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나를 괴롭혔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드디어 끝이 났다. 너무 홀가분하고, 행복하고, 때로는 좀 허무하기도 하다. 1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뉘어 있는데, 한 번에 1,2차를 모두 볼 수도 있고 2년에 걸쳐 나눠서 볼 수도 있다. 회사를 다니며 시험 준비를 하기 빠듯할 것 같아서 작년에 1차 시험을 보아 합격해서 올해는 2차 시험만 봤다.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시험 준비를 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건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더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기자 5년, 마케터로 5년간 일하고 올해부터 컨설턴트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새내기로서 익혀야 할 스킬과 업에 대한 공부가 많았음에도 손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마음먹으면 공부할 게 너무나 많았고, 회사에서도 그러한 환경을 충분히 조성해주고 있었으나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로 하지 못하는 게 늘 아쉬웠다. 이제 마음 놓고 공부를 할 수 있다. 야호.
컨설팅도 분야가 여러 가지이지만 나는 데이터 분석,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주로 하고 있다. 현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할 때는 자사 홈페이지 방문실적, 디지털 광고 캠페인 운영 실적을 엑셀 파일에 모아 대시보드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을 했었다. 마케팅 캠페인 활동을 통해 수집된 고객 DB를 내부 기준에 맞게 분류하고, CRM 캠페인을 진행하는 업무도 했었는데, 깊게 파보고 싶은 분야 중 하나였다. 데이터를 만지는 게 재미있었고, 분석을 기반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실행하는 게 가장 업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안타깝게도 그런 업무를 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마케팅의 중요도가 높지 않은 업종에서는 위에서부터 내려온 수명 업무를 처리하거나 영업을 지원하는 등의 소극적인 업무가 주를 이룬다. 마케터로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업에서는 마케터가 직접 분석을 하고 캠페인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보다는, 대행사에 일을 맡기고 그 결과물을 전달받아 보고하고, 사내에서 소통하는 것이 업무의 대부분이다. 내 경험이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마케팅 파워가 그다지 세지 않고, 회사 규모에 비해 마케팅 조직의 힘이 강하지 않은 회사에서는 그렇다. 정체된 산업으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사내 수요가 크지 않고, 사내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이 매우 엄격했기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진짜 일을 한다기보다는 처리하고, 취합하는 사람에 가깝다는 생각을 할 무렵 이직을 했고, 옮긴 직장에서는 데이터 분석의 기회가 많았다. 완전히 디지털에 특화된 회사였기에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비교적 간편했고, 보유한 데이터의 양도 상당했다. 태블로 라는 툴을 처음 접한 것도 이때였다. 실시간으로 세일즈 현황을 대시보드로 보고, 원하는 데이터는 몇 년 치를 마음대로 뽑아보고, 씹어보고, 활용할 수 있었다. 그걸로 리포트도 쓰고.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해보고 싶었던 내게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태블로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수료해 대시보드도 여러 가지 뷰로 만들어볼 수 있었다.
이제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컨설팅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데이터셋을 만드는 일이다. 기본적으로는 호환성이 좋은 엑셀을 통해 데이터를 관리한다. 사내 모든 시스템이 MS에 묶여 있어서(파워포인트 지옥, 엑셀 지옥, 메신저도 팀즈) MS에서 만든 Bi 툴인 'Power Bi'도 써볼 수 있었다. 태블로와 거의 비슷하다. 태블로나 Power Bi는 사내의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좋은 툴이다. 데이터 관련 업무 중 가장 앞단(Frontend)에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성장하려면 뒷단(Backend)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데이터베이스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수정하고, 관리하기 위한 기본이다. 이전 직장에 있을 때도 SQL에 대한 세션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파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했었다. 마케팅 업무를 하는데 당장 중요도가 높은 부분은 아니었기 때문인데, 이제는 정말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첫걸음마를 떼었다. SQL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떤 종류가 있는지를 알아봤다. 그래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한다는 MySQL을 설치했다. 그런데 Mac에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그냥 Appstore에 검색해서 받으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과정이 엄청 복잡했다. 터미널에 접속해 명령어를 입력해서 'Homebrew'라는 소프트웨어 패키지 관리 시스템부터 받아야 했다. 이걸 설치하고, 이 시스템을 통해서 MySQL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뒤져가며 1시간은 걸려서 설치한 것 같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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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정보들을 검색하면서 흥미로운 매체 하나를 발견했다. 파비(https://pabii.com/pdsi)라는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매체인데, 업계에 관한 쓴소리를 아주 많이 한다. 데이터 컨설팅하는 회사들도 엄청 까댄다.(뜨끔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재미있어서 한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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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분야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 자격증부터 찾아보게 된다. SQLD라는 자격증이 있다. 국가공인 SQL 개발자 자격검정으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데이터 아키텍처, 데이터 분석, 빅데이터 분석기사 등의 자격검정 시험을 운영하고 있다. 공부해서 나쁠 거야 없겠지만 실무 입장에서 크게 유용한 자격증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취업준비생이라면 이론을 습득하고, 이력서에 자신의 관심사를 보여주는 목적으로 취득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