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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울 Aug 25. 2024

나 '정상이지?'

오늘도 나에게 되물어 본다.

어렸을 적 잠에서 깨면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학교 갈 생각, 출근할 생각 이 모든 것들이 아침의 나보다 더욱 중요한 숙제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침에 깨면 내 몸상태를 가장 먼저 체크를 했다. 컨디션이 불안해도 그날 일정을 멈추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몸이 좋지 않게 느껴지는 날엔 더욱 빨리 일어나서 출근길을 천천히 여유 있게 가고 괜찮은 날에는 여유가 있더라도 중간에 살짝 뛰는 행위를 하며 그날의 컨디션에 맞게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관리를 해도 공황의 늪에선 벗어날 수 없었다. 가끔 찾아오는 흉통은 여전히 나에게 예기불안을 제공했고 아닌 걸 알면서도 불안한 증상이 같이 올라오기도 했다. 흉통의 원인은 없고 단지 스트레스를 받거나 음식을 잘못 먹어서 위가 살짝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분명 알지만 내 몸은 통증의 감각을 습득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수 천 번의 비슷한 감각인데 왜 몸은 습득하지 못할까.


살기 위해서, 아프지 않기 위해서, 금방 회복하기 위해서 하는 모든 몸의 반응들이 이제는 나를 갉아먹는 것 같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말일 것 같다. 속상하지만 나 외에도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은 동일한 반복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날에도 어김없이 일을 하고 하루를 보낸다. 나에게는 일상생활이 힘든 만큼 힘든 고통이지만 회사나 다른 이들은 이 고통을 이해하지 않는다. 아니,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나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 상황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면 아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전에 봤던 지금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공황장애 환자들은 스스로 이겨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약은 보조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일 뿐이며 병원도 그런 종류 중 하나다. 결국 스스로 자신감을 찾고 몸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마음이 생겨야 이겨낼 수 있다.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게 주위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나 정상이지?'라는 물음에


"맞아. 너는 누구보다 정상이고 좋은 사람이야."와 같은 말을 해주는 것이다.


자신감은 스스로 생길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응원으로 더 빠르게 회복이 가능한 항목 중 하나이다.

불행과 우울감이 공황을 만들어 냈다면 응원과 행복감은 공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힘은 주위사람들의 칭찬으로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정말 힘든 사람들은 처음 해주는 칭찬이 어색하다. 아니 더 크게 과민반응을 할 수도 있다. 내가 해준 칭찬에 나를 놀리는 건 아닌지, 너는 나와 같은 입장이 아니기에 말로만 하는 거짓말이 아닌지, 네가 해주는 말은 나를 더 힘들게 한다고 이야기하던지와 같이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런 갑작스러운 반응을 당신은 넘어갈 수 있길 바란다. 그들은 예전의 나와 같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다. 사람은 상황, 자신의 기분에 따라 같은 말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그러니 힘을 주기 위한 말에 대한 대답이 속상한 말이 오더라도 진심만은 그것이 아니라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런 반응을 보인다 하더라도 그 상황이 넘어가면 마음속 한편엔 분명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사람들을 절대로 밀어내지 않길 바란다. 그 상황 속에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순 있어도 그다음엔 진심으로 사과를 전하길 바란다. 마음속의 병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마음도 챙기기 바쁜 현대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신경 써준다는 건 고마운 사람이다. 그만큼 나를 자신만큼 소중히 생각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을 밀어내지 않길 바란다. 나를 걱정해 준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따뜻한 사람임이 분명하니.


그리고 나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공황은 늪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허우적거리며 이겨내려 해도 가만히 내 몸을 내버려 두어도 더  안 좋은 쪽으로 나를 빠뜨린다. 늪에서 벗어나려면 동아줄처럼 늪 밖에 있는 어떠한 물건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공황장애라는 늪 속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면 평생 공황이라는 늪을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공황장애를 이겨내고 싶다면 그 늪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매일 일어나는 이 하루들 속에 작은 행복과 나의 꿈을 찾길 바란다. 그게 분명 늪 밖의 동아줄이고 나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끌어 줄 매개체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긍정적인 것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샌가 그 늪을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 시기가 오는 순간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좋아진 나를 보며 분명 놀라움과 행복감을 조금씩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며 공황이 걸리기 전 이전의 나보다 더욱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공황장애는 위기와 동시에 나에게 찾아온 작은 기회이기도 하다. 많은 불행을 겪는 사람들은 그 속에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 불행을 이겨내는 사람은 이전의 나보다 더욱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발판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된다. 불행을 겪지 못했던 예전의 내가 생각할 수 없는 깊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니 이왕 일어난 일이라면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상황이 나빠진다는 것은 누구보다 본인이 더욱 잘 알 테니. 나 같은 사람도 이겨낼 힘이 있었다는 건 당신도 분명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단지, 지금은 그 시기가 좋지 않아 그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인 것이다. 포기하지만 마라. 그리고 내 몸을 누구보다 믿길 바란다. 내 몸은 오늘도 이겨내기 위해서 나도 모르게 그 방법을 매일 연구하고 찾고 있을 테니. 


오늘도 늪에 빠져 당황하는 당신에게 그 늪 속에서만 해결방법을 찾지 않았으면 한다.

늪 밖을 조금씩 보다 보면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 이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나올 수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늪

#정상

#공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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