, 엄마는 두근두근 설레었어. - 「엄마와 복숭아」중에서


엄마가 되기 전,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이 그림책을 찬찬히 읽어보자. 엄마가 되는 준비에는 분명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아이를 기다리는 진심과 설렘이 아닐까? 곧 세상에 나올 아기를 만날 엄마에게 따스함이 가득한 그림책 한 권 선물해 보자.



◇ 따뜻한 일러스트로 표현한 육아 일상, 이제 막 엄마 된 이들을 위한 책


「엄마는 집 같아요」 표지. ⓒ개암나무


첫 아기를 품은 엄마, 출산을 앞둔 산모를 위한 그림책을 소개했다면,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아기를 만난 엄마를 위한 그림책이다. 「엄마는 집 같아요」(오로레 쁘띠 지음, 고하경 옮김, 개암나무, 2020년)는 아이가 태어나 첫발을 뗄 때까지의 시간과 일상을 담은 그림책이다.


요즘의 내가 가장 고개를 끄덕이며 읽고 있는 그림책이기도 하다. 첫 번째 아기를 품고 배가 불렀던 임산부 때부터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고 스스로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 그림책은 엄마의 다재다능함을 유쾌하게 소개한 책이다.


엄마는 집 같아요. 엄마는 자동차 같아요. 엄마는 둥지 같아요.

엄마는 산꼭대기 같아요. 엄마는 캥거루 같아요. 엄마는 분수 같아요. - 「엄마는 집 같아요」 중에서


아기의 눈에 엄마는 ‘나만을 위한 원더우먼’으로 보이지 않을까? 무엇이든 아기를 위해서라면 척척 해내는 엄마의 다양한 일상이 페이지별로 심플한 문장 하나와 따뜻한 일러스트로 표현돼있다. 그래서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읽으면 좋은 그림책이다. 실제 육아의 고된 현실도 책 사이사이 곳곳에 소개돼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아기를 낳은 엄마에게도, 엄마의 엄마에게도 고마움을 담아 선물하면 좋은 책이다.


다가오는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이하여 임산부 할인쿠폰 및 기념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들이 기획되고 운영된다고 한다. 대한민국 모든 임산부가 ‘D라인’의 위대함을 맘껏 누리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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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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