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내 자전거 뒤를 잡아주며 언제라도 힘들면 말하라고. 무서우면 아빠가 도와주겠다고 하며 내 등을 지켜주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행복했던 나의 자전거는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나의 등하굣길을 도와주며 언제나 나와 함께 했었어.
그리고 대학생이 되며 자전거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서 그때부터 멀리 했던 것 같아.
아마 10년? 동안 누군가 타는 자전거를 바라보기만 했지. 내가 직접 타려고 하진 않았어.
근데 오늘 퇴근하는데 직장동료가 날씨도 좋은데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자고 하더라. 그리고 자전거를 10년 만에 타게 됐어.
내 어릴 적 기억이 있던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 그때 기억이 남아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았는데.
그럴 줄만 알았는데. 예전 그 행복한 손길이 더 이상은 느낄 수가 없더라. 1시간 정도 타니 다리가 너무 아프고 자전거가 이렇게나 힘든 운동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
자전거는 여전히 그대로이고 예전과 지금의 나는 바뀐 게 나이밖에 없었지만 그때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천천히 조금씩 생각해 보니 그때는 자전거를 타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고 무척이나 행복했는데 지금은 그 감정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것 같아.
나의 순수했던 감정이 사라진 건지, 아니면 더 빠른 이동수단들을 타며 이제는 느릿하게 느껴지는 자전거에 흥미를 잃은 건지. 정답은 알 수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이젠 자전거를 어느 정도는 계속 타보려고 해. 자전거를 타보니 매일 버스와 차로 빠르게 지나치던 길들이 천천히 지나가며 보니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은 길들과 새로운 풍경들이 보이는 것 같아.
매일 보던 이 길들조차 천천히 가보니 이렇게나 새롭게 느껴지는데 정말 빠르게 지나갔던 나의 삶에 보지 못한 장면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삶은 빠른 것도 좋지만 이제는 조금 천천히 해보려고. 시간에 쫓기는 느낌도, 언제나 긴박하게 느껴지는 하루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으니깐.
천천히 가다 조금 늦더라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으니깐. 한 발짝, 한 발짝 나의 길을 걸어보려고 해.
그렇게 가다 보면 아무도 도착하지 못한 나만의 종착지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종착지가 내가 정말 원하던 삶일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물론, 나의 종착지를 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나아가는 모든 길들에 많은 불행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