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로의 도피

by 일곱시의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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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러 오는 것은 주로 도피 목적이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하기 싫을 때다. 바로 지금 처럼.


2.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규칙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생각날 때마다 가고 있다. 요가를 하고 난 다음날이면 두들겨 맞은 듯 몸이 아프다. 오랜만에 해서 그럴 거다. 평소 쓰지 않던 근육들을 밀고 당기고 괴롭히니 아픈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도 하루를 마무리하는데는 이만한게 없다. 땀도 조금 나고, 힘들다 싶을 때쯤이면 수업이 끝난다.


요가에는 사바사나라는 게 있다. 시체자세라고도 한다는데, 말 그대로 누워서 가만히 호흡을 하는 시간이다. 바닥에 몸을 뉘이고 팔다리를 축 늘어트린 다음 눈을 감고 있는다. 가만히 있다보면 잡생각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그러다 어느샌가 살짝 잠이 든다. 손끝과 발끝을 깨우라는 선생님의 말에 정신을 차린다. 딴생각을 하다가도 잠이 드는걸 보면 그렇게 심각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꿀맛같은 시간이다.


3. 운동이 끝나면 대개는 집에 걸어간다. 빠르게 걸으면 20분쯤, 보통 걸음으론 25분 거리다. 밤이라 처음엔 약간 쌀쌀한듯 느껴져도 걷다 보면 몸이 따뜻해져 그리 춥지 않다. 예전엔 집에 오는길에 음악을 듣거나 전화를 했는데 요즘은 그냥 걷는다. 다 내려놓고 걷는다. 낯익은 풍경을 또 두 눈에 새겨넣고, 잔잔한 소음도 그대로 받아들인다. 특별할 건 하나도 없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생각한다.


4. 이제 다시 글을 쓰러 가야겠다. 돈 벌기 위한 글. 지금까지 쓴 건 벌이와는 상관없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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