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워킹맘 로그

"회식... 뭐시 중헌디"

by Wonderfull

직장 회식 문화는 팀원의 부서이동, 사직과 같은 큰 이벤트가 있을 때 주로 한다. 외국계 회사여서 각자 업무로드에 맞춰 퇴근시간이 많이 다르기에, 한 번의 회식에서 응축된 에너지와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래서 대부분 언제 올지 모르는 회식이라며 밀린 일을 뒤로하고, 참석한다.


워킹맘이 된 나는 남들보다 1시간 앞당겨 출퇴근을 하고 있고, 오후에는 거의 재택근무를 하기에 회식을 참여하는 것부터 고민이 되었다. 의무적으로 가야 할 필요는 없지만, 드문 자리이고 때론 책상 밖에서 오가눈 대화에서 막혀 있던 일들이 풀리기도 하기 때문이 가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결론은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지우 목욕을 시키고, 재울 준비를 하고, 바톤터치 후 회식장소로 향했다. 모두가 모여 있는 자리에 1시간 늦게 도착했고, 뒤쳐진 분위기 속도를 맞춰가며 어울리다 보니 어느덧 회식의 막바지에 이르러 11시,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다. 평소 9-10시에 아이와 함께 잠이 들고, 새벽 수유를 하며 지냈기에 밤 11시를 넘겨 지하철을 타는 모습이 낯설었다.


터벅터벅 집에 들어오니 12시. 집안은 남편과 아이의 숨소리로 고요했다. 수유등 빛으로 보이는 아이와 남편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이상했다. 하루 종일 바깥일로 고생하고, 집에 들어와 아이와 고군분투했을 남편과 엄마 아빠의 지친 웃음에도 좋다며 웃어주다 잠들었을 지아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이 먹먹했다.


회식, 그거 꼭 가야 했을까? 아이가 잠잘 때 옆에서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놀아주는 게 중요했을까? 하루 종일 남처럼 지낸 남편과 하루 일과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일상을 나누는 하루가 중요하지 않았을까? 오늘의 선택이 나에게 최선이었을까? 어쩌다 한번 있는 회식이기에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달빛에 비치는 아이와 남편의 얼굴을 보니 일상을 일상처럼 하지 못해 미안한 건 왜일까.


워킹맘으로 때론 아이를 선택하고, 때론 일을 선택하고, 때론 가정을 선택하게 될 미래에 나는 늘 이렇게 전전긍긍하며 있을 것 같아 무서웠다. 혹자는 육아가 중요하다고 하기도 하고, 직장이 있는 개인 라이프가 잘 세워져야 한다고도 한다. 둘다를 놓지 못하는 욕심쟁이 마음은 둘 다 적당히 세워지길 바라며 현명하게 선택하고, 적절하게 슬퍼하길 기도하고 있다. 그렇게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갈 뿐이라고 토닥토닥하며.. 둘 다 중요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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