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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and story Apr 01. 2021

온종일 한 사람만 생각하는 거, 병이 아닐까..

자퇴 후 펼쳐진 삶 (3)

어이없음, 피식 웃음, 호기심, 고마움

그러다가 그에 대한 생각을 통제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때.

세상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그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을 때.

그와 함께하는 미래만이 의미가 있을 것 같을 때.


너무 벅찼어요. 이런 나의 상태가.

생전 처음 느끼고 겪어보는 것이었거든요.

그를 생각하면 몸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 같았어요. 얼굴은 뜨거워지구요.

이래서 사랑을 열병이라고 하는 걸까?


로맨스 영화나 노래가 너무도 내 얘기 같은 걸 보니

이런 걸 사랑이라고 하나 봐요.


이 정도면 병 아닌가 싶더라구요.

어떻게 몇 달 동안, 한 사람에게만 촉각이 곤두서 있을 수 있냐구요.

제 심신의 레이더가 모두 그를 향해 있었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어릴 적 저는 얼굴이 잘 빨개지던 아이였거든요. 그리고 단순히 '좋아한다'라고 표현하기엔 몸과 마음의 증상들이 너무 신기하다 싶었어요.


그와의 추억이 쌓여갈 때면 황홀하다 싶다가도,

하... 공부해서 대학 가야 하는데.. 하는 자각이 들었죠.


공부 열심히 따라잡아서 명문대 간다는, 자퇴의 표면적(?) 명분을 지켜야 했으니까요. 또 무엇보다, 그래야만 그에게 자랑스럽게, 당당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와 가까워져 갔지만, 이성 관계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어요. 저에게 친절하고 따뜻했지만, 그 이상은 헷갈렸어. 그래서 대학이라도 가야 그에게 내 마음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학 가려면 1년 이상 남은 거 있죠.


문제는, 그때까지 그 상태를 감당하는 게 너무 벅찼어요.

혼자만의 상상, 혼자만의 환상 속에 갇힌 것만 같았거든요.


이 환상을 깨야 한다.


그를 좋아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수없이 했지만,

결코 통하지 않았어요. 내가 그에게 얼마나 빠져있는지 깨닫는 계기만 됐을 뿐이에요.










상상도 못 한, 최후의 수단이 남아있었죠.








바로, 고백입니다.


평소에 뭔가를 크게 좋아하지도 않고, 눈물도 없고, 감정 표현도 별로 없던 저.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세상 보편적인 대답을 찾아 헤매던 나.

그런 내가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다구?


결코 나답지 않은 행동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그를 생각하며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 상태가 너무 버거웠어요. 내려놓고 싶었어요.


내 마음을 받아줄 것 같지는 않은데... 고백을 할지 말지 수백 번은 고민했을 거예요.


그에게 문자를 보내봤어요.


"하고 후회하는 게 나을까요, 안 하고 후회하는 게 나을까요?"


"당연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바보같이, 그의 대답에 용기를 내기로 했어요. 어쩌면 답정너였을 거예요. 이 무거움을, 고백이란 걸 함으로써 털어내고 싶은데 확신을 주는 무언가가 필요했던 거겠죠.










며칠 뒤

그에게, 할 말이 있으니 도서관 뒤 산책로에서 보자고 했어요. 산 정상이 있는 짧은 산책로였거든요. 정상에 도착하기 전에 말을 해야 하는데...


정말, 정말, 정말,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좋아한다'는 이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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