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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혜숙 Dec 16. 2021

[육아일기] 첫째 고양이와 둘째 강아지

우리집에도 동물들이 산다


애완묘와 애완견을 기르지 않는 우리 집에도 동물들이 산다. 두 마리 얌전한 고양이와 발발거리는 두 마리 개.




먼저, 엄마 고양이, 나는 아무래도 사람들을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밖에서는 긴장해서 겨드랑이에 땀이 차고 밥을 먹어도 가스가 찬다. 생각을 잘 전달해야 한다는 긴장감,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줘서 그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무의식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원치 않아도 자연스레 그들의 말에 반응하고 웃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것은 아마추어 배우에게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 berkaygumustekin, 출처 Unsplash


아빠 개는 다르다. 물론 그도 다른 사나운 개들을 만나면 움츠러들고 물어 뜯겨 아프기도 하겠지만, 동료견들이 집으로 온다면 언제나 환영이며, 아내 고양이의 친구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집에서 수다를 떨고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되려 시간이 있으면 동석하여 못 알아듣는 한국어를 들으며 가끔씩 재밌는 농담까지 던지니, 그는 사교성 좋은 개과이다.



둘째 강아지는 아빠 개를 닮았다. 친구들과 노는 건 늘 즐겁고 행복하다. 그들의 방문을 환영하며, 굳이 그들 집에 가서 놀아야겠다며 희망하며 친하지 않는 독일 엄마와 연락하기 싫어하는 까칠한 엄마 고양이를 곤란하게 한다. 엄마 고양이로 말할 것 같으면, 새끼 고양이 시절 집에 동네 사람들, 친절들 방문이 제일 싫었다. 손님들이 오면 인사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대답해야 하는데 자기 공간이 없어서 숨어들 곳이 없었으니 소파를 발톱으로 다 긁고 싶은 심정이었다.




둘째 강아지가 사교성을 무기로 놀이터에서 잠시 만난 아이와 친구를 먹는 강점을 보여줄 때, 첫째 고양이에게는 2년 동안 다닌 어린이집에서도 좀처럼 친구가 생기지 않았다. 친구에게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으니, 자기 세계가 친구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엄마 고양이처럼 자기 공간과 세계가 좋아, 혼자 놀아도 재밌고, 오히려 고요함을 좋아한다.




첫째와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달랐다. 한 놈은 고양이과, 한 놈은 개과. 아들은 으레 활동량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첫째 고양이는 달랐다. 반응이 느렸을 뿐만 아니라 아이가 걷지 못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엄마 따라 여러 가지 활동을 따라다녔지만 그 이후로는 활동을 싫어했다. 집에 있는 걸 가장 좋아하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체육 활동보다 머리를 움직이는 레고나 게임을 더 좋아했다. 아들은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할 거라는 내 편견을 야무지게 박살 내버린 셈.




둘째 강아지는 활동을 좋아한다. 태권도, 놀이터, 그리고 달리기 뭐든 움직이는 것이라면 다 좋아하는데, 그래서 외출을 좋아하는 엄마 고양이를 따라 여기저기 다니는 걸 좋아했다.


엄마 고양이와 둘째 강아지가 마음이 맞아 어디 나가자고 하면, 첫째 고양이는 그 대신 자신이 빠져 있는 그래비 택스, 요요, 혹은 다른 장난감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기꺼이 집에 있으려고 한다. 슈퍼마켓 쇼핑도, 산책도 가지 않겠다고 한다. 늘, 싫다고 해도 막상 가면 “지가 제일 잘 놀아!”집중하고 놀이의 즐거움을 알아서 나중에는 한 번 더 오자고 조르기도 하니, 벌써 지겨워진 엄마 고양이와 둘째 강아지는 어이가 없다.




아침 기상에서도 강아지와 고양이의 모양새가 판이하다. 첫째 고양이는 일어나면 우선 기분이 별로다. 조심스럽게 엄마 고양이가 “잘 잤어?” 물으면 무슨 생각에 빠져 있거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뽀로통. 잠이 모자라면 입이 한 다발 나와서 조그만 일에도 짜증을 낸다. “아,, 괜히 건들었나?” 하고 잠시 떨어져서 보면, 옆에 쿨쿨 잘 자는 둘째 강아지가 보인다. 일어나라고 하면 바로 형이 어디 있는지 묻고, 짜증도 안 내고 일어나서 당장 소시지를 올린 빵을 입에 넣는다.





