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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neim Oct 29. 2019

우정·눈치·직장생활의 야근 상담

52시간 근로제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변화

52시간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사내규정, 취업규칙과 같은 제도를
 바꾸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에 대한 이야기로 [야근]에 대해 가져와 봤습니다.

직장생활 하면서 야근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야근은 직장사람이라면 닭이나 달걀이냐의 문제보다 어려운 고민일지 모릅니다.

* 직장사람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첫 번째 글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야근이라는 행위 그 자체가 보여주는 이미지와 액션 때문이죠. 야근의 딜레마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야근을 한다는 것의 의미

- 나는 일이 많은 사람입니다. 나는 일에 대해 열정이 있는 사람 입니다. 나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나는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넘칩니다.


2) 야근을 안 한다는 것의 의미

- 나는 일이 적당하게 있습니다. 나는 일보다 삶이 중요합니다. 나는 회사에 적당한 애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야근을 하는 사람과 안하는 사람에 대한 시선과 이미지는 다르게 인식되고 그 사람의 역량까지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사원 때만 해도 우정야근, 눈치야근, 상사와 밥먹기 야근 등 다양한 야근의 종류가 있었고 우리는 이것들을 선택할 자유 따위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야근이라는 것에 대한 해방의 계기가 최근에 있었죠. 바로 52시간 근로시간제 입니다.  

최근에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죠. 법적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 일주일에 5일 일하니까 총 40시간에서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합쳐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은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이죠.


노동계에서는 근로시간을 줄여야 일명 '워라벨'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고

기업에서는 가뜩이나 기업들이 어렵고 경기침체 기간인데 업무시간을 줄이면 더 생산성이 낮아질 것이다 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노동하는 시간을 합산해보면 OECD 기준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 다음으로 우리가 많은 노동을 하고 있죠. (2018년도 OECD 주요국 연간 노동시간 현황)

* 멕시코가 2,255시간, 코스타리카가 2,212시간, 한국이 2,069시간입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얘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가 노동생산성이 낮은 편인데 근로시간마저 줄여버리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 라는 이야기도 많이 하죠.

객관적인 수치 비교를 위해 2개의 통계표를 한번 가져와 봤습니다. (2018년 기준)        


출처 : 연합뉴스,  OECD 주요국 연간 노동시간 현황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스페인입니다.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노동생산성에서 우리와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 34.3 / 스페인 47.8 Gap : 13.5p)

OECD 연간 노동시간을 한번 볼까요? 스페인은 1,695시간, 한국은 2,069시간 입니다. 차이는 374시간이고 하루 8시간을 근무한다고 계산했을 때 우리가 약 47일(46.75일)을 더 일하고 있는 거죠.

휴일을 제외하고 한 달 20일 근무한다고 쳤을 때 2달반을 우리가 더 일하고 있는 셈이죠.

포트투갈은 1842시간 일을 하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한국(34.3) 다음으로 32.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노동시간 대비 생산성은 더 높다는 의미입니다.       


                                        


                                                                                                                                                                          노동시간 대비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노동시간 대비 생산성 개선에 대한 이슈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노동 생산성에 대한 이슈가 나온 배경으로는 [52시간 근로시간제] 도입을 꼽을 수 있는데요.  

과거에 회사들은 포괄임금/연봉제나 간주근로제와 같은 형태로 사실상 60시간 이상 근무를 하더라도 연장수당을 안 줄 수 있었습니다. (명목 상 연봉에 연장시간을 감안하여 일부 포함해서 주는 식으로 하는 거죠)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 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더군다나 최저시급 인상도 있었죠.


기업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생산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기업들은 외부환경이 변하거나 문제가 있어야만 움직이긴 합니다)


1) 기업들은 표준 근로시간을 넘어가는 일에 대해 수당이나 휴가를 주는 식으로 어떻게 해서든 보상을 주거나

2) 근로시간을 효율화 함으로써 정해진 근로시간 내에 일을 끝내게 하거나

두 가지 기로에 선 것이죠.


저희 조직의 경우 '해야 하는 일'인 직무 과업(Task)을 정리해서 각 과업 단위 당 필요한 시간이나 자원을 분석했고 조직 내 일하는 방식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 업무 재배치, 구성원 역량개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니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지만 성과로는 52시간을 넘어서는 구성원은 1명도 없으며,

사무직 기준 평균 주 40시간 근로에 연장근로는 10시간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제도 도입 및 개선 1년 만의 성과라는 게 놀라우면서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시행 전만 하더라도 모든 사무직 근로자는 7시 이후 퇴근하는데 당연했고 [저녁 먹고 일하자 와 같은 비효율적 근로]도 빈번했습니다. 일명 우정야근, 강제야근, 눈치야근 등 야근이 넘쳐났죠.




정리하면서

52시간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사내규정, 취업규칙과 같은 제도를 바꾸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에 집중해야 합니다. 조직 내에서 불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비효율적인 것은 무엇인지? 없애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 은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조직이 커지고 복잡해지다 보면 중복되는 일, 불필요한 일, 그냥 하는 일 등 비효율적인 요소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관리적인 요소가 커지고 이를 위한 자원투입이 많아지죠. 조직에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집중(Focus)과 선택(Choice)입니다. 우리 핵심사업에 필요한 과업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하게 버리는 선택을 하는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한정된 자원(시간, 인력, 인프라)을 활용한 노동 생산성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자원의 투입은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 우리 모두 현명하게 일하는 직장 사람이 되길 기대하며,  지금도 야근 중인 직장 방랑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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