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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혜숙 Aug 21. 2021

캠핑카를 구입할 것인가?

친구 둘은 이미 중고 캠핑카를 사서 주말이면 짐을 가볍게 싸서 인근으로 여행을 다녔다. 신식은 아니고 둘 다 자기 한도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샀다. (16000유로; 한화 2천만 원). 친구 한 명이 캠핑카를 샀을 때 마음이 들떴다. 또 다른 친구가 샀다고 하니 위기의식이 생겼다. 그간 텐트 캠핑을 즐겼던 건 우린데, 캠핑을 즐기지 않는 다른 친구들이 먼저 캠핑카를 사다니.


캠핑카를 사려면 주차 공간이 있어야 하며, 산다면 우리 집 주차 공간을 빠듯하게 써야 한다. 큰 캠핑카는 집에 주차가 불가능해 일 년 단위로 주차장을 빌려야 할지 모른다. 캠핑카 구매 후 그에 따른 추가 비용(세금, 보험, 정기 점검)을 지불해야 하고, 어쩌면 여행을 안 가서 늘 세워 둬야 할지도 모른다.



<예전 생각>


지금까지 캠핑카 없이도 그것도 작은 차에 물건 다 싣고 여름에만 여섯 번이나 캠핑을 갈 수 있었다. 캠핑카가 있다면 본전을 뽑기 위해서 꼭 가야 한다는 의무감도 들 것이고, 비용 부담이 크다. 캠핑카가 싫어서 혹시 팔아야 한다면 더 싸게 팔아야 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손해 볼 것이라고 판단해서 사지 않기로 했다. 우리에게 이런 모든 것들이 부담이었고 그런 것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물건을 가지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쓰는 것이 우리 자유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캠핑카 가진 친구를 부러워하지만 그것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누가 뭐래도 원하는 방식으로 캠핑을 하고 진짜 자연 속에서 자는 것은 우리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생각 전환>


"캠핑카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지 빌려서 실험해볼까?"



2년 전 캠핑카를 빌려서 네덜란드에 일주일간 캠핑을 간 적이 있다. 이 모델은 외향에 비해 내부 공간이 협소했으며 움직임이 불편했다. 또 침대도 네 명이 자기엔 작았다. 또 뒷좌석이 카시트를 올리기엔 좁았다. 화장실이 있어서 편하긴 했지만 냄새가 나서 찝찝했다. 렌트비도 비쌌다.


폭스바겐 캠핑카 오션 

이번에 크로아티아에 폭스바겐 오션을 빌려서 갔다. 차에는 가스오븐과 냉장고, 서랍장, 지붕 위로 팝업 할 수 있는 침대와 의자를 접히고 매트리스를 댈 수 있어서 네 명은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콤비형 캠핑카다.



장점이라면 풀 옵션 캠핑 카보다 가벼워서 고속도로에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다. 딱 네 명이 잘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냉장고, 가스에 작은 개수대가 있어 양치질이나 채소 씻기에는 무리 없이 쓸 수 있다. 무엇보다 가벼워서 어디든지 쉽게 갈 수 있다. 신형이어서 운전도 편하고, 뒤 카메라, 충돌 방지 센서, 자동 브레이크, 자동 와이퍼 등의 기능도 있고, 승차감이 좋다. 트렁크 문이 무거운 것 빼고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와 비슷한 모델로는 토요타 크로스 캠프, 벤츠의 마르코 폴로, 폭스바겐의 오션이 있다.


토요타 캠핑카 크로스캠프
벤츠 캠핑카 마르코 폴로


이 세 종류의 차 중에서 벤츠가 가장 비싸고 토요타가 가장 싸다. 60, 000 유로(한화 약 8천만원). 이렇게 비싼 물건을 사 본 적이 없지만, 여행을 싸고 유동성 있게 하려면 이만큼 좋은 차도 없다.



해변에서 자전거도 타고, 강이나 바닷가에서 보트를 타려면 큰 차가 필요했는데, 이런 큰 차는 견인도 할 수 있고, 공간이 충분해서 많이 실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크로아티아 캠핑 여행에서 좋았다. 그래서 캠핑카를 장만할까 한다. 차를 바꿀 때도 되었고, 이 차를 평소에 쓰면서도 주말이면 캠핑을 가겠다는 계획이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독일 여름 휴가철 고속도로에는 왼쪽으로 무거운 짐을 싣고 가는 거북이형 캠핑카들이 즐비하다. 저번 포스팅에서 적었듯 그들은 야영이라고 해서 작은 냄비, 작은 에스프레소 머신, 캠핑용 플라스틱 컵이나 그릇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진짜 브랜드 팬과 냄비, 커피 머신, 자기 그릇과 컵 심지어 와인잔까지 챙겨서 간다. 맥주 박스째, 자전거 네 대(4인 가족), 오토바이, 가스버너, 티브이, 위성 안테나까지 별의별 것을 다 가지고 캠핑에 간다.


