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올여름에 결혼 한 여동생 네와 우리 식구 함께 호텔 뷔페에서 저녁을 먹었다.
남편이 할인권도 있고 해서 송년회 겸 한 자리였다. 그 뷔페에 찬이가 좋아하는 삶은 대게가 있어서 맘에 들었다. 석이와 달리 4살 찬이는 해산물을 정말 좋아한다.
조개, 생선, 게가 있으면 그만 먹으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먹는다.
이 날도 찬이는 대게 앞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먹을 준비’가 됐다며 입을 크게 벌렸다.
그렇게 한참을 먹더니 입안에 가득 대게살을 오물거리다 말헀다
“엄마 나는 바다야...... 엄마 나는 물고기야...”
찬이 옆에 앉아 열심히 찬이 입에 살을 발라 넣어주던 제부가 묘하게 감동적이라며
한 손을 가슴에 갖다 대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부가 음악 쪽 일을 하는 사람이라 감수성이 풍부한 편인가 보다 생각하다 내 입에서 이 시가 흘러나왔다.
엄마 나는 바다야
내 안에서 마음껏 풍덩하고 빠져봐
엄마 나는 물고기야.
나와 함께 헤엄치자
엄마 나는 나무야
내가 시원하게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줄게
엄마 나는 꽃이야
달콤한 꿀을 줄게
엄마 나는 하얀 눈송이야
이 세상에 유일한 따뜻한 눈송이를 손으로 받아줘
엄마 나는 우산이야
슬픈 날 미리 가방 속에 챙겨 나가봐
엄마 나는 바람이야
내가 저 먼 곳으로 보내줄게
엄마 나는 달님이야
깜깜한 엄마 방에 따뜻한 달빛이 되어줄게
엄마 나는 구름이야
허리 하나도 안 아프게 푹신푹신해 새벽에 깨지 않을 거야
엄마 나는 우주야
나는 아주 넓고 깊지
엄마 나는 씨앗이야
작지만 큰 것을 품고 있지
엄마 나는 물이야
바싹 마른 엄마의 웃음꽃에 물을 줄게
엄마 나는 별이야
엄마 눈에서 빛나는 유일한 존재이지.
찬이는 자기가 정말 바다고 물고기 인 마냥 자유롭고 평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찬이를 가만히 바라보니 나도 저 바다에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애교 쟁이 찬이의 맑은 웃음을 볼 때면 저 아이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인 것만 같다.
육체와 영혼이 힘겨운 날, 날 보고 활짝 웃으며 찬이는 말했다.
“엄마도 웃어봐~”
2017.12.11. 찬이 4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