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별거 아니더라.
내가 퇴사를 하면서 그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에게도 그런 불만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동료에게 말할 수 있는 불만도
친한 사람에게만 말할 수 있는 불만도
상사에게 말하고 싶으나 말하지 못하는 불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불만도 있다.
이런 불만들은 두 가지로 나눈다면
내가 속해 있는 회사나 일을 사랑 혹은 애정(애증이거나) 하기 때문에 나오는 불만도 있겠지만
내가 속해 있는 현실인 상황이 억울해서나 짜증 나서 남들과 비교하면서 생기는 불만도 있다.
이런 불만들에 대해서 언젠가 내가 퇴사를 결정하고 사직서를 내야 할 때 꼭 속 시원하게 말하고 나가리라 다짐하기도 한다. 언제가 그럴 수 있으리라는 나의 생각과 상상 속에서 묘한 기분 좋음을 느끼면서 친한 동료들과 서로의 퇴사 다짐을 공유하면서 그렇게 회사생활을 버틴다.
퇴사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필자는 첫 번째 직장생활을 그만두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지 못했다.
다 하지 못한 이유는 마음이 이미 떠났기도 했고 그들에게 말한다고 해도 나는 이미 나갈 사람이기에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던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말할 용기가 없어서 일지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조직에 남아 있으라고 조언을 많이 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그 불만은 나도 공감하지만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런 것에 의미두지 말라고도 했었다. 그냥 월급쟁이 직장생활일 뿐이라고도 했다.
퇴사를 결정하고 마지막 면담을 했을 때 조직이 바뀌어야 될 건설적인 의견을 멋지게 이야기할 것만 같았는데 정작 입밖에 나온 말들은 인정받지 못했던 일 그리고 억울했던 일과 같은 감정적인 서운함만 늘어놔 버렸다.
회사라는 것 직장이라는 장소가 내가 그곳에 속해 있었기에 의미가 있었고 개선에 대한 의견이나 생각이 있었는데 스스로 그만두기를 마음먹는 순간 회사를 더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나의 생각이나 열정들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어 버렸다. 그렇기에 퇴사 면담을 하면서 일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개인적인 서운함만이 떠올랐고 얘기해버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를 괴롭혔던 그 많던 불만도 정작 그곳에 속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을 때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지는 게 신기했다.
회사에 대한 불만은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 없어져 버린다. 그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내가 속한 직장 내에서 조금씩 하다 보면 불만은 보람이 될 수 도 있다.
첫 번째 퇴사 이후 회사라는 조직에 대한 나의 생각과 자세는 많이 바뀌었다. 조직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이제는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이전과 같은 실수나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 조직에 대한 불만이나 개선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해결하기 위해 공부하면서 더욱 더 열심히 일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그 이유가 형태는 다르지만 여기에도 존재했고
또 다른 불만의 이유가 생기기도 했으며
여기도 비슷한 인간관계, 구조적 문제, 누구도 하기 싫은 일은 존재했다.
이전과는 다른 직장생활을 해보겠다는 마음에서였는지 아니면 일(Work)로 인정을 제대로 받아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는지 이전에는 불만이었던 것들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자 나의 존재 이유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일은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물어보면서 시간을 들여 노력했고
회사에서 누구의 일도 아니거나 누구나 불만을 가지고는 있지만 나의 일은 아닌 일들을
조금씩 하다 보니 나의 불만은 해소가 되어갔고 내가 일하고 싶은 조직이 조금씩은 되어 간다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퇴사 선배들이 해준 말이 맞더라.
이미 퇴사를 했거나 퇴준생인 선배들이 일반 직장 사람인 나한테 해준 말들이 늦게나마 어떤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나의 퇴사 이력(?) 덕분인지 나에게 퇴사 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편인데 그들에게 나의 퇴사 선배들이 해주었던 비슷한 얘기를 해준다.
그들에게 나는 나도 공감한다고 말하곤 처음 던지는 질문으로
네가 회사에 대해 불만을 품고만 있지 말고 한번 바꿔 볼 수 있는 방법은 없겠냐고 그리고 그럴 만큼 아직 애정을 가지거나 마음이 남아 있냐고 물어본다.
그들이 만약 본인이 속한 조직에 대한 마음이 없다면 떠나는 게 낫다고 말한다. 마음 두지 않는 곳에 남아 있어 봤자 불편한 동거만 계속될 뿐이고 언젠가는 헤어지게 될 거라고 조언해준다.
하지만 만약 마음이 남아있다고 한다면
내가 마음에 안 든다면 내가 일하고 싶은 조직으로 조금씩 만들어 보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제안을 해본다. 나의 경험이 비추어 보면 나의 불만들이 나의 손을 거쳐 내가 원하는 조직의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질 때의 보람은 그 무엇보다 기분 좋다고 말해주면 한번 해보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조직에 대한 묘한 애정을 느끼곤 한다.
- 직장 방랑객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