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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and story Apr 02. 2021

고백은 처음이라서

자퇴 후 펼쳐진 삶 (5)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길거리에서 손은 잡고 다닐 수나 있을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무슨 의미이지... 10년이 지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알 것 같지만, 그때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마음이 너무도 진심이고, 이렇게나 크고, 특별한데... 그 자체가 중요하지, 뭔가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걸까?


"뭔가를 바라고 말한 건 아니에요."


"선생님 좋아하는 그런 마음일 거야. 대학 가면 멋있는 애들 많아. 그때 가면 딴소리할 거야 분명"


"그렇게 정리될 정도의 마음이 아니에요. 마음이 너무 커서, 정말 힘들어요. 이런 적이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요. 그래서 말한 거예요"


"내가 잘못한 걸까. 미안해. 공부하는데 방해됐겠다."


하필, 고백이 거절당한 그 순간에 반딧불이가 나타났어요. 반딧불이를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사랑이 이루어졌을 때 나타났다면 참 낭만적이었을 텐데 말이죠...


그는 계속 저를 타일렀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감정과 머리가 복잡해서 잘 들리지도 않았구요.


거절당했다는 창피함,

혼자만의 환상이었다는 충격,

그리고 무엇보다

앞날이 막막했어요.


고백하면, 열병 같은 사랑이 좀 줄어들 줄 알았는데, 이 버거운 짐을 좀 내려놔주길 기대했는데...


이게 웬걸, 이상하고 막막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싱숭생숭함까지 더해졌니까요.


또, 새로운 세상이네요. 참 감당하기 힘든 세상.


익숙하던 세계, 아늑하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왜 난, 고백이란 걸 해버렸을까. 더 감당하기 힘들어졌어...


"앞으로 저희 보지 말기로 해요. 연락도 하지 말구요. 도서관도 이제 안 올게요."


"아니야 그러지 마. 네가 이 도서관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는데... 차라리 내가 안 올게."


"아니에요. 이 도서관 와봤자... 생각만 더 나죠."



생애 첫 고백, 생애 첫 차임, 생애 첫 반딧불이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때 무지하게 힘들었어요.

어느 정도로 힘들었게요?



올해로 딱 1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힘든 일이 있으면,

그때 즐겨 듣던 노래를 일부러 종종 찾아 듣곤 해요


노래는,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마법의 기능이 있잖아요.



'그래, 지금 이렇게 힘들어도.

그때가 더 힘들었지.' 하면서 현재를 위안하곤 합니다.


물리적인 고통의 크기로, 그때가 더 컸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처음 겪는 일이라서... 그랬을 거예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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