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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초보의 불암산 등반기 1

올라갈 때 40분, 내려올 때 2시간?

by 민섬

등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함께 독서모임을 8년 넘게 힘께 하고 있는 최 선생님의 말때문이었다.

등산을 다니니 에너지가 생기고 살이 빠지고(!) 초록초록한 나뭇잎을 보며 마음 정화가 된다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신뢰하는 사람이 하는 것과 별 관심 없는 사람이 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 평소 신뢰하는 분이었던 최 선생님의 이야기는 나를 산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용마산과 도봉산, 수락산을 텀을 두고 가보게 되었다. 힘들었지만 땀을 쏟아내니 개운했다. 이 맛에 산에 가는구나! 등산의 상쾌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꾸준히 갔어야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몇 번 가고 중단하게 되었다. 나에게 등산을 가지 않을 이유는 많았다. 우선적으로 허리통증, 그다음엔 귀찮음이었다. 등산을 루틴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역시 시작보다는 유지가 어렵네.라고 생각하며 산을 안 다닌 지 5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산을 자주 가는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니, 불암산 안 가볼래요? 초보도 타기 어렵지 않은 산이예요."

"나 잘 못 타는데 괜찮을까? 빨리 올라가지도, 잘 내려오지도 못할 텐데."

허리가 아프고 무릎도 시원찮은 나는 동생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

"괜찮아요. 저도 빨리 못 가요." 동생은 나를 배려해 주었다.

"그래. 그럼 좋아. 어디서 볼까?"


만나기로 한 불암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등반을 시작했다. 좀 가팔랐지만 괜찮았다. 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암릉 구간도 할만했다. 정상에 꽂혀 있는 태극기가 보였다. 이렇게 빨리 올라오다니! 시계를 보니 38분 정도 지나 있었다. 사실 동생을 따라 올라가기에 급급해 경치를 느낄 여유는 없었다. 동생이 등산하는 중간중간 "언니 쉴까요?" 라며 챙겨주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정상에 올라갔다는 사실은 뿌듯했다. 자랑스럽고 신기했다.


내려가는 길은 더 수월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우리는 엄청 헤맸다. 이쪽으로 가면 주차장이 나온다고 했는데 나오지 않고 시간만 흘러갔다. 오후에 수업을 해야 하는 나는 애가 탔다.

조난신고? 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둘 다 길치인데,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길치들은 인터넷 지도도 잘 못 본다...

다행히 좀 덜 길치인 그 동생이 네이버 지도를 켜고 길을 찾기 시작했다.

1시간 넘게 헤맸는데도 앞으로 52분이 걸린다는 지도의 안내에 좌절했지만 동생 덕분에 무사히 내려왔다.

헤매다 보니 너무 지쳐 정상에서도 먹지 않았던 에너지바와 떡, 두유 등을 허겁지겁 먹었다.

이래서 등산할 때는 비상식량(?)이 꼭 필요하구나!


삐그덕거리는 몸을 이끌고 돌아오며 다음 등산은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익숙해질 날이 올까?라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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