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에서의 열흘23
1.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제리 방문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12월 6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알제리를 방문했다. 연합뉴스가 전한 로이터 통신의 뉴스에 따르면 “마크롱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알제리를 방문해 TV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과거 행동은 "정말로 야만적이었으며 사죄해야 한다. 반인도주의적 범죄였다"고 말해 국내에서 거센 비판여론에 직면한 적이 있다” 고 한다. 그는 이번에도 역사문제에 얽매이지 않는 미래지향적 발전적인 관계를 희망하며, 수도 알제의 충혼탑에 헌화를 하는 성의를 보였다. 연합뉴스 기사의 제목은 “중국에 시장 잠식당한 프랑스... 마크롱의 알제리 챙기기”로, 프랑스가 알제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경제협력과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대테러 전쟁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알제리의 산업적 최대 협력국은 중국이다. 알제리와 중국은 사회주의 역사와 제3세계 단결이라는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알제리 시장의 공산품 80프로가 메이드 인 차이나이고, 수도 알제에 신축중인 세계최대 모스크를 중국건설업체가 짓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협력관계가 알제리에게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변국들로부터 정치적 독자성을 지킬 수 있다는 순기능의 이면에는 물량과 가격에서 너무나 경쟁력이 강한 중국상품으로 인해 알제리 자체산업기반이 전무해졌다는 폐해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알제리는 신산업기반을 구축하기위한 대안적 파트너가 필요하고, 한국은 그 틈새를 매워 줄 괜찮은 후보국이라고 할 수 있다.
마크롱이 알제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알제리의 산업시장을 되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과거 프랑스에게 알제리는 아프리카로 향하는 교두보였고, 알제리는 독립 이후 국가를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암암리에 프랑스로부터 기술적, 인적 도움을 받았으며, 지금도 많은 알제리 젊은이들에게 프랑스는 유럽으로 나가는 출구가 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양국관계는 생각만큼 적대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알제리가 프랑스어와 아랍어를 혼용하고 있기에 정서적으로 매우 친밀하다.
아프리카에서의 입지를 회복하고자 하는 프랑스에게 유일하고 거대한 장벽은 알제리 정부의 완강한 외교노선. 과거사와 이슬람을 근간으로 하는 알제리의 외교노선은 국가정체성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앞으로도 쉽사리 바뀔 것 같지는 않다. 프랑스가 거대한 이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단순한 사과로는 한참 부족하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할 텐데 프랑스의 국내분위기가 그렇게 바뀔 가능성을 적어 보인다. 우리가 일본에 바라는 것과 알제리가 프랑스에 바라고 있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한 사과와 그를 증명하는 현실적인 조치없는 구애는 오히려 피해국에 대한 또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2. 중국, 알제리 통신위성의 개발과 발사 대행에 성공
ⓒ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12월 11일, 알제리의 첫 번째 통신위성이 우주에 안착했다. 알제리와 중국은 4년 전 통신위성 제작과 발사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은 자체 제작한 통신위성을 '창정(長征)-3B' 로켓에 탑재하여 쓰촨성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 26분만에 위성이 예정된 궤도에 진입해 신호를 보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위성 발사 성공 후 압델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양국간 전면 전략동반자 관계의 중요한 발현”이라면서 내년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협력을 더욱 강화하자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고“ 한다.
마크롱의 알제리 방문이 무색하게도 중국은 공산품이나 건설 뿐 만 아니라 첨단산업분야에서도 협조와 원조를 이어가고 있다. 통신위성으로 인해 그와 관련된 알제리의 여러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것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의 우주산업 상업화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10개가 넘는 통신위성을 수출하는 한편 벨로루시, 라오스, 브라질의 통신위성 발사를 대행했다고.
3. 현대차 중형버스 현지공장 설립
사진출처 - 글로벌이코노믹. 현대자동차 ‘카운티’ 2013년 모터쇼
글로벌 이코노믹 지의 보도에 따르면 2017년 12월 6일, 현대자동차 알제리 상용차 조립공장(KD)에서 중형버스 카운티(County) 1호차를 출시했다. 현대차는 알제리 정부가 수입차 쿼터를 축소하고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업체에 혜택을 주는 등 수출 여건이 나빠지자 현지 공장을 설립했으며, 오는 2020년까지 연간 생산 대수를 2만2000대로 늘리고 현지화 비율을 40%로 확대하는 한편,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판매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우주산업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춰 자체산업기반을 다지고자 하는 알제리의 정부정책은 한국과 알제리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4. 대우건설 하천복원공사 준공일정 차질
자본시장 미디어 ‘더 벨’의 2017년 12월 1일 기사에 의하면 5년 전 알제리에서 하천복원공사를 수주 받은 대우건설의 ‘엘하라쉬(El Harrach) 하천복원사업’ 준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대우건설은 가장 적극적으로 알제리에 진출한 기업으로 국교가 수립되기 이전인 1989년 알제힐튼호텔 건설 공사를 시작으로 해서 각종 토목공사와 공장시설 등 대형공사를 꾸준히 수주해 왔는데, 현재 진행 중인 하천복원공사의 경우 지난 4월 준공예정이었으나 12월 현재 공정률이 60%에 불과한 상태라고. 기사에 의하면 “대우건설 관계자는 "발주처가 엘하라쉬 하천 인근 민가와 가스관 등 지장물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이게 늦어지고 있다"며 "접근 도로의 보상 문제와 민가 이전, 기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여기에 유가 하락으로 알제리 정부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하천복원사업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알제리 때 이곳 현장에 방문한 적이 있다. 대우건설은 콘스탄틴 현지주민과의 친선을 위해 한류공연을 후원했고, 나는 공연단과 함께 그곳에 갔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마친 후 공사현장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비록 건설현장식당이지만 차린 음식과 직원들의 환대만은 호텔 만찬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융숭했다. 현장은 동부산악지역 콘스탄틴 인근으로, 현지에 파견된 한국직원들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벌판의 공사장에서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국인 직원은 모두 관리자로 근무하며, 기술력, 공사기간 준수, 신뢰도 등 모든 면에서 중국건설회사보다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화장실을 찾아다니다 우연찮게 현지근로자의 숙소 안을 볼 기회가 있었다. 컨테이너 방 안 침대와 옷가지, 가방 몇 개가 전부인 살림살이를 보며 외롭고 힘든 해외근로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직접 현장을 보았기에 이 기사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내용을 뜯어보자면 공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발주처(콘스탄틴 주정부로 추정)에서 먼저 치워줘야 하는 시설들이 있는데 조치가 늦어져 대기 중이라는 얘기. 관계자는 “큰 문제나 갈등이 발생한 것은 아니고 협의가 잘 이루어질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환대에 대한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