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잠꼬대

by 원화 혜정
[코드번호: 1212] 이나는 꿈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숫자 1212와 이상한 잠꼬대에 시달린다.



그날 밤,

이나는 처음으로 꿈에서 비명을 질렀다.

“다시 시작해 줘... 1212... 다시... 다시... 1212...”

그리고 새벽 3시 33분.

자신의 잠꼬대 소리에 놀라 깼다.

목이 마르고, 손은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1212...?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이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다가

가방 안에서 수첩을 꺼냈다.

예전에 꿈 일지를 썼던 습관 때문이었다.

1212

3:33

다시 시작해 줘

그 문장을 적자,

볼펜 끝에서 잉크가 갑자기 뚝 끊겼다.

그리고 수첩 위에, 물방울 하나가 뚝— 떨어졌다.

천장에서 새는 물도 아니었다.

그냥, 허공에서 ‘내려온’ 느낌이었다.


다음 날, 이나는 정신과를 찾았다.

이상한 잠꼬대, 반복되는 숫자,

그리고 자신이 쓴 적 없는 블로그 글.

의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디지털 해리 증후군 초기 증상입니다.”

“현실 감각과 기억의 경계가 약해지면서,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정보를

‘마치 본 것처럼’ 착각하게 되죠.”

이나는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내 의자 밑에서 손을 떨고 있었다.


진료실을 나오자,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

보낸 사람 없음

메시지 내용:

다시 시작해 줘.

1212

잊지 마. 네가 먼저 원했어.


‘네가 먼저 원했어.’

그 말에서, 이나는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다.


밤.

이나는 블로그에 접속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
[Angel Code: 1212]

본문엔 아무 내용도 쓰지 않았는데,

저장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자동으로 문장이 입력되었다.

“당신은 선택하지 않았다. 기억이 당신을 선택한 것이다.”

이나는 벌떡 일어나 거울 앞으로 갔다.


이번엔 준비된 마음이었다.

눈을 마주치려는 순간,

거울이 1초간

‘픽셀처럼 깨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나는 알게 되었다.

자신의 눈은 지금, 두 개의 현실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