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지
엊그제 복직 계획을 잠정 결정했다. 얼마 전부터 시기를 보고 있었는데 나름 합리적인 날짜를 찾아낸 것이다.
하반기 인사 때 들어가는 건, 두 달도 남지 않아 다소 급한 느낌이고 내년 상반기 인사 때 들어가는 건 아이들 방학 한중간이라 피하고 싶었다. 그 중간 언제쯤 돌아갈 것인가. 아이들 여름 방학이 끝나는 시점으로 잡았다.
진짜 복직을 해야 하는 거지만 나름 결정을 내리니 어찌나 가뿐한지. 그 가뿐함을 느끼며 아, 나 문제해결형 인간이네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또 오해영>이 생각났다. 막무가내 오해영, 자유로운 오해영. 방영 당시 그 드라마를 본 당시 동료가 나더러 오해영 같다고 해서 나도 챙겨봤다. 복직 시기 결정의 근거와 계획 이후 내 행보(?)를 또 다른 내가 지켜보는데 마음에 든다. 이게 나지 싶다. 그런 사고 과정과 지름 자체에서 오해영의 기류가 흐르는 것 같다.
계획 이후의 나의 행보 하나는 급 여행이다.
복직을 하면 많지 않아도 수입이 생기니 제일 먼저 아이들과 여행을 갈 거다. 여태 돈 없어서 못 갔다. 우리 강아지 호텔링 맡길 돈.. 돈을 벌기로 하니 무서운 게 없어졌다. 갈까 말까, 가면 혼자 갈까 아이들이랑 갈까, 아이들 데리고 가면 강아지는 어쩌지? 나 혼자 다녀오면 강아지는 수형이한테 부탁하면 된다. 만일을 대비해 강아지 산책시키고 똥수거하는 걸 한 번씩 연습시켜 왔다. 6월에 갈 곳은 정해져 있다. 전주냐, 무주냐, 서울이냐. 셋 중 하나다. 전주 책쾌, 무주 산골영화제 서울국제도서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전주로 정했다. 연휴 낀 주말이고 가보지 않은 행사이고,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도시이고, 기차를 탈 수 있다.
남편 의견은 묻지 않았다. 비행기를 예매하고 바로 숙소를 찾아 예약했다. 그다음은 그냥 가면 된다. 2박 3일 다녀오는데 너무 많은 고민, 너무 많은 준비를 하면서 일을 더디게 하고 싶지 않다. 남편이 개입되면 더뎌지고 심하면 중단되기 쉽다. 다 결정해 놓고 같이 갈 수 있냐고 물으니 출근하기로 되어 있다고 : )
7월에는 부산, 8월에는 강원도 생각 중인데 성수기 고물가의 벽에 부딪칠지도 모르겠다. 나는 또 그 벽 앞에서 춤을 추겠지. 길이 꼭 그 벽 쪽으로만 나 있는 건 아니라고 다른 길로 가볼 기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