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더혜숙 Oct 20. 2023

추운 가을, 조깅 즐기는 법

감기에도 달리기


독일은 며칠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틀 전은 그날 최하 온도가 0도. 오전 10시에 달리면 7도까지는 오른다. 그러나 서리가 내렸고 숲과 산 그늘에서 달리면 체감 기온은 이미 영하. 기온이 떨어지고, 안개가 끼고, 바람이 불고 몸이 으슬으슬 춥다. 대부분은 몸을 웅크리고 따뜻한 차나, 뜨거운 국물을 떠올린다. 담요를 덮고, 시를 읽어도 좋을 분위기다. 감기에 걸리고 모두 골골 거리는 그 계절 환절기. 집에만 있고 싶다.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나를 잠식한다.


풀 마라톤 후에도 조깅을 계속한다.(풀마라톤 도전, 풀마라톤 완주 후기, 풀마라톤 완주 팁) 3일 달리고 하루 쉬는 마라톤 훈련 습관에 맞춰서 달리는 중이다.

이틀 전, 조깅을 하고 감기에 걸렸다. 조깅을 하면서 목이 걸걸했다. 영상 2도, 숲은 그것보다 더 기온이 낮다. 그 공기를 입으로 식도를 치고 폐로 넘기고 다시 입으로 뱉어낸다. 찬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금방 아프지는 않다. 아무렴, 며칠 동안 서서히, 침투한 병균이 나를 서서히 잠식했을 터.


어제는 머리가 무겁고, 목소리가 갈라지고, 또 으슬으슬 추웠다. 콧물도 났다. 콧물은 코에서 흐르는 게 아니라,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깊은 골 속에서 뭉근하게 끓인 죽 같은 것이 코를 타고 내려왔다.


따뜻한 물을 2리터를 마신 것 같은데, 그래도 오는 감기를 막기는 어려웠다. 모르는 척할 일을 하는 사이, 감기는 더 나를 정복한다. 그래도, 어제와 오늘 조깅을 하러 갔다. 가벼운 감기, 추운 날씨, 나지 않는 의욕보다 더 중요한 건 루틴. 운동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그런 고민은 애초에 하지 말자. 원래 습관에 따라 직진. 직진. 또 직진하자.


봄에는 봄기운에 못 이겨 달린다.

여름에는 나시와 쇼트팬츠를 입고 가볍게 나갈 수 있어서 달린다.

가을엔 시시때때로 변하는 숲을 맞이하러 달린다.

겨울에는 게으름을 이기고, 눈 내리는 정경을 혼자만 보려고 달린다.


러닝을 계속하려면 매번 이런 변화가 중요하다. 즉, 그런 즐거움과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매일 같은 길을 달려도 매번 다른 풍경이 러너를 반겨 준다.

숲을 달리지 않으면 이런 꽉 찬 가을을 못 봤을 것이다.

일요일에 가만히 소파에 앉아 있었더라면 이 거센 바람이 주는 저항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기온 하강으로 변색해 버려 풀과 나무. 그리고 얼어버린 개구리들.

따뜻한 오늘은 또 달팽이들이 나왔다.

축축한 양 털의 비린내와 똥 냄새가 멀리서부터 났다. 양치기 개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정경은 추운 가을날을 좀 더 따뜻하게 한다.



날이 추워지면서 복장을 달리한다. (조깅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함.가을 겨울 조깅 코디) 레깅스에 따뜻한 양말을 발목까지 높이 올리고, 기모 모자를 꺼내 쓴다. 조깅 조끼를 입는다. 우울한 날을 관조하는 것도 좋지만, 최근에는 JBL 이어 버즈가 있으니 오디오북 <Thinking fast and slow> Daniel Kahneman을 듣는다. 조깅이 지겨워지면 오디오북으로 변화를 준다. 영어 원서라 딴생각이 더 많이 든다. 그렇지만, 직관에 의한 판단으로 빨리 결정하고, 신중하고 이성적 두뇌로 그 판단을 점검하라는 방식을 연구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직관에 기대는 걸 좋아하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오류와 실수가 많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생각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의도였지만, 앞으로 좀 더 신중하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선택과 판단을 해야겠다는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이 지겨워지면 조지 오웰 <1984>를 오디오 북으로 재생한다.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을 구매한다. 리디북스의 남자 음성은 적응만 하면 의외로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아직 발독으로 좀 더 자세히 읽어야 한다는 의무적 숙제가 남아있지만, 조지 오웰은 천재다. 오브리언과 윈스턴의 정신적 고문 과정, 당의 권력만이 둥둥 떠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윈스턴. 그러나 결국에는 아이러니하게 무감각해지는 그. 그 모든 것을 얼마나 혼란스럽게 잘 썼는지. 놀라울 뿐이다.


조깅을 하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 지식도 쌓는다. 물론 이런 것도 재미없을 때는 음악도 듣는다. 다만 그건 혼자 하는 활동의 장점, 즉 어떤 변화에도 누군가의 승낙을 받거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런 혼자만의 운동, 여러분도 즐겨보시길.


작가의 이전글 카렐 차페크 정원가의 열 두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