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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neim Nov 08. 2019

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최근에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이슈화가 되고 있다. 필자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게 설마 있겠어하는 쪽이었고 이전까지 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었다.

직장생활 하면서 내가 이런 일을 당하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의 시작은 이직으로부터 시작됐다.


시작은 이직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본인은 대리 2년 차 경력직으로 인사팀으로 입사를 했다.

입사 전 면담을 할 때 소속 팀장은

"네가 나이가 직급이나 연차에 비해 어린 편이라 잘 적응하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거다."라는 말을 들었고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그래. 굴러들어 온 돌이니까 모두 선배들이라고 생각하면서 겸손하게 일해야지"라고 생각을 했다.


면담을 하고 일주일 후 나는 입사를 했다.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회의실에서 자기소개를 간략하게 했고 크게 문제는 없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팀원은 나를 포함해 총 5명이었고 대리1명(남1), 사원3명(남1, 여2)이었다. 점심시간 식사를 하면서 간단한 호구조사와 담소를 나누었고 잘 부탁한다고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2일째 출근 날 남자 팀원 2명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고 남자 대리가 나에게 개인적으로 충고를 했다. (이때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본인은 나와 동일하게 대리 2년 차이고 2살 많으며 다른 남자사원도 그와 동갑이라는 밝혔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요약하자면 앞으로 일할 때 너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사원을 신경 써서 잘 일하라는 당부였다.




관계에서의 삐걱거림은 사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충고도 들었고 나름 굴러들어 온 돌이라는 인식도 있었기에 팀원들과 잘 지내보기 위해 노력을 했다. 아니 했었다 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시작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그 당시 내가 채용된 이유는 내부적인 인사제도 개편이라는 미션이 있었고 부장님과 팀장님의 기대가 있었다. 과거 유사한 프로젝트나 일을 해본 경험이 있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입사 1개월이 지나면서 급여체계 개편, 승진제도 개편, 직무순환제도 도입, 역량평가제도 도입 등 큼직큼직한 업무들이 나에게 몰려왔고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는 부담감과 함께 잘한다면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함께 공존했다.


막중한 임무를 맡은 만큼 잘해보고 싶었고 내가 속한 팀원들과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쌓아가고 싶었던 나는 일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같은 팀 남자 대리(이하 남대리라고 칭하겠다)를 찾아갔고 일의 진척상황이나 고민, 해결방법에 대한 조언 등 많은 의견을 구했다.

그때는 조직의 기존 히스토리나 여러 가지 생각을 들을 수 있었기에 도움이 되었고 협업을 통해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소문의 내용은 대략 아래 내용 정도였는데

소문 1. 급여체계는 이렇게 바뀌고 윗대가리들이 더 많이 받아가기 위해서 지들(?) 맘대로 바꾸고 있다.

소문 2. 이번에 승진해야 될 예비 관리자들은 편법으로 승진시켜주고 아랫사람들은 승진을 최대한 못하게 조작하고 있다.


소문의 내용이 맞지도 않을뿐더러 누군가에게 얘기해본 적도 없는데 누가 이런 소문을 흘렸을까라는 충격과 명확한 근원지(남대리)를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나는 남대리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고 남대리는 "(소문의 내용이) 맞잖아?!"라고 오히려 화를 내며 반문했다.

충격적인 답변이었고 나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직원들에게 아니라고 해명하기에도 쉽지 않았다. 어떤 직원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도 했고 어떤 직원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내가 실무자로서 답변할 수 있는 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밖에 없었다.


그 이후 나는 아무에게도 내 일에 대해 말할 수 없었고 혼자 고민하면서 팀장님, 부장님과 함께 3개월 동안의 야근과 노력으로 일을 마무리해서 끝다.




관계는 나아지지 않는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남대리와 나는 멀어졌다. 적어도 나는 멀게 생각했다.

그와 나는 그일 이후 일적인 얘기 외에는 하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일과 관련된 질문을 하더라도 나는 '모른다.' '윗분들이 결정하시는 거다.' '나도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다.' 세 가지 답변을 돌아가면서 했다. 하지만 그는 끈질기게 물어봤고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더 멀어졌지만 나는 적어도 마음은 편했다.


또 다른 갈등의 시작도 예상하지 못한 채 발생했다. 나는 입사하면서부터 부장님, 팀장님과의 면담에서 대학원 진학에 대한 의사를 내비친적 있었고 부장님과 팀장님은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셨다.

팀장님의 경우 대학원 수업이 일찍 있을 때면 나에게 말하고 일찍 퇴근하라고도 하셨다.

이후 대학원 합격소식을 전하고 나는 1학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업이 일찍 있는 날이면 팀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1주일에 하루는 30분이나 1시간 정도 일찍 퇴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소문 1. 부장님/팀장님이 저 사람만 편애를 봐주고 심지어 학비까지 회사에서 지원받게 해 준다.

소문 2. 경력직 입사자 주제에 하고 싶은 거 하고 팀에 피해 주면서 편하게 회사생활한다.


소문에 대해서 학비라도 지원을 받았으면 억울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 정도 지원이면 감수할 생각도 든다.(?) 소문이 단순히 소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나 하는 일에 대한 신뢰에 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팀장님에게 관련한 내용을 이메일로 상세하게 적어 고충상담을 했고 2일 후 남대리는 나에게 사과를 하는 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여기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후 남대리는 나를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남대리는 더 이상 소문으로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랬다.

하지만 그는 일명 젊은 꼰대이자 뒤끝 있는 사람이었고 채용담당자로서 업무적인 권한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나를 흠집 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을 생각해내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얼마간의 평화로운 시간이 흘렀다.


남대리는 어느 날 나를 불러 말을 했다.

"채용 서류를 정리 중인데 네가 제출한 서류 중에 빠진 게 있다. 과거 회사에서의 급여명세서를 다시 제출해라"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화를 낼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생각한 방법의 의도가 너무나 명백하게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나의 채용과정부터 흠집을 내고 어떻게 해서든 깎아내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와의 말싸움은 사무실 안에서 그리고 회의실 안에서까지 이어졌고 갈등은 깊어졌다.

이문제에 대해서도 팀장님에게 보고를 했고 또 다시 반복되는 과정을 거쳤다. 나는 팀장님에게 그에게는 인사 직무를 수행할 자질이 없으며 내가 수행하고 있는 일이자 우리 팀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를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팀장님은 그가 나를 단순히 시기하고 부러워하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는 평상시처럼 돌아가는 직장에서 조용히 그리고 불편하게 일하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누구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겪은 일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의도하지 않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도 있는 일이다.

(필자는 그가 원래부터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그것을 방치하는 조직 시스템이자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가 조직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리더에 대한 반감이 있었기에 나에게 화살이 날아온 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나에게 얘기했던 수많은 조직에 대한 불만과 불신감, 기존 직원들에 대한 자격지심을 느낄 수 있던 대화들을 돌이켜 보면 조직이 그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조직이나 리더가  그에게 이야기나 의견을 들어주고 동기부여를 주고 적합한 일을 주었다면 그는 지금과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고민을 HR 담당자로서 그리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본다.

이전 03화 회사에 너무 정 두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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