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의 시간
자동차에 실은 네 마음이
빠르게 지나간다
소란스런 시간을 통과하여
어디로는 향하는 것일까
적막은
건물 사이
사람 사이를 맴돈다
아마
너는 오랜 벗을 만나러 가거나
기다리는 자식을 향해 서두르는 아빠이거나
웨딩마치하러 가는 신랑이거나
혹은
위독한 엄마를 보러 가는 딸이거나
생명을 구조하러 가는 응급 요원일지도
주변을 돌볼 여유가 없는 너의
뒷모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 눈이
점점 사라져가는 실루엣을 쫓는다
아마,
너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지나고 있을지도
우리 사이의 적막은
따뜻하게 내려앉는다
이 시는 바삐 사는 사람들을,
그저 자기 사무에 바쁜 사람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진짜 삶의 중요한 시간을 지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