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효과]배고픔을 이기면?

by 원더혜숙

‘밥 먹어~ 밥 먹어~’ 식사를 차려 놓고 남편과 아이들을 부른다. 둘째는 벌써 식탁에 앉아 있다. 음식에 별 관심이 없는 두 남자는 무언가에 집중을 하고 있을 거다.
‘올리야 안되겠다. 우리끼리 먼저 먹자.’
기다리면 10분은 족히 걸린다. 음식을 눈앞에 두고 안 먹고 배길 수 없다. 그 동안의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자신에게 먹을 것은 큰 존재다.

어린 시절, 오빠 둘은 먹성이 좋았다. 그 사이에서 한 개라도 더 먹으려고 기를 썼다. 엄마가 넉넉히 줬지만, 경쟁의식이 있었다. 귤 한 상자를 사면, 몇 개 더 먹겠다고 싸우고, 라면을 여러 개 끓여도 한 젓가락 못 먹어서 토라졌다. 한 번은 작은 오빠가 제사 후에 아무도 몰래 찬장에 바나나를 숨겨놓았다. 몇 달 후 바나나는 검은 변사체로 발견됐다. 우리는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음식=생존이라는 의식을 가지게 됐다.


고등학생 때 자취를 하면서 마침내 다투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장우동이나, 미가나 떡볶이집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었다. 자취방에서는 참치와 김, 밥, 라면, 김치찌개를 주로 해먹었다. 누구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취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공부하고 먹기뿐이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먹을 것으로 풀었다. 실컷 먹고, 잤다. 평일에도, 학교급식소에서 양껏 먹었다. 누가 만들어 주고, 돈을 지불하는데 당연히 두 번 정도는 먹어야 했다. 고뿔이 풀어진 소처럼 힘껏 먹어 댔다. 음식과 감정적인 문제의 연결고리는 이미 시작된 거다.



삼시 세끼를 꼭 챙겼다. 그렇게 성실함을 증명했고, 자부심까지 들었다. 육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가장 쉬운 방법이 먹기다. 음식을 몸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먹은 음식이 소화가 잘 될 리 만무하다. 2년 전 어느 날 새벽, 배에 가스가 차서 일어났다. 누가 내 위를 바늘로 콕콕 찔렀다. 위염이었다. 살이 4kg이 빠졌다. 그 후로 위를 자극하는 음식, 커피, 매운 음식, 술, 고기를 다 끊었다. ‘야, 너 무슨 재미로 사니?’ 바네사의 놀림에 자신이 안쓰러웠다.


내 위는 작다. 저녁에 과식하면 속이 더부룩해서 새벽에 간혹 깼다. 점심 식사 후에 특히 졸음이 심하다.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음식에 중독된 것과 같았다. 과식 중독이다. 한때 유투브로 먹방을 즐겨봤다. 그걸 보고 나면 라면을 두 개를 먹어 치울 수가 있었다. 먹방 유투버는 그것보다 더 많이 먹었는데 라면 2개 정도는 약과다. 먹는 것에만 에너지를 전부 쏟는 비정상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먹방을 끊었다. 그렇듯 음식에 욕심이 많다. 배가 고프면 신경질이 났다. 집착을 끊어 버리지 않으면 평생 음식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신체검사를 하면 저녁을 굶어야 한다. 고작 한 끼 거르기가 두려웠다. 그런 자신이 배고픔에 맞서겠다고 한 끼를 굶었다. 대신 점심은 많이 먹었다. 그걸 소화하는데 꼬박 하루가 들었다. 다음날 아침을 많이 먹지 않아도,(채소와 빵, 슬라이스 소시지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배가 금방 불렀다. 겨우 한 끼지만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졌다. 입이 심심해서 주워 먹었던 주전부리가 줄었다.


입이 허전해, 저녁이면 습관적으로 스낵을 먹었다. Verywellfit에서는 배는 고프지 않지만, ‘입이 심심하다.’고 해서 군것질을 하는 여섯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www.verywellfit.com: 6 Reasons You eat when you’re not hungry).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바로 실행하기 싫을 때, 냉장고 문을 여는 행위를 지루함으로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맛에 대한 요구다. 뭔가를 맛보고 싶은 욕구는 지루할 때 느끼는 감정과 닮아 있다.(첫째와 두 번째가 우리가 말하는 입이 심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 세 번째는 불안함이다. 모임에서 할 말이 없을 때 맥주를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경우가 예다. 네 번째는 심리적인 편안함이다. 우리는 대게 먹으면 기분이 좋고 힘이 나는 것 같고, 만족한다. 다섯 번째는 이러한 이유로 계속된 버릇이 습관이 된다. 감정적인 스트레스에서 시작된 먹는 버릇이 고질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장소에 연결된 고리가 된 경우다. 소파에서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 습관이 바로 이것이다. 글에서는 연결고리를 끊을 팁의 예로 산책을 권유한다.


나는 산책, 양치질하기로 입을 상쾌하게 해준다. 또 정말 안되겠으면, 차 마시기, 사과나 당근 등의 간식으로 건강하게 허전함을 이겨내도록 했다. 짠 음식은 목마름을 부르고, 또다시 짠 음식을 불러. 그들은 연결되어 있고,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결과적으로 단식을 함으로써 이런 욕구가 감소했다.


배고픔이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몇 번 배고픔을 참은 후에 배고픔이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을 깨달었다. 배고픔은 자연스럽다. 오래가지도 않는다. 그 고통이 지나가면 비어 있는 편안한 상태가 이어지고, 음식을 다시 넣으면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것과 같이 음식이 달다. 채소도 그렇고 바나나는 더 달고, 또 혀가 음식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먹는다는 행위가 행복하고 감사하다.


음식에 감사하다. 음식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음식을 준 자연과 농부에게 감사할 수 있다. 음식이 소중하다고 느꼈다. 필요할 때 좋은 것을 내 몸속에 넣을 수 있다. 이제 음식과 싸우지 않는다. 급하게 삼키지도 않는다. 먹어 치우기에 집착도 없다. 냄새를 맡고, 꼭꼭 씹는다. 음식물에게 골고루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영양소가 되라고, 경건해졌다.

게다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배고픔이 두려웠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경험을 여러 번 겪고 난 후 다른 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다. 어떻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엔 이 세 가지를 다 조절하고 나서야 소화불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장이 편안해졌다. 장이 편안할 때 기분이 좋고, 생각이 분명해지고 잠도 잘 잤다.


라면 뽄내미(라면이면 라면, 고기면 고기 한 가지 음식을 아주 좋아하고 즐겨먹는다는 뜻:전라도 출신 엄마의 말)인 자신이 이번에는 채소를 많이 넣고 적은 라면을 아이와 남편과 모두 즐기면서 먹었다. 많이 못 먹었지만 배가 충분히 불렀다.


먹고 싶은 욕구 밑에는 감정적인 이유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했던 과식과 이별할 때다. 음식을 즐기고 있는가. 아니면 그것에 끌려다니는가? 음식과 화해를 해 보자. 배고픔은 고통이 아니다. 마음과 먹는 행위가 연결되어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먹는 행위로 해결하려고 있는지 살펴보고, 음식과 감정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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