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며
오후 5시 퇴근을 법제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정의당은 근로기준법개정을 통한 5시 퇴근법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16일에는 정부가 1인당 근로시간을 연간 2057시간에서 2020년에는 1800시간대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의당 미래정치센터가 제안한 5시 퇴근제 도입법은 간단하다. 현재 휴게시간으로 분류돼 있는 점심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주5일제를 채택하는 회사를 기준으로 보면 9시 출근, 6시 퇴근이 일반적이다. 회사에 머무는 시간은 9시간인데 점심시간은 근무에서 빠져서 하루 8시간이 나온다. 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면 5시에 퇴근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만 국내에서도 일부 시행되고 있다. 교사, 교육청 공무원, 은행직원들에게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으로 간주된다. 출근시간이 한 시간 빠른 교사는 8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며 교육청 공무원과 은행원은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한다. 노동조합이 있는 일부 사업장에서도 점심시간을 근로로 간주하는 취업규칙을 만들어 나인투파이브(9 to 5) 근무를 시행 중이다.
국제적인 흐름을 보면 한국 근로시간은 줄여나가는 것이 맞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4년 기준 2057시간으로 OECD 26개국 중 세 번째로 길었다. OECD 연평균 근로시간(1706시간)보다 351시간이나 웃돌았다. 만약 5시 퇴근법이 도입된다면 업무 효율성 향상과 고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인력에서 업무 집중도를 높여 동일한 업무량을 처리할 수 있다면 추가 인력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 생산 현장이라면 납기를 맞추기 위해 추가 인력을 확보해야 할 수 있다. 근로시간 축소가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5시 퇴근법이 도입되면 근로자들은 ‘저녁이 있는 삶’에 한 발자국 다가설 수 있을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가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 일·가정 양립 실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16일 정부에서도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통해 2020년에는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한 터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으로 정의당이 제안한 점심시간 근로 인정 법제화를 검토해 볼만하다.
중기이코노미에 2016년 2월 16일자로 보도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