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하루의 해는 왜 이렇게 빨리 지는지.
그래서인지 어렸을 적엔 잠을 자는 게 아깝다고 느낀 적이 있어서 잠을 줄여보기도 했었다. 4시간을 잤다던 나플레옹이 부러워 그걸 따라 해 봤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나플레옹 수면법과는 멀리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일단, 4시간을 자면 하루, 이틀까지는 괜찮았지만 3일째부터 사소한 것에 예민해진다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고 5일째가 되는 날 더 이상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멈췄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 이후 곧바로 12시간이 넘는 숙면을 했었다.
나는 잠이 많다. 그것을 인정했고 지금은 잠을 자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7~8시간을 자면 몸이 개운하고 기분도 좋다. 하지만, 9시간을 넘게 자면 온몸이 뻐근하고 컨디션도 나빠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을 알게 된 후부터는 수면에 관련된 정보들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다.
수면에 대한 분석을 하며 느꼈던 것은 결국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 시간을 늘리는 건 나의 성장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글을 쓸 때에도 똑같이 10페이지를 쓴다는 가정하에 어떤 날은 머릿속에서 문장이 끈기지 않고 생각나는 날에는 15분 만에 쓰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날에는 1페이지 분량조차 2시간 넘게 생각만 하다 결국 못 쓰는 날도 있다. 글을 쓰는 걸 정말 좋아하지만 글이 써지질 않는 날엔 쓰는 걸 멈추고 곧바로 다른 행동을 한다. 이처럼 시간보다는 집중이 나에겐 더 큰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고 무엇보다 값진 재화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두 번 다신 돌아갈 수 없고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들은 수정할 수 없다. 그렇게 중요했던 시간을 나는 2년이 넘게 버리며 살아왔었다. 몸이 아픈 후부턴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시간이 나에게만 멈추길 바랐었다. 주변에서 들리는 결혼소식, 승진, 좋은 일들은 나에겐 더 큰 비극을 안겨줬었다. 나만 같은 시간 속에서 영원히 멈춰있는 느낌이었다. 내 시간도 분명 흐르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그 시간들이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내 마음과 내 감정이 내 시간까지 잡아먹고 멈추게 했던 것 같다.
애석하게도 느낌만 그랬을 뿐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나이를 먹었고 나의 소중한 시간이 저만치 흘러간 후였다. 지금은 하루하루도 너무 아깝고 낭비할 수 없는 시간인데 그렇게 긴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 자체가 나를 힘들게 했었다.
비록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순 없지만 이제는 더 이상 멈춰있을 수 없기에, 남들보다 멈춰있던 만큼 조금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움직이려고 한다. 과거의 시간을 낭비한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는 더 이상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게 매일을 의미 있게 보내려고 한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다.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신의 시간만큼 소중한 사람의 시간도 똑같이 흘러간다. 주변을 좀 더 바라보고 조금이라도 더 챙겨줬으면 한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흘러간 시간에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