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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원 룸 02화

원룸 1.

by 원더혜숙

지수는 미영과 같은 과였다. 다른 무리에 속해 그녀와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지수는 일본에서 미영과 같은 기숙사에 배정받아 기뻤다. 그러나 미영은 광주에서 온 지영과 먼저 말을 텄다. 생김새가 비슷하고 이름이 똑같이 영 자로 끝나서 사람들은 그들을 ‘영 시스터즈’라고 불렀다. 자기 가꾸기에 관심이 있었고 남자에게 인기가 많다는 다른 공통점이 많았기에 그 호칭은 부합했다. 미영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지수는 그들에게 겹친 우연이 불만스러웠다. 미영과 지영이 동시에 실연하고 사이가 더 끈끈해지자 지수는 지영을 시샘했다.


지수 엄마는 지수의 출국용 가방의 반을 음식으로 채웠다. 지수는 미영과 한 친구와 그것을 나눠먹었다. 수업에 늦는다는 둥, 일이 있다는 둥의 핑계를 대며 그 친구는 식사 준비를 뺐고 설거지는 미뤘다. 지수와 미영은 삼자 대면했다. 한편이 되어 그 친구를 비양심적이라고 몰아세웠다. 고의가 아니었다는 친구는 앞으로 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영은 석연치 않아 했다. 그 일로 지수는 미영과 가까워졌다. 지수는 그렇게 누군가를 돌친 후에 미영과 친해진다는 게 꺼림칙했다. 한편으론, 미영과 단둘이 있는 시간이 생긴 지수는 기꺼웠다.


지수가 방 문을 열면 미영의 방 문이 눈에 들어왔다. 지수는 곧장 걸어가 미영의 방에 노크하고 춥다고 입으로 부르르 소리를 내며 미영의 이불속을 파고들었다. 이불을 덮는 지수의 손이 이상하게 떨렸다. 지수는 잠든 척하고, 미영의 숨소리를 들었다. 잠들면 미영과 입 맞추는 꿈을 꿨다. 눈뜨면 사라졌다. 잠든 미영의 눈을 보고 마른 빨간 입술을 봤다. 목만 쭉 빼면 닿을 수 있었다. 지수는 그 십 센티미터를 두고 망설였다.


‘입을 맞추면 이상한 거겠지. 키스 촉감이 어떨지 궁금했다고, 장난이었다고 하면 이해해줄까.’ 지수는 숨 쉴 때마다 들썩이는 미영의 어깨가 포근해 보였다. 안고 싶었다. 지수는 눈을 깜빡이며 자신이 미영을 좋아한다고 확신했다. ‘이런 감정은 비정상이야.’ 사람들은 동성을 좋아하면 안 된다고 했다. 병이라고 했다. 지수는 미영의 반응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지수가 미영의 팔짱을 끼고 겨드랑이에 파고들었을 때, 미영은 “징그러!”소리 치며 지수를 밀어냈었다.


지수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웠다. 지영과 기숙사 친구들이 알게 된다면, 가족들이 알게 된다면…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타인의 편견과 그 시선이 자신을 묶는 족쇄가, 차단하는 장막이라는 것은 끔찍했다. 그 전부가 지수를 가두고, 그 십 센티미터 앞에서 꼼짝 못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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