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돼지국밥과 대포 한 잔

자꾸 시선이 가던 식탁

by 이진호

고등학교 시절, 일요일에도 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다.


주중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하루였지만, 그래도 일요일만큼은 조금 다르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특별한 점심을 먹었다. 특별하다고 해봐야 학교 근처 돈가스집이나, 조금 떨어진 분식집 정도였다. 학교를 벗어나 몇 분 더 걷는 기분,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친구 하나가 국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때의 나는 국밥에 익숙하지 않았다. 국밥은 어른들이 먹는 음식 같았고, 고등학생들에게 어울리는 메뉴는 아니라고 느꼈다. 그래도 그냥 따라나섰다.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걸었다.


도착한 곳은 전형적인 전통시장이었다. 일요일이라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아 있었고, 시장 안은 한산했다. 국밥집도 장사를 안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히 불이 켜져 있었다. 허름한 식당이었다. 우리는 그곳에 앉아 국밥을 시켰다.


그릇에 담겨 나온 것은 여러 돼지고기 부위가 뒤섞인 돼지국밥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수육만 올라간 국밥이 아니었다. 숟가락을 들 때마다 이게 어느 부위인지 알 수 없는 고기들이 올라왔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한눈에 돼지 귀라는 걸 알 수 있는 부위도 보였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나는 생각을 덜어내고 맛만 음미하며 먹었다. 반면 끝내 못 먹겠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국밥을 먹고 있는 동안,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 분이 식당에 들어왔다.


그분은 능숙하게 자리를 잡고, 대포 한 잔 달라고 말했다. 곧 삶은 달걀 하나와 막걸리 한 잔, 김치가 나왔다. 달걀을 까는 손놀림이 자연스러웠고, 막걸리는 한 번에 비우지 않고 나눠 넘겼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어딘가 바라보는 시선. 안 그러려고 해도 내 시선이 자꾸 그 식탁을 향했다. 내가 먹고 있는 국밥보다 그분의 식탁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술상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점심 식사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했다.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이던 나는 그 장면에 뭐라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금의 내 나이는 아마 그때 그분의 나이와 비슷할 것이다. 이제 국밥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아직 그때의 아저씨처럼 먹어본 적은 없다. 시장에서 낮술 하는 게 로망이라고 말하긴 해도 막상 그렇게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다는 그런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을 하루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쪽에 가깝다.


아직도 그날 그분이 어떤 심정이었을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평가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언젠가, 내가 비슷한 식탁에 앉게 된다면 그때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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