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를 말아먹은 일에 대하여
나쁜 흐름이 느껴진다면 딱 끊고 흐름을 바꿔갈 수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나쁜 흐름을 감지했는데도 빠져나오지 못하면 나 하나 망하는 건 당연한데 내가 망함으로써 파생되는 우리 식구들의 피해는 실로 끔찍하다. 대표적으로 나의 짜증이 는다. 에미의 컨디션이 보통 이하임을 알아차린 아이들이 다급히 저들답지 않게 바른생활태도를 취한다. 나는 내 눈치 보느라 바른생활 태도로 급변하는 것마저 뵈기 싫어서 짜증이 나지만 입을 다문다.
지난주 화요일 코바늘로 모티브 뜨기를 배우고 시작했다. 요물요물. 잘 안 풀릴 때는 뜨개바늘로 뭐만 뜨면 눈이 아프더니, 뜰 줄 알게 되자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다가 12시를 넘겼다. 웬만하면 12시 넘겨서 자는 일이 없는데 그날 그렇게 되더니 이후 지난주 내내 그 수준으로 몰입했다. 금요일까지 30개 가까이 뜨고 토요일 나의 루틴들이 무너져가는 조짐에 화들짝 놀라 가까스로 속도를 늦추고 일상을 돌아보고, 일요일엔 아예 손을 대지 않으면서 평화를 되찾았다.
읽기를 거의 못했고, 쓰기를 전혀 못했다. 간신히 성경 읽기와 쓰기, 아침과 저녁 식탁 차리기, 어쩔 수 없이 운동과 청소를 했다. 모티브의 개수가 늘어가는 기쁨보다는 이거 뜨느라 쓴 시간을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아이들이 태블릿을 쥐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처럼 에미도 뜨개질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됐다고, 내가 너희를 이해하고 너희가 에미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적당히, 약속된 시간만큼만 조절할 수 있는 성숙한 게임플레이어&유튜브 청위자, 뜨개 질러가 되자고 서로 약속을 할까 보다.
다 말아먹었다. 그런 기분이다. 더 말아 먹히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온 나요,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