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2023)
몇 주 전 기대하지 않던 글이 꽤나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저 신카이 마코토의 <스즈메의 문단속>(2023) 개봉 즈음에서 감독의 전작인 <날씨의 아이>에 대한 평을 적었을 뿐이었다. 그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있는 줄 몰랐다. 그저 나는 지나가는 글이었는데 말이다.
어제 뉴스에서는 최근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관객수 300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혹자는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을 넘어 새로운 흥행작이 되리라 기대한다. 솔직히 나는 그 정도의 선전을 예상 못했다. 그저 약간의 팬덤에 힘입어 잠시 관객 몰이를 하다 그치겠지 생각했을 뿐이다.
이런 성공을 보면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 무엇보다 대중의 선택에 무의식적 소망이 관심거리다. 아직 <스즈메의 문단속>을 제대로 보지 않은 내가 그 이유를 추정해보라하면 그것은 섣부른 일일 것이다. 다만, 감독의 전작과 유사한 플롯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재해를 막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 아마도 감독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소망이다. <너의 이름>이 그랬고 <날씨의 아이>가 그랬다. 운명에 대항해 수레바퀴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겠다는 의지. 나는 이 주제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테마라고 생각한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감독은 주인공들이 어떤 선택을 하도록 허락한다. 설령 그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낳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집단을 위해서 무조건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감독의 작품은 차별화된다. 설령 선택이 결론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일단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내버려 둔다.
한국 영화가 부진한 가운데 <스즈메의 문단속>의 선전은 꽤나 신선하다. 돌이켜보면 <너의 이름은>이 일본 애니메이션 최대 흥행작이 됐을 때 나는 ‘세월호 참사’를 생각했다. 이번에 내가 ‘이태원 참사’을 떠올렸다면 이상한 일일까. 갑자기 신카이 마코토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