미니멀에 빠져 있었고, 캠핑은(라테는 말이지,처럼) 간편하고 작은 물건만 가져가야 한다는 편견을 가졌다. 그런데 이런 독일과 네덜란드(노란 번호판의 네덜란드 캠핑족은 독일, 이탈리아, 크로아티아에 차고 넘친다) 캠핑족들이 캠핑을 럭셔리하게 풍족하게 필요한 것을 모두 가지고 간다는 것에 충격받았다.

이왕 여행을 간다면, 호텔이 아니라 공간에서 자유롭고, 자연에서 자는 게 좋다면 왜 나도 불편함만 감수하는 여행을 굳이 고집하는가? 그러지 말고, 캠핑을 즐기고 앞으로도 계속한다면 좀 투자 좀 하자. 절제만 하지 말고,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생활 방식을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사실 캠핑카가 싸지는 않아. 캠핑카와 그 외의 부가세 관리 등 많이 들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우리도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내. 그까짓 것 낼 수 있는 능력이라면 왜 굳이 마다하겠니?

바네사 남편 미겔의 말이다.

-우리 뒷마당 바닥 공사하는 업자가 그러더라. 너네 집 이 정도면 충분히 좋으니깐 그 돈 가지고 놀러 좀 다니고 즐기지그래?라고 하던데. 그리고 지금은 부동산을 사도 거기서 나오는 차익으로 큰돈 챙기기 어렵다고.

솔직히 캠핑카를 사면 큰 차가 차고에 맞을지, 작은 차는 그럼 어디에 세울지, 캠핑카 비용 지불에, 또 부가세 내기, 차 관리 등에 들어가는 모든 일이 귀찮아서 캠핑카를 사지 않으려고 했다. 솔직하게는 게을러서다.

이것은 우리 부모님의 가치 방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

-왜 큰 집을 사? 큰 집을 사면 그 청소는 다 누가 하니? 그리고 세금은?

한 중국인 친구의 궁전 같은 집을 구경하고 나서 내가 그 친구에게 직접 물은 질문이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내 놀람과 부러움에 대한 질책이 담긴 말이기도 했다.

그 집은 강가에 있어서 여름이면 보트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갈 수도 있었으며, 지하에 세 줄 집, 메아리 울리는 거실, 차 두 대가 들어갈 수 있는 차고 등 여러 가지로 좋았다.

문득, 그런 집에 내가 산다면, 청소와 비용을 떠나서 그런 집에 산다면 어떨까?

-좋다. 입이 찢어질 것만큼 좋다.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그런 집을 가지기 위해서 얼마나 절제해야 하며 빚에 찌 들리며 살아야 하느냐고 물었고 실제로 그것이 그 집에 살고 있는 친구에 대한 우려하는 말을 했다. 그런 능력이 있는 그 가족에게는 청소 정도는 아무 일이 아닐 텐데, 그런 오지랖을 떤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기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그리고 그런 관점은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소박하고 자기 분수에 맞게, 되도록이면 빚 안 지고 사는 자족의 삶을 강요했는지도. 또 그런 자족에는 나태함이 숨어 있다는 것을 교묘히 숨기기까지 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 같은 가치관에 박혀서 다른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방식은 시도할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 지킬 농토가 있는 농부도 아닌데, 집 한 채에 얽매여 혹은 원래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고 변화를 거부하지는 않았는가.

중고차 한 대로 7년째 버티고 있는데, 그간 바네사는 거의 1년에 한번 차를 바꿨다. 차를 여러 번 바꾸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변하는 삶에 제대로 적응한 셈이지만, 우리는 그들의 변덕을 비웃었다. 차를 바꿔 생긴 손실을 셈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서 변하는 우리 삶을 그저 그대로 보고 불편함을 참고만 있었을 수도 있다.


"융통성 있는 삶을 살 것인가?  우직하게 그자리 그대로의 삶을 살 것인가? "


정답은 없다.

그 순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고 나아갈 것이다.

다만, 만물은 고정된 것이 없다. 만물은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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