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거주 경단녀의 취직도전이야기

취직포기 전 이야기

by 원더혜숙
경단녀: 결혼과 육아 탓으로 퇴사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

나도 결혼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었고, 육아로 취직은 잊고 살았다. 게다가 독일로 생활 터전을 옮기고 난 다음에는 독일어를 못 하는 외국인 여성이 되었다. 나는 2013년에 일을 했고, 그 이후로 6년 동안 육아에 전념했다. 다행히 그동안 독일어 실력은 키웠으나 독일인과 일할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다."물론 언어는 일하면 익숙해질 거야. 너 정도면 독일어 잘하는 편이야" 라고 취업센터 담당자가 위로했지만 역부족이란 걸 잘 안다.


그리고 한 회사에 지원을 했다. 독일에 테크놀로지 센터를 둔 한국계 회사의 사무직으로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때 한국 본사와 독일 분점 사이에 소통을 할 직원을 구하고 있었는데. 둘 다 영어로 소통할 때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통역자로 일하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에이전시에 개인 정보와 경력사항 등의 모든 정보를 입력하고, 이 에이전시의 비서가 면접 봤다. 면접은 편안하게 진행되었고, 에이전시가 내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예를 들어, 에이전시 직원이 회사 측에 면접 갈 때 함께 가기도 한다. 내가 희망하는 월급, 그리고 회사 측에서 어떤 직원을 구하고 있는지의 어떤 직무가 주어지는지, 내가 어떻게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면접이 진행됐다. 결론적으로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 회사는 회계 경험이 있는 내부 직원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고 했다.


나는 독일 정부 노동청에서 지원하는 코칭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사실 이것은 6개월 전 노동청에서 내 취직 문제를 상담을 할 때 받았던 제의를 겨우 실행에 옮겼던 거다. 하루 4시간 다섯 번의 미팅으로 진행되는 개인 코칭 프로그램인데, 모두들에게 주어지지는 않고, 소위 담당자의 눈에 잘 들어야만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 듯했다.


직업 세미나는 이력서 쓰기, 자기소개서 쓰기, 면접 연습으로 구성됐다. 참고로 내가 두 번이나 보낸 이력서는 너무 올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력서는 남편의 도움으로 작성됐는데도 말이다. 이력서는 다행히 무난히 교정을 마쳤다.


먼저 지원하고 싶은 회사를 검색해야 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는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50,000 인구에 VOITH, HARTMANN, ZEISS 등의 큰 회사가 몇 개 있었으나, 나의 경력을 써먹을 곳은 몇 개 안되었다. 예를 들어 Ulm이나 Stuttgart 같은 큰 도시는 외국과 교역하는 회사가 많아 내 언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비교적 많다.


지원 회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코치가 능숙하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 호텔 리셉션 리스트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다. 그때 나는 브래밍스토밍에 빠져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열심히 30분 동안 글을 썼다. 10분 더 퇴고의 과정을 거쳤고, 조금 더 고칠 것이 있을까 보고 있던 차에 내가 쓴 자기소개서를 읽고, 답답하다는 듯이 마티아스가 한마디 했다.

“너 더 고칠 거야? 그렇게 시간 많이 들일 필요 없어. 같이 하면서 고쳐보자.”

그러면서 그는 내 문장 하나하나를 보며 따졌다.

“이런 식의 표현은 어느 호텔에 지원하더라도 할 수 있는 말이잖아. 이 호텔과 너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연관시킬 수 있는 표현을 써. 그리고 독특해야지.”

“아, 그러니깐 일반적으로 호텔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썼는데?”

“그게 아니라, 이 호텔만의 특징을 쓰고, 예를 들어 이 호텔은 모던한 지역 호텔이잖아. 그러면서 짜이스(ZEISS) 덕분에 외국인들이 많이 오고, 네가 호텔에서 호스트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써야지”

그러면서 망설임 없이 자신이 문장을 모두 완성했다.

뭔가 잘 못 됐다는 생각을 했다. 잠자코 있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한마디 했다.

