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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부하다 CRM에 대해 고민한 이야기

<월급쟁이 부자들> 서비스로 공부하며 몇 가지 든 생각들

by wondu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는 부동산 공부에 관심을 가진 것이랄까?

회사 동료가 추천해 준 강의였는데, 강의를 듣다 보니 서비스를 분석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 수업은 '월급쟁이부자들(이하 월부)'에서 들을 수 있는 수업이었다. 월부는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로 시작해, 현재는 카페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웹 서비스로 수업을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이다. 나는 올해 이 서비스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월부의 시작은 꽤 오래된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아직까지 수업은 2개만 들은 상황이라 이 글은 지극히 부린이의 입장에서 경험한 사용자의 입장이자, 서비스를 고민하는 현업 실무자의 관점이 조금 더해진 글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이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이 세계관을 알면 알수록 벗어나지 못하고(?) 감탄하고(?) 다음 수강할 강의를 고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면 많은 곳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겠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잘 만든 서비스이자 커뮤니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기록해 본다.


1. 0원 강의, 1000원 강의, 강의 오픈 전 알림 혜택

- 신규 유저에게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 강의를 접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돈을 저렴하게 낸다고 해서, 맛보기 강의라고 해서, 절대 강의 내용이 부실하지 않다. 부린이에게 사실 강의 내용을 100%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서 '아, 나 강의 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도 전략일지 모르겠지만, 꽤 꿀팁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처음 접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정보인 이 사람의 강의력을 검증시킬 수 있다. 대표 강사 '너나위'님은 많은 분들이 입덕한 강사일 것이다. 나 역시 그의 말빨(?)에 3~4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실제로 오리지널 강의에서 어떤 내용을 배울 수 있는지, 로드맵까지 꽤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렇게 다음 스텝까지 연결을 꼭 시켜준다. 그래서 '무료 강의만 찍먹 해야지?' 하는 생각도 잠시 '강의 결제해야겠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0원 강의/1000원 강의는 아직 강의를 한 번도 듣지 않은 신규 유저에게만 제공되기 때문에 이 타이밍을 월부는 놓치지 않는다. 한번 강의를 접하면, 오리지널 강의 오픈 알림을 누르게 하고, 사전 알림을 누른 사람에게 혜택으로 쿠폰을 주고, 받은 혜택이 아까워 강의를 그만 결제하고 만다. 강의가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인생을 생각한 투자비용이라고 생각하면 기꺼이 낼 수 있는 가격이다. 무료/1000원 강의 수강 후 정규 강의 전환율이 매우 궁금한데, 내 경험상 꽤 높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실제로 내마기 조원의 반정도가 같은 1000원 강의를 듣고 수강신청을 했다고 했다.)



2. '월부 학습도우미' 알림톡, 놀이터, CM, 튜터

- 정규 강의를 수강 신청하면, '월부 학습도우미' 알림톡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강의 일정/과제 일정을 알려주고, 강의 초반/중반/마무리 설문을 받는다. 월부강의 초반엔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는지, 정보를 수집하는 듯하다. 이에 맞춰서 강의 준비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느낀 게, 월부는 매달 새로 찍는 강의이기 때문에 수업 중간중간에 수강자들의 수준과 고민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언급해 주시는 것 같았다. 첫 수강이라면, 월부가 어떤 곳인지 소개하는 메시지도 보내준다.

- 정규 강의는 '놀이터'라는 오픈채팅방을 제공한다. 한 기수에 대략 1000명 정도의 수강생들이 존재하는데, 대한민국에 이만큼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놀이터의 역할은, 한 달간 강의를 들으면서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유용한 자료를 공유하고 서로 응원할 수 있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주는 익명 커뮤니티 공간이다. 놀이터에서는 3종류의 이끌어 가는 사람이 있다. 1) CM(커뮤니티 매니저) 2) 튜터 3) 적극적인 월부 수강생+재수강생들 이들의 대화만으로 놀이터는 유용한 정보들로 매일 300+가 된다. 월부는 닉네임을 쓰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질문이 자유롭다. 그리고 CM과 튜터들의 대답이 모두 정성이 가득하다. 놀이터에 대화 제한시각은 없다. 방해받고 싶지 않다면 알아서 알림을 끄도록 가이드하며, 투자공부는 밤늦게, 새벽같이 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답변 또한 놀라운 시간에 등장하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일부는 단지 GIVER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재수강생들의 자발적인 답변 현장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큰 요인 중 하나다.

- 월부는 강의를 혼자 수강하게 두지 않는다. 카톡이라는 메신저 안에서 계속해서 함께 공부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외롭지 않게 해준다. 월부는 CM, 튜터, 조장 등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리더를 배치해 1000명 중 1명까지 끝까지 수강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3. 조모임, 1인 1팀장제도

