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알기 2 - 언어와 인종, 음식과 술, 한국인

알제리에서의 열흘 6

by WonChu

언어와 인종


알제리는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섞어서 쓴다. 프랑스어만으로도 의사소통에 거의 불편함이 없다. 중고등학생이나 청년들은 학교에서 배운 기초적인 영어를 하지만, 영어로는 일상생활이 어렵다. 사막 오지로 가면 프랑스어도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종적으로는 아랍계 백인이 대다수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카르타고의 페니키아 셈족, 백인 원주민인 베르베르족, 로마와 프랑스의 유럽라틴, 오스만과 오토만의 아랍민족이 섞였기 때문에 생김새가 매우 다채롭다. 특히 인구 중 20%를 차지하는 베르베르민족은 북아프리카 백인원주민으로 베르베르어를 고집하며 카빌리 지역에 집단거주하고 있다. 아프리카이지만 흑인은 거의 없다. 유럽, 아랍, 아프리카 문화가 공존하는 알제리인에게 한국인은 특별히 낯선 인종이다.


음식


알제리로 떠나기 전 어디선가 먹을 것이 없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근거 없는 소리이다. 요리가 다양하진 않지만 기본적인 식재료들이 풍부하고 신선해서 음식이 아쉽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빵과 주스, 정말 맛있는 바게뜨가 믿을 수 없이 싸고, 바게뜨 사이에 꼬치를 끼워주는 샌드위치(불어로 썽드위치, 2,3천원대)는 지금까지 먹어본 중 가성비 최고의 음식. 주스의 경우 과즙과 탄산의 비율이 절묘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라라서 주스에 심혈을 기울인 듯 각종 혼합과일음료와 벌꿀 탄산음료 등 한 병만 마시고 일어나기엔 언제나 아쉽다. 양고기는 여기 사람들도 자주 못 먹을 정도로 비싸다지만 어느 식당에서 먹어도 신선하고 부드럽다. 시장에서 파는 양머리구이를 먹어보지 못했는데 지금도 그 맛이 궁금하다. 커피는 주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잔뜩 넣어서 먹는다. 수동기계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의 맛은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격 대비 훌륭하다. 로컬 카페의 에스프레소 한잔이 우리 돈 300-500원. 물론 호텔이나 중심가 카페에서는 자리 값이 붙어 몇 천원씩 한다. 담배는 독한편이다. 같은 담배라도 가게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1500원에서 3000원 사이.



이슬람 율법에 따라 금주가 원칙이다.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드물고 매우 비싼 편이다. 지구상에서 이란 다음으로 술을 마시기 어려운 곳일 듯. 술을 가장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은 특급호텔 라운지이다. 350미리 작은 병맥주가 5천 원 정도한다. 알제리 산 와인이나 위스키가 오히려 실속 있다. 친구가 애주가인 탓에 우리는 거의 매일 밤마다 현지인들이 가는 술집을 찾아 헤매 다녔다. 현지의 관습에 순응하는 편인 나는 한사코 술을 구하려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열망이 너무나 강해 밤에는 나돌아다니지 말라는 현지 공관의 강력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거리로 따라나섰다. 잔뜩 긴장을 하고 거리로 나갔으나 남자 둘이라서 그런지 다행히 별 탈은 없었고, 그 덕분에 알제리의 밤풍경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광장이나 거리는 썰렁했고, 모여서 게임을 하거나 차를 마시는 남자들 무리들과 가끔씩 마주쳤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자기들끼리 잠시 논쟁을 벌이는 모습에서 외국인에 대한 그들의 복잡한 속내를 느낄 수 있었는데, 결국 그들은 촬영을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더 정확하게 친구는 알제리 중심가에서 늦은 밤까지 술을 파는 식당을 두 군데나 찾아내고 말았다. 손님은 주로 프랑스계 학생들이나 이민자들로 보였고, 역시 이곳에서도 축구를 틀어놓고 있었다. 두 가게 모두 11시가 넘으면 셔터를 내리고 불법영업을 하면서도 바 한쪽에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고 있었다. 오직 술만 팔뿐 안주는 없다. 상업도시 ‘오랑’은 알제보다 개방적이라서 술을 먹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짧은 일정 탓에 오랑을 가볼 수는 없었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술을 마시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식당이나 주점은 아예 없고, 병째로 파는 창고 분위기의 술가게가 군단위에 하나 정도 있었다. 술을 사고 나서도 지역사회의 눈을 피해서 마셔야 한다. 거리는 물론 식당, 호텔 객실에도 금주. 결국 어둑한 방파제 끄트머리나 컴컴한 축구장 구석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마셔야 한다. 캔맥주를 산 우리는 술 마실 곳을 찾다가 방파제 가로등불 아래서 선채로 마셨다. 중년의 나이에 숨어서 마시는 맥주의 씁쓸함이란.


한국인에 대한 인식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아주 좋은 편이다. 알제리의 외국인은 주로 프랑스 사람이 많고, 아시아계는 중국에서 온 건설노동자가 대부분이다. 독립이후 30년간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 중에 중국과의 교류가 가장 많다. 시장의 공산품 80%이상이 중국산이고, 큰 건설현장은 주로 중국회사가 맡고 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거의 없다.

알제리 사람들은 중국, 한국, 일본이 같은 말을 쓰는 줄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한국인을 처음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매우 반갑고 놀라워하는데, 스마트폰과 자동차 얘기를 하며 중국인보다 한국인이 스마트하다고 말한다.

놀라운 것은 알제리에도 K-POP과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번은 공연장 앞에서 4명의 10대 여자아이들과 마주친 적이 있다. 알제리 여자들은 외출할 때 히잡으로 얼굴을 가리고 외간남자와는 눈도 마주치길 꺼려하는데, 어린소녀들이 흥분한 표정으로 우르르 달려오더니 내 앞에 서서 발을 동동 굴렀다. 너무 당황해서 내 뒤에 누가 있나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아재거나 말거나 단지 한국에서 온 남자인간을 실물로 본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나는 괜히 미안해서 “아임 낫 아이돌, 낫 싱어.” 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그중 한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한국어를 했다.

“사진 찍어요. 제발요~”

아이돌은 아니지만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사진을 찍었다. 나도 모르는 가수, 나도 모르는 노래를 좋아하는 그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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