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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neim Dec 06. 2019

회사에 너무 정 두지 마라.

우리는 그럼에도 또다시 기대하고 좌절하게 된다.

그 선배는 회사에 너무 정 두지 말라고만 얘기했다.

필자가 신입사원 티가 아직 남아 있던 때에 선배가 저녁을 먹으며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회사에 너무 정 두지 마라."라고 무심하게 말했고 나는 그 말이 무슨 의미 인지 모른 체  

그저 선배의 충고겠지 정도로만 이해하며 "네"라고 대답만 했다.


이후에도 그때 그 선배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유를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얼마 전 문뜩 그 선배와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서 생각이 났고 

지금은 대략 어떤 의미였을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였는지 얘기를 하자면 그 당시 나는 회사일에는 어느 정도 익숙한 

대리라는 직급을 가지고 있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회사에서 인간관계로

고민해보기도 했고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으며 

회사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고 아마 그 선배와 출장을 갔던 

그때가 직장생활에서 가장 내가 힘들어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일에 대한 나의 열정도 예전 같지 않았고 

일을 하는 성취감보다는 그저 익숙한 일로서만 다가왔으며

회사라는 그 자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좌절감과 무력감이 있었던 때였다. 


그때가 저녁을 먹으며 선배가 나에게 "회사에 너무 정 두지 마라."라고 얘기했던 때였고

나의 직장생활이 권태로워지려는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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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선배는 왜 나에게 이런 말을 했을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 선배도 그때의 나와 같은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거의 대부분의 직장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과정을 거쳐왔거나 지금도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와 같은 신입사원들은 회사라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희망과 함께

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 같은 일부의 직장 사람들은 내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루지 못함에 실망하고

나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함에 상처 받고 사회와 회사 안에서의 불합리함에 좌절하면서

회사라는 곳이 생각보다 차갑다는 사실에 지쳐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배가 말했던 정을 두지 말라고 말 한 이유는 내가 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일방적인 

희망과 기대감이 좌절되었을 때 돌아올 후폭풍을 알기에 그리고 그런 내가 위태로워 보였기에 말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나도 그 선배와 비슷한 직장 경험을 겪고 나서야 그리고 

그때의 나와 같은 시기를 겪는 여러 명의 후배를 보면서 그 선배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럼에도 좌절하고 또 기대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원하고 기대감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 기대감이 내가 예상하지 못하거나 부족함을 느끼게 되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기대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필자의 후배도 이러 과정을 겪는 중에 나에게 한말 중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다. 

"선배. 회사에 내가 일한 것을 돈으로 보상해달라는 말이 아니에요. 그냥 내가 노력하고 기여한 것에 대해 조금만 인정해주고 알아주기만 하면 좋겠어요. 그냥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라는 말 한마디면 돼요."



그 후배가 하는 말에 공감했지만 내가 그에게 고생했다 그리고 고맙다 라는 얼마나 했는지 

나를 부끄럽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그 마음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나는 정작 실천하지 못했다. 


직장생활에서 모든 사람들이 노력만큼 인정받는 이상적인 모습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우리는 우리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그 보상이라는 것이 작은 말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어쩌면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지만 그럴 여유가 없거나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변명처럼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라서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특별히 칭찬해야 되는 일이 아니라서 

회사라는 곳이 원래 그랬으니까 라고 말하며 나도 그랬는지 모른다. 


누군가 좌절하고 힘들어하고 지쳐있다면 그들에게 말해주자. 

정말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그리고 네가 있어서 정말 든든하고 다행이라고 말해주자. 

그러면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위안을 받을지도 모른다. 


- 직장 방랑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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