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문경시 오미나라, 문경주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 중 굳건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바로 '문경새재'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풀이 우거진 고개, 하늘재와 이우리재 사이에 있는 고개라는 뜻을 지닌 문경새재는 옛 한성으로 가는 과거길로, 부모님 효도 여행지로도 단연 일등으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경북 문경시는 문경새재만큼 유명한 특산물이 있다. 바로 단맛, 매운맛, 신맛, 쓴맛, 짠맛.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 五味子다. 문경시는 우리나라 오미자 생산의 40%를 책임지는 오미자의 고장이다.
1위 효도 여행지인 문경을 아빠와 내가 어떻게 지나칠 수 있을까? 이른 아침부터 채비를 차려 문경으로 향했다. 문경새재 초입에 이르자 커다란 간판이 눈에 띈다. 문경의 대표 특산물 오미자를 활용해 와인을 양조하는 오미나라다. 입구에 들어서자, 내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오미자 와인병이 반갑게 맞이한다.
마당 앞으로 펼쳐진 오미자 농원에서 솔솔 퍼져 오는 향을 맡으니 제대로 왔다 싶어 아빠와 빠르게 양조장으로 걸음을 이끌었다.
오미나라는 한국 최초 양조장인 이종기 명인이 지은 곳이다. 2013년 이곳에 터를 잡아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명주名酒를 만들기 시작해 2015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미 여러 국제행사에서 만찬주로 소개될 만큼 자자한 입소문을 탄 양조장이다.
오미나라에서 맛볼 수 있는 술은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자 스틸 와인, 문경 사과로 빚은 ‘문경바람’과 증류주 ‘고운달’.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OmyRose는 알코올 도수 12도로 한국 최초로 정통 와인 발효기법으로 빚어진 술이다. 문경 사과의 은은한 향을 머금은 ‘문경바람’과 선물용으로 좋은 ‘고운달’ 역시 2017 우리술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특히 ‘고운달’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술로도 유명하다. 오미나라에서는 와인 시음뿐 아니라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와인이 처음이라는 아빠는 신기한 듯 모든 제품을 시음해 보다 아침부터 볼이 발그스레하다.
체험 후에는 자리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직접 담근 와인 병에 라벨로 붙일 수도 있다. 아빠와 나도 정성스레 와인병에 기념사진으로 우리 둘만의 특별한 와인을 만들어 보았다.
양조장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동글동글 열린 오미자 덩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 五味子로 술을 빚으면 그 이상의 맛이 난다는 걸 오미나라에서 알게 됐다.
문경시에는 오미나라 말고도 오미자 막걸리를 만날 수 있는 양조장 문경주조가 있다. 문경주조를 처음 알게 된 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다. 평창이 고향인 내게 경기 개최 전부터 어떤 술이 만찬주로 선정되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기다린 끝에 문경주조의 술이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됐고 ‘언젠가 꼭 아빠와 가 보리라’ 다짐했었다.
중국 옛 속담 중 ‘주향불파항자심 酒香不.巷子深’이 있다. 술 향기가 좋으면 골목이 아무리 깊어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아빠와 함께 문경주조로 향하는 길, 종일 이슬비에 흐린 날이었지만, 문경주조로 가는 길이 힘들지 않았다. 새 한옥으로 지어진 문경주조는 황토방 발효실, 숙성실, 국실과 체험장 등 발효 공간들이 돋보인다.
문경주조는 2015년에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다. 이곳은 전통기법을 현대화한 방식으로, 황토방으로 꾸민 주담정에서 엄선된 유기농 찹쌀과 문경의 맑은 물, 우리 밀 전통 누룩과 오미자로 우리 술을 빚고 있다.
문경주조의 대표 술은 손으로 직접 빚어 100일 숙성한 찹쌀로 만든 오미자 수제탁주 ‘문희’, 오미자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 오미자 생막걸리, 국내산 백미로 빚은 막걸리 ‘구름을 벗삼아’와 오랜 기다림으로 걸러 낸 약주 ‘맑은 문희주’다.
문희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오희는 ‘오미자의 기쁨’이라는 의미를 지녔다는데, 내 이름 윤희가 ‘진실로 기쁨을 전하다’라는 의미인데, 이런 게 바로 인연인가 싶다.
가장 궁금했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만찬주는 바로 ‘오희’다. 오희는 친환경 우렁이 농법으로 지은 지역 햅쌀로 술을 걸러 2차 발효를 한 뒤, 오미자로 붉은빛을 자아낸 술이다. 천연 탄산과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이 입안에서 톡 쏘는 것이 ‘빨간 맛’은 바로 이런 맛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진한 맛을 원한다면, ‘문희’를 추천한다. 문희는 찹쌀과 오미자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각각의 재료 특성을 살려 매력이 살아 있다. 핑크핑크한 색이 귀엽다 못해 앙증맞은 오미자 생막걸리는 오미자 특유의 새콤달콤한 향이 극에 달한다.
문경주조를 나서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뿌듯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1등 효도여행지 문경을 제대로 여행한 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빨갛게 익어가는 오미자처럼, 알알이 여문 내 마음이 아빠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본다.
글 오윤희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제 맥주 여행에도 함께하곤 했던 ‘볼 빨간’ 동행, 아빠를 벗 삼아 말이죠.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사진 김정흠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갑니다. 아빠와 딸이 우리 술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습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sunset.kim
오픈: 매일 09:00~17:30(명절 휴무), 양조장 투어 09:00~17:30(월요일, 명절 휴무)
주소: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609
전화: 054 572 0601
홈페이지: www.omynara.com
가격: 1인당 1만원(스파클링 와인 100ml, 프리미엄 와인 100ml, 고운달 15ml 포함)
오픈: 매일 09:00~18:00(방문 전 사전 문의)
주소: 경상북도 문경시 동로면 노은1길 49-15
전화: 054 552 8252
홈페이지: www.mgomija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