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그녀의 주얼리가 왔다
촛불 아래
아렴풋이 영혼이 살아난다
좋아하는 빛깔이라면
싼 것이라면
보물을 캔 듯 기뻐하던
하루에 몇 번
장신구를 바꿔
기분을 내던
그녀,
명랑한 집시 같은 주얼리는
알뜰한 그녀의 손때와
첫 무도회에 가는 소녀의 설렘을
숨긴다
촛불 아래 주얼리는
그녀가 된다
똑똑, 기억 속 그녀는 멀어져 간다
촛물과 함께
남편이 브라질에서 시어머니의 유품을 가지고 왔다.
실버링을 사달라고 하던 내 요구에 맞는 실버 한 조각과 시어머니가 즐겨하던 주얼리들이 내 손에 쥐어졌다. 고가는 아니다. 금이나 다이아도 없지만, 그 보잘것없는 주얼리에 그녀의 기억이 있다.
브라질 시댁에 있을 때다. 우리는 낮은 천장 거실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털어놓고 티브이를 본다. 거실 한쪽에는 고양이 화장실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비가 오면 라라,라는 구관조까지 집안에 들인다. 땀으로 질척거리는 천 소파, 그리고 낡은 피아노가 더 낡아 보인다. 그리고 다른 한쪽 소파에서 정말 흥미진진하게 티브이를 보던 시어미니는 갑자기 호탕하게 웃었다. 포르투갈어도 독일어도 못 알아들었던 나는, 영문을 몰라 그녀의 옆모습만 쳐다본다. 뭔가를 설명하는 그녀, 그런데 텔레비전에 빠져서 설명을 하는 둥 마는 둥. 그녀의 팔에는 추렁추렁 팔찌, 그녀의 손에는 적어도 세 개의 다른 반지가, 그리고 집시 같은 색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낮잠 후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는 그녀의 팔목에는 다른 팔찌가, 그녀의 목에는 다른 목걸이가 또 손가락에는 하나씩 다른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집에서 몇 번씩 주얼리를 바꿔하는 시어머니가 이상했다. 집에서는 악사세리를 빼는 게 더 편한데, 그녀는 반지를 끼웠다 뺐다 하며 비춰보기도 하고 몸을 약간 틀기도 하며 무도회에 가는 여자처럼 들떠 보였다.
중국에 시어머니가 놀러 왔을 때, 그녀는 옥이라면 어떤 매대에도 뛰어갔다. 복잡한 중국버스 안에서 자리가 없자 시름시름 앓던 식물 같았는데 학생이 자리를 양보하자 너무 기뻐하며, 그 자리를 차지하고 행복해했다. 그런데, 옥을 보면 그 육중한 몸이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다니 너무 신기했다. 진위를 구분할 수 없는 중국 길거리의 옥이 그녀에게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한번 해보고, 색과 결이 마음에 들면 지갑을 열었다. 아들이나 내가 흥정해서 싸게 사면 즐거운 듯이 구경했다.
그녀가 남긴 주얼리란, 소박하면서도 그녀 색이 묻어있다. 물끄러미 주얼리를 보고 있자니, 그녀와 만났던 순간과 내가 그녀를 관찰했던 순간들이 플래시처럼 터진다.
속정이라는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어머니를 좋아했다고 하진 못하지만, 그녀를 관찰하기를 좋아했고 그녀와 관련된 기억이 많다. 글을 쓰며 그 속에서 피어날 다른 기억들이 궁금하다. 그러니깐, 당장 내 앞의 사람에게 그것도 내 속을 다 드러내고 다가갈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을 애정 어린 눈으로 살피고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을 추억하는 게 속정이라면, 나는 그런 사람인 게 분명하다.
나는 시어머니의 주얼리를 이리저리 뒤집어 본다. 그녀의 때가 묻은 반지, 검게 녹슨 실버, 살짝 삐져나온 고무줄 돌 목걸이, 우그라진 에나멜 호루라기. 그걸 보면서 그녀를 추모한다.
내가 이 주얼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아직은 시어머니의 생각이 많이 난다.
보존, 이것을 잘 펴고 닦아서 나의 주얼리 옆에 놔두고 싶다.
어느 날, 어쩌면, 시어머니의 소박한 주얼리를 내가 하게 될 날도 있지 않을까.
시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내 몸에 기쁘게 걸치고, 외출하는 날이.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시어머니의 주얼리를 물끄러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