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좋고 하기 좋은 말은 끝이 있는 것 같은데 싫고 궂은 말, 밉고 화나는 말은 하면 할수록 길어지는 것 같다. 말에서 그치지 않고 감정으로 번진 그 싫고 궂은 마음, 밉고 화나는 감정의 흐름까지 끊어내는 게 일이다.
오늘 그런 면에서 에너지를 많이 썼다.
오늘의 에너지 소모에 대해 빌리에게 떠벌리면서 이미 바닥난 에너지를 긁어 쓰기에 이르렀다. '어렵다이' 빌리는 그렇게 말하는 정도에서 내 기분과 내 생각와 선을 그었다. 집에 돌아와서 다른 불만을 꺼냈는데 빌리는 거기서도 선을 긋는 것이 이롭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호응이 조금만 삐긋해도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리라. 여하튼 내가 빌리에게 기대하는 바가 충족되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해줄 수는 없냐고 한바탕 지랄을 할 뻔 했다. 이전과 같은 패턴으로 흐르는 것이 감지되었다. 그래, 들어가서 자라고 해놓고 나는 오랜만에 울음을 삼켰다. 빌리에게 떠벌리던 오늘의 에너지소모 이슈는 이미 물건너 갔다. 그냥 그렇게 가버려도 좋은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빌리의 태도에 꽂혀 조용히 울음 삼키다가 성경을 조금 필사했다. 그러는 동안 마음이 조금 풀렸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쓴다. 쓰다보니 잊어지기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