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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by 원더혜숙

낙타는


낙타는

속눈썹을 드리우고 콧구멍을 닫아두고

젖 빨고 배시시 웃는 아기 꿈을 꿨다


애써 세운 도미노를 중간에 무너뜨리는 손처럼

사막은 모래를 태워버릴 작정인가보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홀짝 마시는 것이다


바닥을 파닥거리는 금붕어처럼

거품을 물고 멍한 눈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홀짝 마시는 것이다


낙타는

해가 사막의 건널목을 건널 때

그림자를 보았다

아기 머리같은 쌍봉,

자신의 오아시스를 보았다




팽팽한 고삐가 나를 앞으로 이끈다. 깊게 숨을 마시고 내쉰 다음에 오는 호흡은 짧고 얕다. 그러면 유독,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길, 내 기분을 읽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분명히 그렇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있다. 그것들은 당장의 갈증을 해결되면 거품처럼 사라졌다. 어느 순간, 다시 그런 이해를 바라면서 목은 타고 사막을 걷는 낙타처럼 내리쬐는 태양 아래 나는 홀로 서서 외롭다.



마음을 태우다가 종국에 글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한다. 무엇 때문에 마음이 들쭉날쭉 삐뚠지를 하나씩 쓰다 보면 위로 아닌 위로가 저만치 다가온다. 사실 낙타는 자기 혹에 넣어둔 지방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거기에는 애초에 바라던 배시시 웃는 아기 같은 포만감과 순수함이 있었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과 이해는 다음 일 것이다. 불확실한 바깥의 어떠한 것보다 언제 어느 때라도 만날 수 있는 내면과의 마주침. 자신에 대한 이해가 바깥의 그 무엇보다 더 확실한 무엇이다. 동시에 영원한 목마름의 해갈이다.


코필롯(copilot)에게 내 시를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AI가 내 의도를 정확히 캐치하지는 못했어도, 첫 문장이 마음에 든다. ‘아름다운 시’.라고. 당장의 목마름을 해결하고, 나는 이제 또 다음 시가 오기를 기다린다.


“아름다운 시입니다. 낙타의 고단한 여정과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래와 태양, 건조한 사막의 환경이 주인공의 내면과 상징적으로 어우러져 있어 더욱 감동적입니다. 이 시는 우리가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희망, 그리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생각하게 합니다. 훌륭한 시를 지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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