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알기 1 - 알제리, 마그레브, 여행과 안전

알제리에서의 열흘 3

by WonChu

알제리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그곳에 있는 내내 이 생각뿐이었고, 가장 즐거운 순간들도 그 질문에 대한 작은 해답들을 찾는 순간이었다. 알려진 것이 적은 탓에 발견의 기쁨이 컸다. 알제리로 떠나기 전 알아야 할 것들,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추려본다.


알제리


북아프리카 지중해지역의 이슬람국가로 아프리카에서 영토가 가장 넓고 세계에서도 10번째로 넓은 나라이며, 네 번째로 석유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이다. 지중해 해안선은 990Km, 남북한을 합친 우리나라의 세로길이와 비슷하다. 바다에서 사막 끝까지 세로거리는 2500km정도. 해안선을 따라 아틀라스 산맥이 솟아있고, 산맥의 남쪽 너머 국토의 85%를 차지하는 사하라사막이 펼쳐져 있다. 수도 알제를 비롯 지중해와 아틀라스 산맥 사이의 길고 좁은 지역에 인구의 95%가 사는데, 여기가 기후도 좋고, 물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다른 생명수인 석유는 사하라사막에 매장되어 있고, 사막을 건너면 진짜 블랙아프리카가 시작된다. 알제리에서는 사막 너머의 아프리카보다 바다 건너의 프랑스가 더 가깝다. 유럽에서는 아프리카로 여기지만, 아프리카에서 보면 유럽에 훨씬 더 가까운 나라가 알제리. 사막을 건너기보다 바다를 건너기가 더 쉬운 것이 현실이다.


참고로 ‘알제리’라는 나라 이름은 수도인 ‘알제’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알제’의 아랍어 공식명칭은 ‘알 자자이르(섬)’. 중동의 CNN인 방송국 ‘알 자지라’와 같이 ‘섬’이라는 뜻이다. 아랍어에서 ‘알’은 영어의 ‘더’와 같은 정관사로, ‘알라(신, 더 갓)’와 같이 정관사가 붙은 채로 하나의 단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곳을 애초에 섬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해변에서 뚝 떨져 있던 해상교역소가 마치 섬처럼 보였기 때문인데, 오늘날에는 그 해상교역소 자리가 도시와 연결되어 있어 원래의 의미는 퇴색되었다. 하지만 앞뒤로 바다와 사막, 좌우로 길고 쓸쓸한 해안이 있는 도시 알제는 여전히 섬이라는 이름에 제법 어울린다.


마그레브


북아프리카지중해 연안을 흔히 ‘마그레브’지역이라고 부른다. 아랍권은 크게 동아랍과 서아랍으로 나뉘는데, 동아랍은 과거 페르시아 지역인 중동지역이고, 지중해권 북아프리카 지중해지역, 모리타니, 서사하라,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는 서아랍, 즉 마그레브 지역이다. 특히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를 묶어 ‘마그레브 3국’이라 부르는데, 이 세 나라는 고대 카르타고의 영토였고, 이후에도 로마, 오스만, 유럽의 식민지로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차이라면 각자 지중해 건너편 가장 가까운 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모로코는 스페인, 알제리는 프랑스, 튀니지는 이탈리아의 영향이 컸다. 모로코와 튀니지는 개방적인 편이지만, 알제리는 비타협적인 이슬람 성향이 강하다.


마그레브는 ‘해가 지는 곳’이라는 로마어가 어원이라고 한다. 공인된 지역명이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현지인들은 그 의미를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북아프리카 지역이 유럽보다 해가 먼저 뜨는데 유럽인들이 그들의 시각에서 이곳을 변방 취급하여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어원의 정황을 되짚어보면 이는 동아랍지역의 로마인들이 서아랍지역에 붙인 이름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북아프리카는 해가 뜰 때보다 해가 질 때, 해가 떴을 때보다 달이 떴을 때 더 아름다웠다. 또 사하라사막의 황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니, 그렇다면 ‘마그레브’를 ‘해가 지는 곳’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해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여행과 안전


마그레브3국은 지형과 역사가 유사해서 관광자원도 비슷하다. 해안도시, 로마유적지, 이슬람사원, 서민주거지 카스바, 식민지시대 건설한 근대유럽식 도시, 아틀라스 산맥 산간의 협곡마을, 그리고 사하라 사막이 그것이다. 그 중 알제리는 모로코나 튀니지에 비해 관광업이 한참 뒤떨어져 있다. 독립 직후부터 사회주의를 채택해 30년간 서방과 소원하게 지냈고, 1991년부터 10년간 사회주의 기득권 세력과 강경이슬람 세력 간의 치열한 내전이 벌어져 외국인의 입국 자체가 어려웠다. 여행정보가 지극히 부족한 이유는 사회혼란으로 인해 여행자가 없었기 때문. 다행히 10여 년 전 실용주의 정부가 들어서며 정치가 안정되고 외국인 여행객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치안의 경우 대도시와 관광지는 비교적 안전하고, 사람들 모두 대단히 친절하다. 현재로서는 주변 이슬람국가보다 특별히 더 사건사고가 많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사전준비만 잘한다면 주요 관광지 정도는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도시 깊숙한 곳이나 오지를 자유롭게 다니기엔 아직 불안하다. 땅이 워낙 넓어 산간이나 사막 오지에 이슬람과격단체(IS마그레브 지부)가 숨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조금씩 관광이 활성화되어 가고 있으나 2,3년에 한번 꼴로 테러가 발생해 현재까지 국도의 대부분이 여행자제, 일부는 여행금지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므로 대도시에서 멀리 나가는 경우는 반드시 여행사를 끼거나 믿을만한 현지인과 같이 가야 한다. 특히 마그레브3국을 한 번에 여행하려 하는 경우 국경을 넘을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국경지대는 밀수가 성행하는 관계로 매우 위험해서 모로코에서 알제리를 거쳐 튀니지로, 혹은 그 반대방향으로 여행을 하는 경우 육로로 국경을 넘을 수 없다. 반드시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니 미리 이에 맞춰 비용과 일정을 계획해야 한다.


현재 알제리는 서서히 열리는 중이다. 치안이 다소 불안하기는 하지만 테러의 대상은 프랑스인이나 외국기업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관광지 중심으로 예의를 지키며 다닌다면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외국 관광객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시설이 미흡하다고 불평하는 여행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천성적으로 밝고 친절한 알제리 사람들과 섞여 지내면서 그다지 불편할 일은 없었다. 오히려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이 어느 나라보다 강해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질 수 있다.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여행자들의 미개척지. 꾸밈없는 풍경, 자연스러운 일상, 현지인들의 놀라운 환대를 경험할 수 있는 나라 알제리. 그 순수함이 증발되기 전에, 서로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가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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