- 정규 강의를 신청할 때 옵션 중 하나는 '조모임'이다. 나 역시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함께 공부할 때의 시너지를 알기 때문에 '조모임'은 늘 신청하는 편이다. 아직 조장은 해보지 않았지만, 조장이 되면 따로 조장끼리의 조모임도 가진다고 한다. 여기서 또 월부의 체계가 드러난다.(한편으로 이거 다단계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다단계 맞는 것 같다. 피라미드가 자꾸 그려진다.) 그래서 조장이 처음이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조원들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면 언제든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 조장도 사람인지라, 월급쟁이면서 본업을 하면서 10명의 조원을 이끌어가기란 쉽지 않다. 보통 8~10명 정도의 조원이 구성되는데, 누구나 대학시절 조모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모두가 나서지 않는다면 조장이 정말 힘들 다는 것을... 그래서 월부는 1인 1팀장 제도를 도입한다. 조원 각자가 역할을 하나씩 맡고 주도적으로 조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덕분에 조 카톡방은 매일매일 카톡이 올라온다. 놀이터 오픈채팅방은 매일 못 보더라도, 조 카톡방에서 매일 강의를 얼만큼씩 듣는지/과제를 얼마나 따라오고 있는지 서로 체크하고 응원하게 된다. 이것 또한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월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란 생각을 했다. '조 운영 시트'도 있다. 서로에 대한 정보부터 과제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트도 있다. 이것마저 월부에서 제공해 주는 듯하다.



4. 오리지널 정규 커리큘럼

- 월부는 매달 모든 수업이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기초반 수업을 들어야 실전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커리큘럼이 존재한다. 월부는 '지금 듣지 않으면 안된다'의 전형적인 FOMO (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앞서서 0원 강의, 1000원 강의도 얘기했지만 모든 정규 강의는 강의 신청 전 '강의 설명회' 라이브를 한다. 이때 은연중에 지금이 적기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모두가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지금 이 수업을 듣지 않으면 투자 기회를 놓칠지도 모르는 것은 물론, 같은 강의가 당장 다음 달이 아닌 몇 개월 뒤에 수업이 열리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바로 수강을 해야 할 것 만 같다. (지금 내가 다음 수강을 고민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월마다 열리는 강의가 정해져 있기는 하다. 그래서 1년치 커리큘럼을 짜고 있는 월부인들도 있더라. 예상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서 안심할 수 있게 하는 장치도 있다.



5. 아너스클럽

- 월부의 강의료는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하면 투자할 정도의 비용이라고 앞서 말했다. 하지만 이를 매달 1년 간 꾸준히 듣는다고 가정했을 때, 이 비용을 모으면 목돈이 얼마야?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그래서 월부는 충성고객을 다시 한번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더 강력한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아너스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아너스 혜택은 월부에서 서로 다른 강의 7개를 수강신청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오리지널 정규 강의 50% 할인 쿠폰을 제공해 준다. 2개 수업을 들으며 재수강을 하시는 분들도 꽤 봤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수업인지 처음엔 이해가 잘 안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공부를 위한 환경세팅이구나라는 공감이 되니 50% 할인쿠폰이 값지게 보였다.

- 실전반/지방투자실전반 게시판 1년 열람권을 제공해 준다. 월부는 강의가 메인이라기보다 사실 커뮤니티가 메인이었다. 월부닷컴/네이버 카페에서 알짜배기 게시물들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콘텐츠에도 등급을 매겨, 혜택으로 만든 사례다.

- 월부학교 신청권을 갖는다. 오랫동안 이 세계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월부학교라는 걸 가기 위해서인 것 같다. 국내 유일의 투자자 사관학교라고 하는데, 아무나 못 가는 곳이라고 하여 나는 생각도 안 해봤다. 제한된 기회라는 인식이 가치를 높이는 것 같다.

그리고 이 혜택은 신청일로부터 1년간 유지되기 때문에 1년 내에 뽕을 뽑으려면, 7개 강의/월부학교 신청 등을 해야 한다.



6. 타겟팅 편지

- 앞서서 쓴 포인트들은 잘한다는 서비스에서 비슷하게 하고 있는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월부를 경험하면서 가장 놀란 건 이거였던 것 같다. 월부가 타겟팅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에게..? 겨우...?'라고 할 수 있지만 월부는 조금 특별하게 보낸다. 문자 메시지가 아니라 편지를 보낸다. 가끔은 손글씨로 작성한 진짜 편지를 찍어서 보낸다. 월부 강사들은 그리고 튜터들은 MBTI F만 모아 놓은 건지, 작가님들만 모아 놓은 건지 싶다. 지금까지 내가 받아본 문자 케이스는 다음과 같다.

수업 수강과 과제를 진도 기한 내에 했을 때

진도에 맞춰 수강을 다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과제 제출이 기한 전이지만 아직 과제 제출이 안되었을 때

특별한 라이브 특강을 준비하고 있을 때

개인화 메시지를 받으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많은 서비스/브랜드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CRM 마케팅 방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손글씨로 된 문자를 받고 나니, 호혜성의 원리 (Reciprocity)에 의해 누군가가 나를 위해 시간을 들여 진심 어린 메시지를 보냈다는 인식과 이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 강사나 튜터의 정성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 끝까지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 흔히 발생하는 고립감과 단절감을 줄이고, 실제 교실에서처럼 따뜻한 인간적 교류가 있는 학습 경험을 느꼈다.




이 밖에도

오리지널 강의가 아닌 다양한 타겟에 맞춘 재테크 강의, 지역 분석 강의, 매일 목실감 등 서비스에 매일 찾아오게 만드는 요소가 너무 많다. 리텐션에 대해 참고할 서비스 요소가 많다는 소리다. 아직 강의를 2개밖에 수강하지 못했고, 수업을 수강하고 과제하기에 급급해 많은 콘텐츠를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얻어가는 게 많았던 시간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월부에서 참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는 요소를 많이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되면, 월부에 대해 더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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