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그 사람은 늘 제 주변에 앉았습니다. 속으로 그 사람을 '소음남'이라고 칭했죠. 너무 거슬렸어요. 소음남은 공부를 할 때면요
“오예! 드디어 풀었다”라거나, “우 씨! 열 받네!” 하면서 아주 생중계를 했습니다.
정숙해야 할 도서관에서 너무 소란스럽게 있다 보니, 근처에 앉던 공무원 준비생 언니가 소음남의 짐을 딴 데다 가져다 놔버렸어요ㅋㅋ
소음남이 나중에 와서 그걸 발견하더니
"어? 내 짐 어딨지?" 또 큰소리로 혼잣말을 하더니
자기 짐을 찾아선 다시 원래 자리로 오는 겁니다..
나처럼, 같은 자리를 계속 지키겠다는 결심 같은 걸 한 걸까 슬쩍 궁금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친구에게 다 들리는 귓속말을 하는 겁니다. 저를 가리키면서...
“이 친구 진짜 열심히 한다. 그래서 얘 옆에서 해야 나도 공부 잘돼”
푸하하. 왜 소음남이 늘 그 자리에 앉는지, 이유를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 사람만 보면 피식 웃음이 났어요.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서로 초콜릿도 나눠주고, 어느새 말을 트게 됐어요.
알고 보니 저보다 9살이나 많은 대학 졸업반. 토익 공부를 하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에게 매일 영어 일기 검사도 받곤 했답니다.
그분은 저에게 늘 간식을 챙겨주고, 제가 외로울까 봐 걱정해주시고, 반대 방향인 집까지도 종종 데려다주셨어요.늦은 저녁 집에 가던 일에 공원에 들러서 산책도 하고, 가끔는 드라이브도 시켜주셨죠. 한 번은 다니던 도서관이 공사를 해서 문을 닫자, 다른 도서관에서만나서 같이 공부하기도 했어요.
어느새 그분은 하루종일 제 머리에 둥둥 떠있는 존재가 되었죠. 그분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분만 보면 웃음이 나는 상태가 통제가 안 됐죠... 이게 뭔가, 병인가 싶었어요. 처음 느끼는, 처음 겪어보는나였어요.
그게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죠.
첫사랑에 빠지고 나니, 세상에 수많은 사랑 노래나 로맨스 영화가 내 얘기 같은 거 있죠?
음악은 공부에 방해된다고 취급했던 제가, 늘 음악을 듣게 됐어요. 그리고 제 감정과 생각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죠. 너무 소중한 순간들 같아서요. 사랑의 감정을 어쩔 줄 몰라서 음악, 글,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되었고. 어느새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