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호 Dec 18. 2016

독대(獨對)를 선호하는 리더의 결말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

네이버 국어사전 캡쳐

독대는 대통령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도 존재한다. 참모가 리더와 단둘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눈치를 안 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이유로 독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실에서는 독대의 유용함을 감안하더라도 폐해가 더 크다. 그래서 훌륭한 지도자는 독대를 제한하거나 금지령을 내렸다.


직장 조직의 리더가 독대를 즐겨 활용할 때 생기는 문제는 정치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가장 큰 공통점은 결국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난다는 점이다. 


독대의 폐해는 첫째, 리더의 뜻이 왜곡될 수 있다. 


독대 자리에서 리더가 A라고 지시하더라도 참모는 A'라고 다르게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런 오해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의도가 있든 없든 말이다.


이런 경우는 나중에 다시 원래대로 수정하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참모가 꾸지람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이해될 수 있다.



둘째, 참모가 독대를 악용할 수 있다. 


참모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직을 움직이기 위해 리더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본인의 의도를 각색해서 리더의 재가를 받아 놓고는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말이 '리더의 지시'였다며 조직을 움직이는 식이다.


리더가 참모의 불순한 의도를 항상 파악할 수는 없다. 게다가 술자리나 식사 자리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참모의 의견을 더욱 쉽게 승인한다. 그래서 참모들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이런 참모의 악행이 금방 발각될 것 같지만, 리더는 본인이 승인한 지침이 실행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쉽게 눈치 채지 못한다. 


이와 같은 참모의 악행은 리더와의 소통이 막힌 조직에서 주로 일어난다. 다른 구성원들이 리더의 본심을 감히 재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모에 의해서 '리더의 지시'가 왜곡되니 리더의 정책 방향이 제대로 전달될 리 없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우리 리더가 이런 결정을 할 사람이 아닌데...'라고 의심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참모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리더십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셋째, 결국 조직이 망가진다. 


리더의 힘을 악용하는 참모가 훌륭한 결정을 내릴 리 만무하다. 또한 독대를 통해 비정상적인 힘을 갖게 된 참모가 조직의 성과를 독차지한다. 그런 조직의 구성원들은 헌신할 동기를 잃고 의욕이 바닥에 떨어진다.


자연스레 조직의 전체 실적은 저조하게 되고 결국 리더가 저조한 성과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온다. 물론 그 리더의 힘을 악용하던 참모 역시 무사할 리 없다. 그러니 당장 편리하다고 특정 참모에게 힘을 몰아주면 안 된다. 아끼는 참모일수록 독대는 피해야 한다. 길게 보면 그것이 리더 본인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출처 : 연합뉴스


독대의 폐해를 근절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독대를 안 하면 된다. 관련자들의 공개적인 협의를 통해서 결정하거나 배석자가 있는 자리에서 지시를 내리면 특정 참모가 리더의 결정을 왜곡할 수 없다. 비정상인 힘이 한 곳에 몰리지 않기 때문에 내무 조직 간의 정당한 경쟁이 가능해지고 성과가 향상된다.


개인적으로, 부디 독대의 폐해로 인해 조직이 무너지는 경험을 다시 안 하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