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밤들을 집이 아닌 곳에서 보냈다. 혼자서. 그런데 이건 정말 다른 기분이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진짜 집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사실 방금 전까진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엄마의 전화를 받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새벽 2시 술에 취한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난다. 엄마는 나를 정말 많이 걱정하고 있다. 낮에 이사를 할땐 아무렇지도 않게 굴었지만 본심은 아닌걸 안다. 엄마는 30년동안 품었던 딸과 헤어지는 중이다. 누군가에겐 별일이 아닐 수 있지만 우리 엄마에겐 아니다. 그러니 나도 엄마가 천천히 잘 이별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