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생긴 일
1.부스스한 머리를 차분하게 만들고 싶어 미용실을 방문했다.
내가 하는 퍼머는 볼륨매직인데, 곱슬곱슬한 머리가 잘 펴지고 찰랑거리는 점이 좋다. 아쉬운 점도 있는데, 머리카락이 너무 달라붙는다.
지인 중 한 분은 우리 나이는 머리카락을 일부러 부풀리려 하는데 굳이 매직퍼머를 해서 머리를 촥 가라앉히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머리를 자연상태로 놔두는게 낫다고 말씀해주셨지만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못한다(?)고 곱슬대는 머리가 영 거슬려서 자연상태로 둘 수 없었다.
2.항상 하던 실장님은 쉬시는 날. 한번도 해 본 적 없는 대표 원장님께 예약을 했다. 예약 가능한지 문의하니 오전에 다른 손님들이 계시긴하지만 가능하다고 하셨다. 다른 손님이 몇분 정도일거라 짐작하시는가? 나는 2-3명 정도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3.빨간색 크롭티에 빨간 야구모자, 모자위에 흰뿔테 안경을 얹으신 멋스러운 원장님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나를 반겼다.
스텝분이 머리에 영양을 뿌려주자 "내가 다 할게요."하시며 은근히 손님을 원장님께서 직접 케어해주신다는 느낌을 주셨다. 실장님은 보통 그런것은 스텝에게 맡기셨는데.
"볼륨매직하면 웨이브가 많이 안살아요. 아랫쪽은 세팅으로 넣으시면 좋을거 같은데요."
"전에 했었는데 삼각김밥처럼 됐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로 안했어요."
"이번엔 그렇게 안될거예요. 어떻게 나오는지 사진 보여드릴게요."
사진속 단발머리는 웨이브가 무척 적당하게 이뻤고 볼륨감이 풍성했다.
"네 이머리가 나온다면 하고 싶어요."
4.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이 한명, 두명, 세명...계속 들어오시기 시작했다. 옆의 손님도 퍼머, 그 옆의 손님도 퍼머... 또 염색과 퍼머... 원장님은 내 옆으로 올 기미가 없으셨고 세팅파마도, 그 후에 매직으로 머리 펴주는 일도 모두 다른 분이 하셨다. 직접 영양 뿌려주신 이유가 있었구나.
5.원장님을 기다리다 손님의 수를 세어보기 시작했다. 일곱! 동시에 머리를 하는 사람의 수는 일곱이었다. 원장님은 진정한 슈퍼 멀티태스커였다!! 원장님에게 머리를 하는 사람이 미용실을 꽉 채웠고 원장님은 계속 이동하며 머리를 체크하셨다. 스텝분들께 저분 샴푸해주세요. 이분 머리 상태 체크해주세요. 어떻게 그렇게 차분하게 일곱에서 여덟명을 케어하시는거지? 그 뒤로도 사람들은 계속 들어왔고 원장님은 너무나 차분하게 일처리를 했는데 무슨 마술쇼를 보는 기분이었다.
실장님은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 사이를 굉장히 바쁘다는듯이 호다다닥 다니셨어서 더 비교가 되었다.
경이로움을 느꼈다. 와... 원장님은 프로페셔널하실뿐만아니라 일을 즐기며 하시는게 느껴졌다. 천직. 천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마지막에 원장님이 마무리해 주신것은 5분남짓이었다. 직접 해주신 것은 거의 없었다.그런데도 무엇에 홀렸는지 원장님께 케어받은 느낌이었다.
6.머리모양은 삼각김밥이 안될거라 했는데... 삼각김밥의 기미가 보였다. 집에가서 내 머리를 본 아이는 초코송이 같다고 했다. 삼각김밥은 안된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