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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neim Nov 14. 2019

나는 조직 부적응자다.

조직 부적응자의 이야기

나는 조직 부적응자다.

나는 직장에서 조직 부적응자였고 B급 직장인이었다. (물론 지금도 A급 직장인이라는 확신은 없다.) 

직장생활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신입사원 때 졸업반에 취업했다는 기쁨과 나도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에 행복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팀장이나 선배들이 시킨 일은 새벽 택시를 타면서까지 마무리했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일도 먼저 손들고 도맡아 했다.


그렇게 나는 열심히 일을 했지만 어느 순간 나는 조직부적응자 였고 B급 직장인이 돼있었다.


내가 신입사원이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나는 남들의 일을 항상 우선순위에 두고 일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빈번하게 내게 주어진 일을 제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고 야근을 하는 날이 안 하는 날보다 점점 많아졌다.



그러다가

칭찬이나 수고했다는 말을 듣는 날보다

혼나거나 지적하는 말을 듣는 날이 많아 졌다.

그래도 나는 배우는 신입사원이니까 나이도 어리니까 다독이면서

묵묵히 조용하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일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갔고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갔으며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점점 조직부적응자 이자 B급 직장인이 되어갔다.


내 일은 남이 해주지 않더라.

직장생활 3년 차가 지났음에도 나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달라진 것이라고는 신입사원이었던 나에게도 후배라는 사람들이 생겼고 나의 명함 속 직급이 달라졌으며 조금은 익숙해졌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나의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아직도 혼나고 있었으며 남의 일을 도와주느라 나의 퇴근은 항상 달이 떠있는 저녁이었다.

그런 나에 대해 부서장은 면담을 하면서 "직장생활 요령 있게 해라."라는 말을 해주었지만 내 상황을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어떻게 해주지는 못했다. 나의 상황은 나만이 해결할 수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으나 직장'생활'은 시간이 지나도 어렵기만 했다. (일보다는 정말 직장 내 생활 그 자체가 어려웠다)

 

직장생활 요령 있게 해라



직장생활 요령이라는 게 참 어렵기만 했다.

그리고 이제는 조용히 묵묵하게 일하는 짓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후에 요령 있게 일하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하루 해야 할 일을 체크리스트로 만들기도 하고 남들이 부탁하는 일을 거절하기 위한 방법도 익혀서 써보기도 했다.


* 요령 : 뭔가를 잡아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람에게 “요령 없다”는 말을 쓴다. 핵심, 중요한 무엇, 문제를 풀어가는 실마리 등의 뜻을 지닌 단어가 요령(要領)이다.


소속 팀장에게 내가 주어진 상황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업무분장을 요청하기도 했다. 내가 얼마나 우리 회사를 위해 그리고 구성원들을 위해 일하는지 조금씩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내가 말하기 전까지 내가 해야 하는 일 외에 잔업이 많은지 몰랐다. 내가 왜 야근을 하는지 그리고 회사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지 알지 못했다. 3년이 지나 그들에게 내가 직접 말을 하기 전까지 그들은 전혀 몰랐다.
묵묵히 일했던 날들과 거절하지 못해 마음고생했던 날들, 하늘에 떠 있는 달과 함께 집에 갔던 날들이 무색하게만 느껴졌다.


조직부적응자도 직장생활 요령이 생기더라.

이때의 경험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고 일을 요령 있게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금도 A급 직장인은 아니지만 노력하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아직도 어렵다.)

주변에도 나와 같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내일보다 남일을 처리하느라 야근하는 사람 등 조직부적응자이자 B급 직장인들을 목격할 때마다 묘한 동지감과 함께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 조언을 하더라도 내 얘기를 해주더라도 그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선뜻 말을 걸지 못한다.

그들에게도 내일 남이 해주지 않듯이 그리고 요령 있게 해라 라는 말밖에 내가 못 해주듯이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고 그들도 조금씩 나아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 조직부적응자라고 느끼는 사람.

거절하기 어려운 사람.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내일보다 남일이 더많은 사람. 혼나는 날이 더 많은 사람들 모두 

요령 있게 일하고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남일보다 내일을 우선하고 제시간에 퇴근해도

직장 부적응자여도 B급 직장인 이어도 괜찮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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