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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울 Aug 19. 2024

과거를 부러워하지 말자.

지나간 시간은 결국 회상에 불과하다.

"나는 재작년에 사업을 했었는데 되게 잘됐어."

"예전에 그거 할 때가 가장 행복했는데."

"여기 예전에 왔었는데 그때는 되게 좋았어."


요즘 나에겐 나도 모르는 버릇이 있었다.

무슨 말을 할 때 꼭 과거에 상황을 붙이고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

하지 말라는 것 중 1순위로 뽑히는 과거를 부러워하는 것.


이러한 무의식의 습관을 알게 된 것도 가장 친한 친구 덕분이었다. 아마 그 친구가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면 아직도 몰랐을 것이다.


"너 이야기할 때 계속 예전 너를 말하는 거 알아?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게 이야길 하진 않는데 지금의 너를 너무 깎아내리는 것 같아서 보기 좋진 않다."


친구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 낯선 누군가에게 들었다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해준 말이기에 나에게는 누구보다 진득한 조언이었다.


언제나 최고의 정점으로 유지하던 나의 자존감이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낮아졌던 건지 지금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지금의 내가 내 인생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실패한 사업이 원인이었을까?

연달아 이별을 통보받은 충격이 원인이었을까?

공황장애에 대한 공포가 나를 소심하게 만든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요새는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예전이었다면 그게 힘들 순 있어도 일단 해보자 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을 텐데.

차라리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을 하고자 했던 나 스스로를 칭찬했을 텐데.


이 사실을 알고 가장 먼저 했던 것은 핸드폰 앨범 정리였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모든 사진들을 핸드폰에 갖고 있었다. 핸드폰을 바꿀 때면 모든 사진을 그대로 새로운 핸드폰으로 옮겼었다. 가끔씩 보는 과거의 일상들이 나름 재밌었달까나?

추억과 재미로 유지하던 과거 사진들은 나에겐 어느새 부러움으로 나타났고 더 이상은 이사진들을 보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다시 나아진 내가 보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 삭제는 하지 않고 전부 컴퓨터 속 구석진 파일에 사진들을 옮겨놨다. 내가 다시 멋진 사람이 되었을 때 그땐 웃으며 그 사진들을 열어볼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공황장애 전 후로 확실히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는 걸 깨달았다.

공황장애는 몸에 생기는 이상증세로 인해 불안감이 증폭되다 보니 내가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하던 모든 것들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도 못하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었던 것 같다. 평범한 삶을 브레이크는 나의 일상부터 꿈들을 천천히 감춰 지워버리기 시작했고 결국엔 나 스스로를 깎아내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내가 안 좋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갔었다.


누군가 보면 하면 되지 왜 그것도 못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겪어보지 않는다면 그 무서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글을 아무리 잘 쓰고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풀이해도 경험의 반의 반도 풀이가 불가능하다. 한 마디로 살고자 하는 욕구가 많은 사람이 가만히 있어도 죽겠다는 감정을 매 초 느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강했던 과거의 나를 부러워했던 것 같다.

과거의 내가 했던 조그마한 인생업적들이 부러운 게 아니었다. 그냥 그 일상을 아무 걱정 없이 이행할 수 있던 나 자신이 부러웠던 것이다. 평범하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그리고 그 행복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 자신이 조금은 미웠다.


스트레스를 조금만 더 관리했으면
몸 건강을 조금이라도 더 챙겼으면
남보단 나를 조금만 더 챙겼으면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지금 당장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나는 나라는 사람과 나의 성격을 알기에 분명 똑같이 행동하고 살았을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과거를 생각하지 않고 미래에 나에게 조금은 덜 미안하고 싶어서 어느 정도는 내 멋대로 살려고 한다.


눈치도 내가 힘들다면 적당히 보자. 다른 사람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나의 시선으로 나를 더 바라보자. 그리고 나를 1순위로 응원해 주자.


주위에서의 내 이미지가 조금은 안 좋아질진 몰라도 나라는 사람 자체로는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으니.


#과거

#회상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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