물건을 대하는 태도를 볼까? 둘째 강아지는 모든 물건을 꺼내서 바닥에 던지고 노는 걸 좋아하며, 나중에 자신이 그렇게 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아빠 개가 그렇다. 비싸고 좋은 물건을 사 놓고, 한동안 다른 것에 빠져 있어서 잊어버린다. 잘 간수한 것도 아니고 어디 구석에 먼지가 한 뭉큼 쌓여 있다. 어디에 놔뒀는지도 모를 만큼 있다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면 그걸 찾기 시작한다. 스스로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짜증이 나는 것. 그리고 다시 꺼냈다가 놀다가 어디에 처박아 둔다.





엄마 고양이는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그 기능이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비쌌는지에 대해서 그 물건의 가치에 대해서 잘 기억한다. 그래서 좋은 물건 비싼 것은 잘 놓아둔다. 그래야 다음에 필요할 때 또 쓸 수 있으니까. 냉장고에 있는 음식 중에 섞어서 버리는 음식은 없다. 어디에 무슨 음식이 어느 정도 되었겠다, 기억하고 미리 꺼내 먹기 때문에 낭비는 적다.




엄마 고양이처럼 첫째 고양이는 자기 공간과 물건이 중요하다. 자신의 장난감이 자신이 조립한 그대로 정리한 그대로 있는 것을 좋아한다. 첫째 고양이가 물건을 정리해 놓으면, 둘째 강아지는 마구 꺼내서 논다. 던지고 찢고, 그래도 성이 안 차는지, 형아 것을 꺼내서 가지고 논다. 그러면 형아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자기 영역, 자신의 일을 아무 경계 없이 쳐들어오고 마구 휘잡아 놓는 이 녀석을 응징할 방법은 소리 지르기. 어쩔 때는 한번 호되게 발로 차 주는 것.




아빠 개가 퇴근하고 거실에 들어서면 둘째 강아지는 아빠 개에게 매달린다. 그의 무릎에 앉고, 그의 머리를 맞대고 비빈다. (이런 건 여자애나 할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애정 표현에 능숙한 둘째는 “너는 엄마의 영원한 베이비야. 그러니깐, 베이비 목소리 좀 내 봐.” 그러면 기꺼이 해준다. 뽀뽀 좀 해 달라고 하면 뽀뽀를, 안아 달라면 안아준다. 어디를 만져도 까르륵 웃고, 토라졌다가도 먹을 것 하나에 재밌는 농담 하나에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팔이 부러져서 얼굴이 창백해졌을 때도 둘째 강아지는 딱 한 번 울고, 그저 엄마 고양이 옆에서 피곤해서 쓰러져서 잤다. 어디서든 잠을 잘 잤고, 피곤하다고 울지도 않았으며, 먹기 싫다고 울기보다는 배가 고프면 자기 엉덩이를 움직여 그 음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런 둘째 강아지 옆에서 첫째 고양이는 기분 좋으면, 단 정말 기분이 좋으면 자기도 둘째 강아지처럼 아빠 개의 사랑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지만, 보통은 금방 도착한 소포, 아직 신기한 장난감, 아니면 요요를 가지고 논다고 무아지경이다. 음식에는 보통 관심이 없고, 이것저것 먹으라 하면(밥이면 밥, 파스타면 파스타, 빵이면 빵, 하나마 파는 스타일) “엄마는 강요 좀 하지 마.”라고 독침을 쏘는 말벌. 챙겨주지 않으면 먹지도 않고, 필요한 게 있으면 먼저 짜증 내는 첫째 고양이는 엉덩이가 무거운 스타일.




그런 첫째 고양이가 영화<Elf>를 보고 엉엉 울었다. 요정으로 자란 아들 버디가 뉴욕에 성공한 출판계의 거물 아버지를 찾아가 온갖 말썽을 일으키자, 아버지가 “네가 어디를 가든 상관없어 꺼져.”라고 했을 때, 첫째 고양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감수성이 뛰어나고, 엄마가 기분이 안 좋으면 온몸으로 느끼는 아이는 예민한 엄마 고양이를 똑 닮았다.




이렇게 달라도 둘은 꼭 같이 놀이를 좋아하고, 꼭 같이 놀이터에서 뛰기를 좋아하며, 꼭 같이 신기하고 처음 보는 물건들을 좋아하며, 보물 찾기를 좋아한다. 여행을 가도 같이 즐길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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