“지금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사람이 누구니? 나니 너니? 너는 이거 쓰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이지 대신 쓰는 사람은 아니잖아”

“여보세요? 이런 거 어제 설명해주셨나요? 이 첫 부분에 도대체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지? 설명했니?

“나 자기소개서도 딱 한 번 써봤어.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렇게 콤팩트한 자기소개서를 쓰지 않아. 그런 내게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도 안 하고 답답해하고, 도대체 앞 부분에 뭘 써야 하는 거야?”

“여기다 앞으로 일하게 될 곳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졌다고 아부를 하는 거지? 그리고 내가 이 직위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내 커리어와 연관 지어서 쓰는 거 맞지?”

그렇게 해서 나는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배웠다.


그 다음날은 면접이었다. 면접은 두렵다. 그래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가 대뜸 물었다. “너 면접 보는 거 연습할래 안 할래?”

“하자. ”

“엘레베이트 피치(Elevator Pitch)라는거 알아?”

그리고 그의 설명이 시작됐다.

“넌 한 회사의 직원이고, 어느 날 사장님을 엘레베이트에서 만났어. 엘레베이트가 올라가는 동안 너는 사장과 둘이 있게 될 거고, 그 때 너는 너를 효과적으로 PR 해야 하는 거지. 그걸 위해서 우리가 지금 너의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할 거야.”

가끔 코치의 너무 직설적이고 무시하는 말투에 화가 났지만, 엘레베이트 피치를 마치고 내가 새로운 환경에 처했던 경험이 많았기에 사람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끊임없는 배움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단녀에 외국인 여성 노동자로서의 처지보다 내 커리어의 전문성이 취직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예를 들어, 내 지인은 사실 한국의 알아주는 로펌에서 일을 했고, 전문직이었기 때문에 영어만으로 취직에 성공을 했다. 한국과 다른 점은 파트타임의 비율이 높으며 그 페이가 나쁘지가 않다.

문제는 나 같은 직업적 전문성이 없는 경단녀가 취업이 어렵다는 거다. 물론 단 두 번의 시도를 했지만, 이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캐시어, 독일어만 쓰는 간단한 사무직밖에 없다. 아무래도 좀 더 창의적으로 찾아보거나 도전해보지 않아서 그렇겠지.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회계를 배우면 어쩌면 취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코치와 일자리를 검색할 때, 내가 두 번 정도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해서 싫다고 하니. "야. 너 취직할 마음 있니?야, 내가 그럼 너한테 왜 왔겠니??""아니 너한테서는 야망이 안 느껴져. 뭔가 부족해"다음 세미나에서 그는 내게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

"남편 돈 잘 벌지..애들이 좀 자라니깐 너 집에서 심심하다며? 너.. 취직할 필요 없어"

나는 "나 그래도 밖에서 사람들도 만나고, 독일 사회에 적응하고 싶어"

애들 엄마나 아내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서고 싶다고.

“네가 관심 있는 게 뭐니??”"외국어, 사람들, 글쓰기, 책 읽기야." 한참 고민하더니 그는 “그럼 너 블로그로 글 써라.” 독일과 한국과 연관된 주제로.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이트를 보여줬다.

그때는 그의 말을 비웃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게 맞을 지도 모르겠다.

“여타 할 직업적 전문성을 갖추지 않았고, 밥벌이를 해야 할 의무도 없다.”

“남편이 돈 버니깐 심심해서 일하려고 한다.”

“그게 아니야!”

그것보다 내 경제적인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거다. 사회 일원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야.

다만 취직이 내가 아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변하고 있고, 취미로 시작해서 전문성을 갖추고 돈을 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다 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지 못하는 거 나도 안다. 변호사, 의사, 요즘은 연예인, 프로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걸 꿈꾼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자기 꿈을 이루는 건 아니다. 그건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발전이 이뤄낸 마지막 결과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어학연수를 갔고, 취업이 두려워서 석사를 시작했다. 지금 또 한 번의 트렌드에 탔다. “경단녀” 이제는 더 이상 내 커리어를 미룰 수 없다. 홀로 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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