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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Nov 20. 2018

어쩌죠, 폰트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내용증명이 날아왔어요

글자 폰트와 프로그램 저작권 남용과 대비

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최근에 이상하리만치 '폰트 저작권'에 대해 여러 곳에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폰트에도 저작권이 있는지

외주 맡겨서 받아 사용한 것뿐인데 저작권 침해인 것인지

무조건 형사처벌받는 것인지

법무법인 이름으로 내용증명 날아와서 너무 무섭다라든지

등등.

그래서 이참에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폰트의 저작물성


폰트도 저작물일까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폰트란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이 글자 이미지 자체일 거예요. 그런데 폰트의 저작물성을 따지기 앞서 '폰트 이미지'와 '폰트 프로그램'을 구분해야 합니다. 판례가 '폰트 이미지'는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고 '폰트 프로그램'만 저작물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폰트 이미지'는 말 그대로 글꼴 자체를 말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글꼴 자체'이죠. 그런데 '폰트 프로그램'은 "컴퓨터나 프린터 등의 기기에서 글자를 나타내기 위한 목적으로 폰트 도안을 디지털화하여 화면에 표시,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적인 데이터 파일"을 의미합니다(한국저작권 위원회 보도자료, 폰트 저작권 제대로 알고 이용하기, 2016, 1면). 프로그램에 친하신 분들은 쉽게 이해가 가겠지만, 문돌이인 전 처음에는 선뜻 이해가 안갔습니다.


판례는 '서체 도안'의 경우 주된 목적이 실용적인 기능에 있기 때문에 미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 및 가치가 없는 한 저작물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폰트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서체의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좌표값'과 그 지시, 명령어를 선택하는 것에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으므로 저작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94누5632, 99다23246, 98도732 참조


정리하면, 폰트 프로그램  또는 파일은 저작물인 것이고 폰트 이미지나 도안 그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라고 기억하면 됩니다.




#어떤 경우에 폰트 저작권 침해가 될까요?


1. 음식점을 개업하기 위해 간판업체에 간판을 의뢰하여 간판을 설치했음. 폰트 회사가 내용증명으로 자사의 폰트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내용증명을 보내옴.
2. 고객에게 직접 이미지를 받아 자수를 새겨주는 영업을 하고 있음. 고객이 유료인 폰트 이미지 파일을 자수업자에게 전달하여 그대로 본떠 자수를 새겼음. 해당 폰트 업체가 자수 업체에게 폰트 프로그램 이용 없이 폰트 이미지를 사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내용증명을 보내옴.


위의 사례는 실제 사례입니다. 그것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이지요. 위 두 사례의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까요?


아니요.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일부 폰트 개발업체와 법무법인이 저작권 침해가 아님에도 위와 같은 내용으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폰트 도안, 이미지' 자체는 일반적으로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사례에서 간판업체가 폰트 프로그램, 파일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간판을 만든 것이라면 그 간판을 사용하는 음식점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 간판업체가 저작권을 침해한 것입니다. 즉, 외주를 통해 결과물을 의뢰한 것이라면 의뢰한 도급인이 그 결과물을 사용하더라도 그 책임은 외주업체에 있는 것이죠.

두 번째 사례의 경우에는 자수 업체가 폰트 파일, 프로그램의 이용 없이 폰트 이미지 자체만 사용한 것이므로 폰트 업체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닙니다.



3. 개인용 또는 비업무용으로 구매한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고 설치 중에 개인용, 비업무용 사용 동의를 체크하였음에도 업무용으로 이용하였음. 어느 날 내용증명으로 사용 허락 조건 위반하여 이용하였으므로 저작권 침해라고 내용증명이 옴.

이런 사례도 종종 발생합니다. 문제는 앞선 사례들보다 조금 아리송하죠? 결론적으로 말하면 민사상 계약 위반 문제이지 저작권법 위반(형사 처벌)은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시는 부분인데요. 저작권 침해는 민사상 손해배상뿐 아니라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무서운 것입니다. 그런데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단순히 계약 위반이라고 인정되면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닌 것이죠(저작권법 위반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권리자가 이를 남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1. 법무법인이 내용증명 보냈다고 해도 무조건 쫄지 말자


 개인이 아니라 법무법인의 명의로 내용증명이 오면 다들 겁을 먹더라고요. '법무법인을 통해서 내용증명을 보낼 정도면 내가 잘못한 게 확실한가 보다', '상대방이 법무법인이니 싸워봤자 돈만 더 들고 내가 지겠지'. 여러분! 바로 이것이 악덕 상대방과 법무법인이 원하는 반응입니다. 애초에 따질 의지조차 꺾이게 만드는 것. 하지만 너무 겁먹고 쫄지마세요. 무엇보다 침작하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작권위원회나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다가가기 쉬운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해보세요. 내용증명에서는 대체로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막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겁을 주지만, 답변 기한 내에 답을 주면 되고 필요하면 시간을 좀만 더 달라고 요청하여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주변에도 보면 겁먹고 바로 합의금을 주거나 터무니없는 비싼 금액의 패키지를 덜컥 구매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2. 역공해보자


 악덕 상대방과 악덕 법무법인은 저작권 침해가 아닌 줄 알면서도 일단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답변으로 사기죄, 공갈죄로 역공할 수도 있습니다.

형법 제347조(사기)①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50조(공갈)①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앞선 사례에서처럼 단순히 폰트 이미지만을 이용하거나 계약조건 범위를 넘어서 사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죠. 저작권 침해가 아닌 줄 알면서도 형사고소하겠다며 고액의 패키지 제품을 강매하거나 합의금을 요구한다면 공갈죄 또는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법률전문가인 법무법인을 통해서 위와 같은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라면 '기망'에 대한 입증이 보다 수월할 수 있겠죠.


그런데 실제로 저작권법을 침해한 경우라도 때에 따라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비록 폰트 저작권자가 정당한 권리자이고 상대방이 폰트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 불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고액의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무조건 고소하겠다며 겁을 준다면 공갈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94도2422 판결 참조).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요?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일반적인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될 수 있습니다. 악덕 저작권자와 악덕 법무법인은 위와 같은 '무시무시'한 처벌조항으로 겁을 주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경미한 손해를 입혔거나 초범의 경우에는 징역형이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대체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또는 소액의 '벌금형'이 나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제가 이전에 썼던 글을 참조해 보세요.

https://brunch.co.kr/@wonderboy99/32




아, 그리고 오늘의 사족. 제가 이러한 글을 쓰는 이유는 억울하게 당하지 말고, 부당하게 권리남용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제 글을 악용하면 제가 좋은 정보를 전달해드릴 욕구가 없어진답니다. 그럼 뿅.



* 최앤리 법률사무소의 최철민 대표변호사가 스타트업 / 중소기업에게 꼭 필요한 법알약을 매주 처방해드립니다. 최앤리 법알약 뉴스레터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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