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태어난 우리.

나의 과거가 모두의 공감으로 비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by 원울 wonwoul

초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 앞에는 문구점이 많았다. 문구점은 지금처럼 사무용품만 파는 곳이 아닌 모든 것이 있던 만물점 같은 곳이었다.

문구점을 밖에서 봤을 때는 오락기로 시작해서 각종 불량식품 그리고 들어오면 수업에 필요한 물건들과 과자, 음료수도 많이 있었다. 초등학생 나에겐 갖고 싶은 모든 곳이 있던 곳. 문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둔 친구가 부러웠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면 할머니는 매일 나에게 500원짜리 동전을 쥐어줬었다. 나는 500원 동전을 들고 다시 학교 앞 문구점으로 향했었다. 300원으로 불량식품 3개를 사 먹고 남은 200원으로 오락기의 게임을 하며 놀았던 기억. 이렇게 500원으로 짧게는 30분, 길게는 2~3시간까지 놀았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놀고 곧장 동네 놀이터에 갔었다. 그곳에는 항상 탈출을 하는 친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깐.


가위바위보로 한 명을 정한다. 걸린 사람은 음료수를 사서 같이 있는 아이들과 돌려 마신다. 전부 마신 음료수 캔은 하나이기에 아이들 중 가장 신중한 사람이 캔을 조심스럽게 반으로 구긴 후 땅에 놓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곤 반짝이는 눈이 캔으로 향하고 정확히 한가운데를 발로 누른다.

접힌 캔은 우리의 새로운 게임에 꼭 필요한 기구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그란 맨홀을 찾아 그 한가운데 캔을 올리고 다시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한다. 정해진 술래를 제외하고 캔을 한 명씩 돌아가며 한 번씩 멀리 찬다. 그리고 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정해진 동네에서 숨는다. 그동안 술래는 맨홀 한가운데서 아이들이 깡통을 찰 때까지 기다린다. 마지막 아이가 깡통을 차면서 숨으면 술래는 깡통을 주으러 뛰어간다. 깡통을 줍고 다시 맨홀자리에 두면 술래잡기는 시작한다. 이게 깡통차기의 규칙이었다.



깡통차기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놀이 중 하나였다. 숨는 반경에 집도 있다면 집에 갈 수도 있었다. 한 번은 집에 있다가 잠이 들어 다음 날 친구들에게 혼났던 기억도 있다. 래도 마냥 즐거웠다. 이게 우리의 일상이자 행복이었으니깐.

작은 깡통 하나로 하루를 놀 수 있는 시절. 그리고 고민 없이 사람을 만나던 매일이 지속되던 날. 아마 내 인생에 있어서 아무 걱정 없이 하루를 보내는 가장 행복한 날들이지 않을까 싶다.


오징어게임이 왜 흥행할까? 단순히 어린 시절에 하던 게임이 현대 요소에 맞는 자극적인 장면과 합쳐진 연출이 이색적으로 느껴져서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시리즈를 순수하게 재미요소로만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감독만큼은 이 게임들이 어릴 적 하던 우리의 게임이 담아있고 마음속 한편 꺼내고 싶은 추억들이 게임에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기획을 하며 수많은 게임들을 생각하면서 추억을 회상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는 그 예뻤던 시절을 함께 보냈던 소중했던 사람도 중요하지만, 아주 먼 과거는 내가 했던 경험이 더욱 생각나기 마련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들 속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감정들이 나에게 무슨 마음을 주고 지나간 그리움을 남겨주었는지.


그리움이 남았다는 건인생의 발자국을 남긴만큼 소중했다는 것이니깐.


20년 전 기억들을 쓰는 지금 나는 오늘도 과거를 생각하고 추억한다. 하지만, 오늘의 내가 20년 뒤엔 같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천천히 흐를 뿐이다. 20년 후의 내가 20년 전의 지금을 돌아봤을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던 것처럼 지금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매일이 소중하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니.


추억을 그리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미래에 과거를 회상하는 건 더욱 뚜렷한 추억으로 남을 순 있다. 예전에는 없던 사진과 글로 할 수 있는 지금 이 기록들이 그때의 감정을 회상시키는 것에 좋은 매개체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기억만 남기는 뇌의 습관을 깨는 것이기도 하니 자세한 기록은 그 시절 힘들었던 기억들도 모두 생각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가끔 정말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저 머릿속에서 생각나던 기억들만 남기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어딜 가더라도 꼭 사진을 찍는 습관이 있었다. 그저 남기고 싶었다. 내가 이곳에 왔다는 걸 잊기 싫었다. 하지만 이 기록들을 오랫동안 해보니 남는 게 정말 사진밖에 없더라. 사진을 찍는 나 밖에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래서 사진 찍는 습관을 버리고 눈으로 더욱 담는 습관을 가지다 보니 사진이 아닌 내 기억 속에 그 장소들이 사진처럼 남기 시작했다. 비록 사진보다는 흐릿하지만 그 장소에서 눈으로 찍었던 사진을 돌이켜 볼 때. 그때의 감정은 분명히 존재했다. 기록에는 답이 없다. 자신의 기록이 맞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저 하면 된다. 눈으로 저장하는 것. 진짜 사진으로 남기는 것. 모두 좋은 방법이다. 그저 그 시절 내가 생각하는 방법으로 남기면 된다. 그 장소가 주는 감정을 오랫동안 남기고 싶다면 내가 과거를 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방법으로 하면 된다. 내가 예쁜 추억을 생각할 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모든 건 정답이 없다. 과거를 회상하는 행동을 의미 없는 행동으로 보는 사람도, 과거를 매일 추억하는 사람도,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미래의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도. 자신이 정답이라 생각하는 방법으로 임할 뿐이다. 그러니 누군가 자신의 가치와 맞지 않는다면 틀리다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경험과 감정이 전부 다르기에 나와 다른 사람이 되어갈 뿐이다.


나와 정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싫어할 순 있다. 어쩔 수 없다. 감정을 가졌다는 말이기도 하니깐. 그래도 굳이 표현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지, 피해 가고 많이 마주치지 않으면 된다. 그 사람도 똑같이 나를 싫어할 수도 있으니깐.



그저 오늘의 나와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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