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가 퇴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얼마 전 회사 내에서 친했던 동료가 나에게
"도저히 못해먹겠어요. 짜증 나서 이직해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뻔하게도 "왜요? 뭐가 문제인데요?"라고 물었고 그는 "우리 회사는 조직문화가 문제예요. 정보공유도 안되고 군대식 문화에 느려 터진 의사결정까지 답답해 죽겠어요."라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들 중에 한 번쯤은 퇴사를 생각 안 해본 사람은 없고 사람마다 제 각각의 이유를 대곤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고
나의 현재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고
나와 맞지 않는 상사나 동료 때문에 나가고 싶은 사람도 있고
새로운 배우는 게 없다거나 권태로움을 느껴 나가고 싶은 사람도 있다.
각자 제 각각의 이유가 있으며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조직문화가 뭐길래 회사를 입사하거나 퇴사하는 이유가 되고 있는 걸까?
최근 취업 관련 뉴스나 통계/설문자료를 보면 취업을 준비하는 예비 직장인이나 다른 직장을 찾고자 이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일명 취준생)에게 있어서 직장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기업문화 혹은 조직문화'가 된지는 꽤 됐다.
나의 경우에도 퇴사자 면담을 하다 보면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과 이유를 자주 듣고 있으며
퇴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과거보다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과 부적응으로 인한 영향이 높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일을 하는 직장사람 입장에서는 일이 마음에 안 들거나 사람 관계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면
부서장이나 인사팀에 얘기해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조직문화가 맞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얘기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것을 느낄지 모른다.
조직문화라는 녀석이 특이한 면이 있어서 남들은 다 그렇다고 하는데 나만 아니라고 하기 어려운 것처럼 쉽게 설명하거나 바꾸기가 정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 여러 다양한 조직문화를 많이 경험한 편인데 회사의 조직문화가 구성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면
1. A회사에서는 남녀가 같이 밥을 먹지 않는다 라는 문화가 있었다.
나의 경우 경력직으로 입사한 회사였는데 내가 처음 온날 그리고 1년에 한 번 있는 팀 회식 날을 제외하고는 우리 팀의 여자사원과 같이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으레 다른 회사나 조직이 그렇듯이 그저 끼리끼리 뭉치는 것이거나 팀원 사이가 서먹해서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으나 다른 팀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 이유를 물어보니 먼 옛날(불과 5년 전쯤)에 남자사원과 여자사원에게 주어지는 업무가 달랐고 업무가 다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오해와 질투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밥을 같이 안 먹었다는 것이다. 물론 2020년 현재에는 당연히 이런 것들은 없어졌지만 이상하게 문화로 남아있었다.
내가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건 왜 이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였다. 친한 직원에게 물어보니 "불편한 게 딱히 없고 굳이 같이 먹어야 할 이유도 없잖아요."라는
충격적인 답변을 했다.
2. B회사에서는 퇴근시간 이후 30분 동안 남아 있는 대기시간이 존재했다.
마찬가지로 이 경험도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을 때 경험했던 일인데 입사 첫날 퇴근시간(6시)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단 한 명도 퇴근하지 않는 상황이라 할 일이 없어 쭈뼛쭈뼛 대고 있었다.
(보통 입사하고 첫날부터 일주일 정도까지는 PC 세팅하고 인수인계받는 것도 있고 일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라 크게 할 일이 없다.)
처음에는 다들 일이 많아서 퇴근을 안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으나 6시 30분이 되자마자 모든 직원들이 퇴근을 시작했다. 당시 같은 층 사무실에는 7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었는데 6시 45분이면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무려 15분 만에 70명이 치열한 엘리베이터 경쟁을 뚫고 퇴근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이때도 왜 6시 30분까지 남아 있느냐고 물었더니 "30분은 매너 타임 같은 거예요. 6시에 딱 칼퇴하면 버릇없어 보이기도 하고 일없고 한가해 보이잖아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겉으로는 "아~ 그럴 수 있겠네요."라고 대답은 했으나 속으로는 30분 늦게 간다고 버릇 있고 일 많은 사람이 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앞에서 얘기한 사례는 조직문화의 한 가지 단편으로 볼 수 있다.
조직문화는 회사나 일의 특성, 일하는 방식, CEO나 경영자의 의지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도 일부 있겠으나 의도하지 않게 어쩌다 보니 관행처럼 만들어지는 조직문화도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한번 굳어진 조직문화는 특별한 변화의 계기나 조직 내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데 있다. 긍정적인 조직문화는 괜찮지만 바람직하지 않거나 비효율적인 조직문화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조직문화로 인해 신입사원이나 새로운 사람들이 적응하기 어렵고 퇴사하게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문화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어떤 조직문화든 각 조직이나 회사의 상황이나 일하는 방식,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조직문화가 좋은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선 듯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문화는 쉽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선할 수는 있다.
필자가 위에서 얘기한 사례들의 경우도 이에 해당하는데 조직문화로 인해 조직원들이 이탈하거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장애물이 되고 있다면 조직문화는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과제이다.
개선의 출발점은 [무엇이 바람직한 조직문화이고 우리 회사와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적합한 조직문화인가?]에 대한 질문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 말하는 방식에 대한 인식(Cognition)조차 되지 않는다면 조직문화 개선은 시작할 수 조차 없다.
지금까지 조직문화가 그저 관행과 제도, 예전 방식의 잔재로 남아 있는 관성과 같았다면
이제는 우리에게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조직이 급변하는 시대와 환경,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적응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