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동안 테니스 코트를 예약했다. 저번에 갔을 때 1시간을 쳤더니 적응이 되려던 차에 끝나 아쉬웠기 때문이다. 쉬는 날 아침 7시부터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1L짜리 얼음물 두 병, 초코파이, 테니스공을 챙겼다. 3시간 동안 밖에 있으면 피부가 타는 건 불 보듯 뻔했기에 선크림도 얼굴과 몸에 꼼꼼히 발랐다.
늦장을 부리다 7시 50분쯤 집에서 출발했는데, 출근시간과 겹쳐 차가 엄청 막혔다. 평소에는 20분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인데 50분쯤 걸린 것 같다. 어찌 됐든 무사히 코트에 도착. 평일 아침이라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코트 문도 잠겨 있어서 관리실 직원에게 요청해서 문을 땄다. 평일 낮에는 사람이 없어서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고 한다.
2시간 넘게 시간이 있어 네트 근처에서 가볍게 랠리를 시작했다. 다행히 오늘은 해가 별로 없어서 지난번보다 훨씬 수월했다. 야외 코트는 햇빛과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것이 강력하면 운동에 방해가 된다. 오늘은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졌는데, 운동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라 시원하고 오히려 좋았다.
두 시간 꼬박 운동을 하고 애플워치를 보니 무려 900칼로리나 소모했다. 테니스 운동량이 엄청나구나! 이렇게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운동 후에 그 이상으로 먹어서 오히려 살이 찌는 것 같다… 그래도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엄청 좋다.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한 적이 있었나 싶다.
10시쯤 되니 60-70대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옆 코트에서 복식 게임을 했다. 자세는 제멋대로지만 희한하게 공은 어찌어찌 넘어가고, 경기도 꽤 흥미진진했다. 4명 중 2명은 내가 사용했던 윌슨 N3 라켓을 쓰고 있었다. 역시 시니어 전용 라켓이라는 말이 진짜였구나. 나도 잘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써야지.
점심으로 회정식을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 뒤 테니스화를 사러 갔다. 나이키, 아이디스, 뉴발란스 그 어디를 가도 테니스화는 없단다. 일반 쇼핑몰이라 굳이 테니스화까지 가져다 놓지는 않나 보다. 그러던 중 큰 기대 없이 들어간 필라에서 보물을 발견했다. 테니스화 라인업이 꽤 잘 갖춰져 있었다. 최근 필라에서 테니스 라인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트렌드를 잘 아는구만. 테니스 옷과 용품도 아주 다양해서 신나게 구경을 했다.
테니스화를 드디어 한 켤레 샀다. 지금까지는 엄마가 사준 르꼬끄 테니스화를 신었는데, 드디어 내 돈으로 테니스화를 샀다. 2016년 테니스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처음 테니스를 시작한 게 부모님 권유 때문이라 아빠가 라켓을, 엄마가 운동화를 사줬었다. 레슨비도 아빠가 대줬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나의 취미생활이 되어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가기 시작한다. 나에게 테니스를 권유했던 부모님은 이제 골프의 세계로 떠나버리셨다.
테니스화를 고르는 기준은 까다롭지 않았다. 화려하지 않은 흰색 운동화를 사고 싶다는 것. 여러 옷에 맞춰 입기 좋으니까. 무난한 건 검은색 운동화지만 테니스 하면 모름지기 흰색 아니겠나.(윔블던의 화이트!) 발이 아주 편하고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여름에 야외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기 위한 선캡도 하나 샀다. 본격적으로 취미 생활을 시작하려고 하니 돈이 솔솔 나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