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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울 Sep 01. 2024

차라리 몸이 아팠다면

이유를 알 수 있는 병이 오히려 좋았을 텐데

가만히 앉아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누군가 나를 본다면 여유를 부리는 것처럼 또는 느긋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겉보기에만 보이는 한 가지 일부 모습일 뿐이다.


안정을 취한다.

내 몸을 느껴본다.

그리고 나를 위로한다.


지금의 내가 누군가에게 말 못 할 나의 진짜 모습이다.

나만 알 수 있고 나만 할 수 있는 나를 위로하는 과정.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속사정이다.


이런 내 모습이 이제는 익숙해졌고 이런 익숙함이 나에겐 두려움으로 남았다.

다 괜찮다고 스스로 말하며 난 건강하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웃기면서도 저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가끔은 바보 같기도 가끔은 어이없기도 하지만

별 수 있을까? 이미 시작한 일인데.


매일을 다짐하고 매일을 스스로 위로해도 이렇게 찾아온다는 건 그만큼 나를 좋아해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나를 괴롭히기 위한 나쁜 뜻에 불과할까.


뜻하지 않는 이 병은 원인도 이유도 없다. 어느 날 천천히 그저 나타났다. 이게 병인지도 몰랐고 몸의 증상 중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에겐 자연스럽게 찾아왔을 뿐이다.


이 병이 찾아온 후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습관처럼 달고 살았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나아가는 인생에 더 이상 브레이크가 없기 위해 이겨내는 방법을 생각한다.


공황 말고 모든 사람에겐 자신만의 트라우마 또는 인생의 발목을 잡는 상황들이 분명 있겠지만 나는 그 항목 중 하나가 공황일 뿐이다


그렇게 나에겐 그저 많은 상황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게 나에겐 가장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자신만의 트라우마가 생겼을 때 가장 도움 된 게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결론은 내가 트라우마조차 이겨낼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게 답이었다.


연인과의 이별, 지인의 죽음, 사업의 실패, 예기치 못한 사고, 말 못 할 속상한 일들 등 우리가 살아가는데 예상하지 못한 슬픔들은 너무 많다.


그리고 아무런 걱정을 주지 않아서 대비하지 않고 맞이하는 슬픔에선 큰 트라우마가 남는다. 트라우마가 깊을수록 그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살아갈 용기도 힘도 나지 않을 때 정말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이 들 때 그 시기는 악으로 버텨내고, 그 이후에 내가 배고프다는 느낌을 받을 때부터는 취미를 찾길 바란다.


나는 취미를 다양하게 알아봤었다. 운동, 수집, 촬영, 여행, 인테리어 심지어 도자기, 십자수와 같이 평소에 관심 없던 것들이 해보면 재밌을까 하는 마음에 모든지 해봤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OTT보기? 아니면 그냥 유튜브 보기.'


좋아하는 게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들.

물론, 정말 이것들로 자신을 힐링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하지만, 나는 그런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왕 좋아하는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결과가 남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고, 비록 물질적인 부분으로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내가 이걸 행했다는 것 하나로 언제든 꺼내 보며 다시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었으면 한다고.


나에게 글이란 그런 것이다. 글과 책을 싫어하고 10년 가까이 책을 멀리했던 내가 이렇게 좋아할지 나도 몰랐었다. 좋아하는 것을 찾을 땐 뭐든 천천히 느껴봤으면 한다. 내가 이런 행위들을 하며 말 못 할 무언갈 얻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조금이라도 깊이 해봤으면 한다.


좋아하는 걸 찾고 싶다면 뭐든 끊임없이 도전해봐라.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싶다면 그래도 좋다. 하지만, 난 그렇게 있기에는 10년 뒤 나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오늘도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인생의 동기가 생긴다면 몸의 예민과 통증은 어느 정도 무시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고 그 일들로 내 삶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진다면, 당신은 성취감과 안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몸

#위기

#좋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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