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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삶이다

by 일곱시의 베이글

1. 침대에 걸터앉아 캔맥주를 마시고 있다. 알딸딸한 게 좋다. 안주는 요즘 다시 읽고 있는 노르웨이의 숲이다. 이거, 새로 번역한 판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10년 전 상실의 시대 시절, 오자가 있었다. '더블 데이트'를 '더블 테이트'라고 적은 거였다. 내 기억으론 출판사(민음사)에 메일을 보내서 오자가 있다고 지적했던 거 같은데.. 요즘 나온 30주년 한정판에도 여전히 더블 테이트라고 적혀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더블 테이트라는 단어가 있나 찾아봤는데 그것도 아니다. 속상하다, 이렇게 예쁜 책이 이렇게 허술하다니.


2. 아이허브에서 산 코엔자임큐텐, 오메가 3, 코코넛 오일이 도착했다. 지난주에 왕창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각을 한날, 온라인에서 주문한 녀석들이다. 그즈음 난 완전 피곤에 쩔어서 아침에 일어나질 못 하고 있었다. 아침에 알람소리를 들어도 두들겨 맞은 듯 몸이 아파서 좀처럼 일어나질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는 아예 알람 소리를 못 듣고 쿨쿨 잠을 잤다. 당연히 내가 출근한 줄 알았던 아빠가 내방 문을 열어봤다가 자고 있는 걸 보곤 깨웠다. 8시까지 회사에 가야 하는데 7시15분에 일어났다. 그래도 8시20분에 도착했으니 나름 선방했지 싶다.


좌우지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이런저런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거였다. 코엔자임큐텐이니, 오메가 3니 하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을 불신하는 사람이다. 돈 낭비고, 마케팅의 장난질이고, 장사꾼들의 감언이설이라는 주의다. 피부가 좋아지고 싶으면 비싼 화장품을 찾을 것이 아니라 마음을 곱게 쓰고, 음식을 적당히 가려 먹고, 평소에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건강해지고 싶으면 마음을 곱게 먹고, 음식을 적당히 가려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잠을 잘 자면 되지, 건강기능식품 같은 건 아주 약간 거들 뿐이라는 식이다. 평소 생활습관은 엉망으로 하면서 비타민 몇 알 먹었다고 건강해질 리 없잖아. 이런. 하여튼 또 얘기가 샜는데, 이런 내가 건강기능식품을 샀다는 건 엄청 큰일이라는 거. 왠지 이런 걸 먹으면 덜 피곤하고 활력이 생길 것 같아서. 피그말리온 효과일지 몰라도 좋아졌으면.


3. 맥주 한 캔 더 하고 싶다. 셜록 보며 마시고 싶다.


4. 이번 주는 침묵의 주간이다. 소비하고 내뱉고 떠들기보단 안으로 수렴하는 주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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