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남편이랑 한 달에 한 번은 곧 죽어도 다투고 지나가는 것 같다. 지난번 다툼 종료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오늘 다시 발생한 것은 그놈의 농담, 장난 탓이다.
어제저녁에 이야기하다가 모레가 부부의 날인데 일할 때 신을 운동화를 하나 살까 하다가 돈이 없어서(백수) 패스했는데 내년에 사주마 하고 저녁에 차 마시러 나갔다 오자고 했다. 남편이 오케이 한 내용이다. 그러고 오늘이 됐다. 생각나서 애들한테 내일 엄마빠 저녁에 데이트 갔다 온다고 말하는데 옆에서 남편이 "고뤠?" 하는 거다.
거기서 시작됐다. 나랑 나가기 싫으냐에서 시작해서, 내가 오늘 남편 간식으로 산딸기를 사 왔는데 손 긁히면서 힘들게 따왔구먼 고생했다, 고맙단 소리 하나 없이 입에 넣은 것도 갑자기 싫어졌다. 농담이라고 했다. 왜 자꾸 나한테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치느냐고 되받았다. 당신의 농담, 장난이 나한테 안 통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고, 거기서 발발된 다툼이 적지 않은데 또 장난이라니 화가 배가 됐다. 그렇게 자기 스타일 농담하고 살고 싶으면 그 농담 통하는 사람이랑 살라는 말이 목구녕까지 차올랐다.
정말 왜 저러지?
지난번 다툼도 남편의 한마디였다. 사월 마지막주에 지인가족들과 가까운 바다에 가서 저녁을 해 먹고 들어왔다. 이 주쯤 후에 바다에 가서 저녁 해 먹는 것까지는 번거롭고, 라면이나 끓여 먹으면 좋겠어서 제안했는데 남편은 "우리만?" 이런다. 저 말도 처음 하는 말이 아니고, 내가 크게 한번 터트린 적이 있는 워딩이었다. 어디 여행 가자는 말이 나오면 "우리만?" 누구네랑 약속된 거냐고 묻는 질문이 아니라 '우리만 가긴 좀 그렇지 않아?'의 느낌이라 싫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도 딱 그랬다.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이 집 저 집 약속 잡아가면서 가? 약속이 잡히면 가는 거지만, 우리끼리만 움직이기 뭐 하다고 약속 잡아야 하는 거야? 어디 나가자는 말을 하기가 무섭다.
남편은 저렇고, 나는 이렇다. 남편에게 맞춰주려니 알쏭달쏭한 그의 진심이 불편하고, 거부당하는 느낌이 불쾌하고 남편더러 나한테 맞춰달라고 하려니 늘 애매하게, 어떤 면에서는 의존적으로 사는 타고난 그의 불안이 안쓰럽다. (사실은 별로 안쓰럽지도 않다. 백번 이해하려고 노력해서 그 정도다...)
화해를 요청해서 해놓긴 했는데 내일 저녁 약속은 내가 파투 냈다. 하기로 했으면 속마음이야 어쨌든 쿨하게 하면 좋으련만 꼭 찜찜하게 뒤끝을 남기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 나 정말 상처받았다. 큰소리치는 사람이 나쁜 사람 같지만 큰소리친 나는 상처받았고, 약속 파투는 남편에게 아무 타격이 없다. 불행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